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7/02 17:20:08
Name 전직백수
Subject [일반] [9]여자사람 동생과의 휴가
여름휴가를 제대로 떠나본적이 없다.

돈에 치이고 시간에 치이고 핑계에 치이고...지금은 돈과 시간이 있어도 친구들과 맞추기가 어렵고

유니콘과같은 여자친구는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대학교 2년 차 후배가 있었다. 원래 친해서  말을 튼 몇안되는 사이지만 자주만나진 않았었다.

집도 멀고, 대학교는 더더욱 멀었고, 으레 그렇듯이 졸업하고 연락이뜸해졌지만 그나마 연락을 자주 하던 사이였다.


하지만 그 친구는 작년에 어렵게 취업해 서울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그이후로

둘다 서울외톨이라는 유대감 때문인지 자주 만나곤 했다. 

서로의 직장이 종로를 기점으로 동/서로 위치해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늘 종로혹은 종각에서 만났다. 



6월 초 종로에서 껍데기에 쏘맥을 말아먹으며 여느때처럼 누가누가 더 잘짖나 다투다가

여름휴가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회사는 휴가체계가 어쩌고 연차가 저쩌고 하면서 전국노예자랑을 하다가

"마! 시간맞으면 우리도 멋지게 휴가 함 가자! "라고 운을 띄웠고 동생도 "오키 그러세" 라며 맞장구를 쳤다. 

달력을 확인하며 연차를 맞춰보니 꾸역꾸역 평일에 이틀정도는 함께 맞춰볼 각이 나왔다.

그리고 헤어지며  다음 만남에는 멋지게 여행 계획을 세워보자고 서로 다짐했다.


사실 집가는길에 조금이라도 기대가 되지않는게 이상했다. 

장난식으로 누구누구 절구통이 고급져서 더 빻았나 다퉜지만

절대 못생기지 않은 친구였고, 나름대로 인기도 많았던 후밴데...

분위기타서 일단 지르긴했지만

대체 둘이 어디를 어떻게 얼마나 다녀와야하나... 불편하니까 게스트하우스라도 가야하나

혼자 미친듯이 고민 걱정 시름에 잠겨 잠들었고 

며칠동안 혼자 틈틈히 골머리를 썩기도했다. 


6월 중순 우리는 다시 종로 할리스에서 다시만났다.

놀랍게도 그 친구의 기획력은 상당했다. 둘다 뚜벅이인 점을 감안해 강릉으로 목적지를 정했고

목금토일 3박 4일간의 큼직한 계획을 세웠고,

나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문도피구우승상품으로받은) 아이패드를 꺼내들어

열심히 서칭하기 시작했다. 한창 찾다가 가장 마음에 걸렸던 숙소문제를 넌지시 꺼냈다.

친구는 이미 염두에 뒀던 것처럼 칼같이 대답했다. "펜션 이틀 게하 하루 고고?"

식은땀이 났다. '이xx 뭐지'

그리고 다시 물어보았다.

"방은 ? 두개 잡나?"

- "돈 많아? 그냥 트윈베드로 한 방 잡으면 되지않겠음..?"


그 이후로 더 묻지않고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이후 파티는 무조건 가야한다며 게스트하우스 하루 숙박에 관하여 떠들었다.

귀에 들어올리 만무했다.


세부 계획을 마무리하러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우리의 계획은 나름 거창했다. 안목카페거리에 가서 인스타감성을 충족시키고 

저녁에는 회를 떠서 소주와함께 바닷가를 바라보고, 중앙시장에서 닭강정도 먹고, 

경포대에서 혹시나 있을 버스킹 구경도 하고, 마지막으로 여행일정에 따라 숙소예약까지 마치고 

총무를 맡은 후배가 예약 내역을 전부 확인차 보여주었다 .




이틀치 펜션 예약내역은 있는데 게스트하우스 예약내역이 누락되어 물어봤다.





" 야 이거뭐야 왜 게하 예약은 없음? "

- "엥? 그럴리가. "


" 봐봐 없잖어.. 아까 결제까지 다했다며 "

- " 그러게..."


" 그러게라니..왜 이틀치만 있는데"

- "이틀치만.."


" 뭐라는거야"

- "틀치만..."


" ??? "

- " 치만.."


" ????? "

- " 그치만..."

" !!!!"


- " .....그치만...이틀치만 예약하지 않으면....백수쿤..나에게 아무런..관심도 가져주지 않는걸..."

갑작스런 그녀의 시간 차 공격에 맥을 못추고 당황하여 소리쳐버렸습니다;;


" 손나...바카나!!! 그럴리가 없잖아. 넌 이미 나에게 제따이니 소중한 후배랄까.."

- " ㅔㅔ..혼또니..?"

" 그리고 생각보다 엄청나게 귀여운 요소가 가득하단 말이지 "

- " 백수쿤.."

그러더니 갑자기 맞은편에서 내 옆으로 와서 앉아버렸다..

" 어이... 이건좀..반칙이잖나? 이상한짓 ..하지말고...여행계획이나 마저 짜자구 (흠;) "


이러던 와중에 카페안의 손님들이 난리가 나버렸죠..

카페주인은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한 잔 내어와 대접하더니

"코노야로...꽤 하는걸? 하하하 이 정열의 에스프레소는 서비스라고! "

뒤의 노부부중 신사 분도 다가와 한마딜 거들더군요

"와타시노 소싯적 모습을 보는것 같네!. 자네. 고마우이 (찡긋) "

 
제 후배는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들고 있더군요 (흐뭇)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웠었는지... 

지금은 제 옆에 누워서 가계부를 쓰고 있네요 (이거 너무 초고속전개아니냐구~)

올해 여름 휴가는 강릉으로 갈까합니다 .^^



-------------------------------------------------------------------------------



기출 변형은 여러번 이루어집니다. 긴장하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윤가람
19/07/02 17:26
수정 아이콘
랴.... 리건...
19/07/02 17:27
수정 아이콘
와...
Bemanner
19/07/02 17:28
수정 아이콘
전직솔로님 잘봤습니다
태권도7단이다
19/07/02 17:28
수정 아이콘
타마노코시
19/07/02 17:30
수정 아이콘
이건 김정은 혹사될만한 글..
19/07/02 17:30
수정 아이콘
무수한 신고의 요청이..
19/07/02 17:32
수정 아이콘
이 무슨 토익에서 미적분 나오는 소리야
회전목마
19/07/02 20:31
수정 아이콘
이게 뭐라고 터지네요 크크크크크
무지방하마
19/07/02 17:32
수정 아이콘
그래서 결국은 2박3일 트윈베드 간다는거자나요?
도요타 히토미
19/07/02 17:33
수정 아이콘
한잔 한다는 거 보고 쭉 내렸습니다
19/07/02 17:36
수정 아이콘
아. 추게에서 기출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또 틀렸네요.
치열하게
19/07/02 17:36
수정 아이콘
추천드렸습니다.
개발괴발
19/07/02 17:44
수정 아이콘
오늘 아침에 기출을 봐서 회피했습니다 -_-v
제라스
19/07/02 17:44
수정 아이콘
추게 덕분에 아래서부터봤습니다.
뚱뚱한아빠곰
19/07/02 17:50
수정 아이콘
내가 왜 이걸 정독했을까? ㅠㅠ
야부키 나코
19/07/02 17:53
수정 아이콘
이건 뻔했다 크크크크크 휴... 기출 푼 보람을 처음으로 느끼네요 크크크
글 읽으면서 제일 부러웠던건 휴가(with 여사친)가 아닌
[문도피구로 받은 아이패드]네요...크크크
김솔로_35년산
19/07/02 17:58
수정 아이콘
저는 똥셉션을 기억하고 있어 속지 않았습니다. 출제자 분석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19/07/02 18:01
수정 아이콘
나만 볼수없지 크크
최씨아저씨
19/07/02 18:05
수정 아이콘
했네 했어란 결말로 바꿔주셨으면...
이웃집개발자
19/07/02 18:16
수정 아이콘
킹치만살법 받아치기!!
조용히살자
19/07/02 18:31
수정 아이콘
그러니깐 식장예약하고 노후준비까지 끝내놓으신거죠??
지켜보고있다
19/07/02 18:35
수정 아이콘
하 나도 아침에 추게 다녀왔는데 뭐지 ㅠㅠ
세츠나
19/07/02 18:43
수정 아이콘
이건 제목부터 알아봄
스팸계란간장밥
19/07/02 19:15
수정 아이콘
저는 예상했습니다 부족하시군요 분발하시길
19/07/02 19:36
수정 아이콘
너무 진지하게 읽어버렸네..
박민하
19/07/02 19:48
수정 아이콘
추게 기출문제를 불과 이틀전에 보고도 당했다..
김피탕맛이쪙
19/07/02 20:00
수정 아이콘
않이... 이건 좀..
곤살로문과인
19/07/02 20:27
수정 아이콘
아 기출문제 보고 왔는데 변형문제를 못맞히네
19/07/02 20:27
수정 아이콘
픽션이죠?
전직백수
19/07/02 20:39
수정 아이콘
...ㅠ.ㅠ..흑흑..
태공망
19/07/02 20:37
수정 아이콘
트윈에서 한 번 내려봤습니다?
파핀폐인
19/07/02 23:02
수정 아이콘
아 이걸 걸리네 미친...ㅠ
19/07/03 02:57
수정 아이콘
칙쇼....
19/07/03 03:12
수정 아이콘
돌겠네 진짜;
퀀텀리프
19/07/03 05:51
수정 아이콘
기출 변형 긴장
시험지옥은 어디까지인가
잘먹고잘싸는법
19/07/03 08:29
수정 아이콘
괜히읽었어!!! 괜히읽었다구 ㅜㅜ
러블세가족
19/07/03 08:33
수정 아이콘
아니 여기서 문도피구를....?
스컬로매니아
19/07/03 08:51
수정 아이콘
빌드업 무엇입니까 후덜덜
제랄드
19/07/03 09:32
수정 아이콘
킹치만 개그 좋아요! 추천~
19/07/03 10:25
수정 아이콘
오이오이! 무수한 악수의 요청이..!
오래된캬라멜
19/07/03 11:50
수정 아이콘
무슨 바이럴일까 하고 정독했으나 패배하였습니다.
19/07/03 12:23
수정 아이콘
아...이런게 재미있는 것구나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1673 [일반] [9] 용서 [13] 이혜리4806 19/07/02 4806 1
81672 [일반] 소설 '부활'을 읽고(스포 있습니다.) [2] chldkrdmlwodkd4405 19/07/02 4405 1
81671 [일반] 파 프롬 홈 후기(스포) [28] aDayInTheLife7323 19/07/02 7323 1
81669 [일반] 영화 슈퍼맨(1978)이 높게 평가받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32] 중년의 럴커8404 19/07/02 8404 7
81668 [일반] [9]여자사람 동생과의 휴가 [42] 전직백수8341 19/07/02 8341 26
81667 [일반] (파 프롬 홈 강스포) 그 남자를 그리워하며 [22] roqur8042 19/07/02 8042 1
81666 [일반] 보험에 대하여 Araboza -4- [30] QuickSohee9324 19/07/02 9324 21
81665 [일반] 내가 내맘대로 이해하는 잔다르크이야기 [18] noname116794 19/07/02 6794 2
81664 [일반] [9] 나의 휴가, 너의 휴가, 우리의 휴가 [3] 초코머핀4416 19/07/02 4416 2
81663 [일반] 오버로드와 유녀전기에 관해서(스포 있습니다.) [29] chldkrdmlwodkd6122 19/07/02 6122 0
81662 [일반] 자유게시판 카테고리 우선선택 기능 단축키이동 지원 [11] 레삐4161 19/07/02 4161 6
81661 [일반] 오늘날의 세계는 3개의 '문명권'으로 삼등분된 거 같습니다. [74] aurelius12037 19/07/02 12037 3
81660 [정치] 교육공무직들은 공무원이 되고 싶은 것인가? 아닌 것인가? [35] 아유11108 19/07/02 11108 13
81659 [일반] (강스포) 스파이더맨 : 파프롬홈 후기 [45] 삭제됨9264 19/07/02 9264 2
81658 [일반] 반송중 시위대의 홍콩입법회 장악 [25] 나디아 연대기10377 19/07/01 10377 3
81657 [일반] 기자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23] 간옹손건미축9063 19/07/01 9063 8
81656 [일반] 인피니티 사가의 마지막을 장식할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개봉을 앞두고. [14] 은하관제7253 19/07/01 7253 1
81655 [일반] [보드게임] 미친 시대에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핵무장뿐... 『맨하탄 프로젝트2 - 종말을 향한 초읽기』 [6] 6739 19/07/01 6739 2
81654 [일반] [9]직장실화. 공포의 팀 휴가 [12] Secundo7029 19/07/01 7029 16
81653 [일반] [9]곧휴가 철을 맞아, 군 시절을 떠올리며 [19] 226123 19/07/01 6123 13
81652 [일반] 부풀어 오르는 온라인 커머스 매출액, 과연 정상적일까? [47] 내꿈은퇴사왕10440 19/07/01 10440 5
81650 [일반] [팝송] 칼리 레이 젭슨 새 앨범 "Dedicated" [4] 김치찌개5505 19/07/01 5505 3
81649 [일반] 사랑의 블랙홀이 살인마를 만났을 때... (영화 리뷰) [13] 박진호8906 19/07/01 8906 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