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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13 20:20:04
Name Sine Timore
Subject [일반] [후기] 첫사랑과 만나고 왔습니다
저번주 쯔음에 첫사랑과 만나고 글을 올렸는데 많은분들 기억하실려나 모르겠네요^^

처음에 글을 올리고 첫사랑과 만나신분들의 경험담을 듣고 긴장도 되고 그랬습니다.. 당일 약속 취소되어서 보지도 못하신분도 계시고 예전의 아름다웠던 모습이 산산조각 났다는 분들도 계시고 등등...

제가 잘생기지도 않았고 그 여자아이한테 큰 기억으로 남을수 있는 남자아이가 아니여서 한편으로 가슴도 조아리고 그랬습니다 훗...



2013년 5월 11일 토요일 at 대학로

일요일날 보기로 하였는데 둘다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토요일로 바꾸었습니다.

오랜만에 인간다운(?) 모습으로 대학로를 갔습니다. 평소에는 안암에서 술이랑 중국음식으로 쩔어사는 한 학생이지만.. 그 날 만큼은 멋쟁이가 되고싶었네요. 나름 비싸게 주고산 신발이랑 멋쟁이 (응?) 도시남 패션으로 갖추어 입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약속시간이 되도 그런데 나타나지를 않아서 마음이 갑자기 뛰었는데 갑자기 누가 "박OO!!" 라고 부릅니다. 돌아서 보니 예쁘게 차려입고 온 여자분이 계시네요.

제 첫사랑이더군요, 솔직히 처음에는 몰라봤습니다. 과학의 발전은 무서운 것 인가봐요^^ 그래도 어릴때 귀여웠던 볼살이랑 해맑은 웃음은 여전히 남아있더라고요.

너무나도 반가웠습니다. 서로 너무 변했다고 오손도손 이야기 하다가 제가 계획해둔 저녁코스로 대려가서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둘다 술에 강한 타입이 아니여서 고기집에서 술은 피하고 막걸리집으로 가서 이야기를 하다가 왔네요.

막걸리 한잔씩 마시면서 예전에 있었던 일을 말해봅니다. 학교생활을 어떻니, 군대는 어땟니, 예전 친구들 이야기 등등... 그러다가

갑자기 여자아이가

"어릴때 나 왜 그렇게 괴롭혔어? 나 좋아했지 ~? "

그래서 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막 웃더라고요.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그 때 내가 너를 너무 좋아했다고, 정말 미치도록.. 그 나이까지 이성을 좋아해본적이 없었거든.. 근데 성격이 소심하고 감정표현을 하기 싫어서 그렇게 밖에 할수없었다고..

갑자기 그녀가 막 웃습니다.. 본인도 저를 좋게 봤었는데 때린게 많이 아팠다네요.. 갑자기 급 미안 모드...

어느세 보니 7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만큼 가까워져있습니다. 남자친구 사진도 보여주고 서로 뭐하고 사나 등등... 유학생활이 어땟냐 등..

저도 잘 되가는 여자분 사진 보여주었습니다. 예쁘다고 칭찬해주니 기분도 좋네요.. 어느 학원에서 일했다고 말하니 출새했다고 해주기 까지 하네요.. 솔직히 자랑 좀 하고 싶었습니다 ^^

그런데 오묘한 기분이 드네요. 예전에는 이렇게 둘이 같이 있어도 아무느낌이 안들었는데.. 어느세 이런자리가 예전만큼 편하지가 않네요. 근처 친구들이 맨날 제가 여자아이랑 장난치고 괴롭힐때 "너 ooo좋아하냐?" 라고 놀리고 묻던 그 시절이 그립네요. 저랑 여자아이 나이 23.. 벌써 그럴 시간이 온것일까요? 남자친구가 전화와서 어디냐고 묻는데 샌스있게 지금 스터디 그룹중이여서 바쁘다고 넘겨주네요.

여자아이 아버지가 엄하신분이여서 통금시간을 지켜야된다네요. 이대로 보내기는 좀 아까워서 같이 사진도 찍고 커피하나 사줘서 버스정류장까지 같이 갔습니다. 버스 배차간격이 길어서 이야기 좀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궁금했던게 있어서 물어봤습니다.

저 : 혹시 우리 중학교 때 해어진 이후로 나 한번이라도 생각해본적 있어?
여자아이 : 음... 왜?

저: 나는 너 많이 생각했거든? 이성친구들 사귈때나 없을때나.. 힘들때 한두번씩 너 페이스북 몰래보고 그랬다... 스토커는 아니야^^..
여자아이: 솔직히 생각은 몇번 했었지~ 그런데 정말 이렇게 연락까지 할거라고는 생각못했다.. 나 인기있는 여자아이였자나 ^^

저: 고마운데? 그럼 내가 연락처음했을때 무슨생각 안 들었어?
여자아이: 음.. 솔직히 왜 보자고 했는지 의문이였어.. 지금 중학교때 같이있던 남자얘들 연락이 거의 두절상태거든..

저: 왜 보자고 했을까?
여자아이: (막 웃습니다) 글쎄? 너가 나한테 했던 나쁜짓들 반성하려고?

저: (말 없이 웃기만 합니다)
여자아이: 아니면 아직도 나를 좋아해서?

저: 만약에 너랑 나랑 둘다 옆에있는 이성친구가 없어지면 우리 옛날감정으로 다시 돌아갈수 있을까?
여자아이: 그건 모르는거지~ 그래도 분명한거는 나 어릴때 너 좋게 보았어.. 정말루... 근데 연인관계는 솔직히 모르겠다^^

버스가 다가오네요. 버스기사님 왜 벌써 오셨나요... 망할....

저: 집에 잘 들어가봐. 남자친구랑 행복하게 지내~
여자아이: (말 없이 손만 흔들고 웃어주네요)

버스가 저 멀리 사라지는것을 보니 마음이 심란합니다. 예전에 비행기타고 타지로 떠나는 제 모습이 데자뷰 되네요.

지금 제 옆에는 몇일 안됬지만 여자친구가 있는데 첫사랑은 보니 마음이 쿵덕쿵덕 뜁니다. 그렇다고 변심한거는 아니고요^^

그래도 예쁘고 바르게 자란 첫사랑을 보니 마음이 참 편안합니다.

제가 꼭 성공해야하는 이유가 점점 더 늘어나는거 같에서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네요.

지금 이 글을 치는 이 순간에도 엉뚱한 상상을 합니다.. 제가 출세하고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나면 어떻게 될지...

이렇게 제 첫사랑과의 만남은 끝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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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손을 잡으
13/05/13 20:34
수정 아이콘
아름답게 만나셨네요.
유니꽃
13/05/13 20:45
수정 아이콘
제가 만약 첫사랑분의 남자친구였다면 기분이 어땟을까 잠시 생각해봅니다.
남자친구입장에서는 스터디그룹이란게 센스있는 답변이 아닌 거짓말이며,
정류장에서 나눈 "너랑 나랑 둘다 옆에있는 이성친구가 없어지면 우리 옛날감정으로 다시 돌아갈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도
글의 정황상 남친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데 첫사랑은 첫사랑으로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저에게는
조금 생소한 글이네요..^^;
13/05/13 20:49
수정 아이콘
그래도 유쾌한 만남이었네요~
이정도로 딱 접어두고 첫사랑보다 예쁘고 귀여운 여친 만나실 것 같아요!
민트가디건
13/05/13 20:56
수정 아이콘
저도 좋아했었다고 지금은 편하게 말할 수 있는데 마음도 편해질 것 같고
연락할 방법은 많겠지만 현실을 알아버리는게 싫어서 안하는게 마음 속 진실이겠지만요
그래도 나쁘지 않게 모든걸 털어놓으셨다는 점에서 좋으셨겠습니다

다만 저도 오히려 이제 만나셨으니 훌훌 털어버리시고
지금의 여자친구에게 잘해주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제 아이디가 짝사랑 별명이라 더 공감이...
이름도 모르고 과만 대충 알지만... 한번 보고 싶어지네요 ^^~
13/05/13 21:33
수정 아이콘
지난 토요일에 대학로였으면 글쓴분을 길가다 뵜을수도 있겠네요 크크

만나시는동안 서로 솔직하게 이것저것 얘기 하신것같네요~ 저도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연락 닿을 방법이 없습니다;;
Sine Timore
13/05/13 22:59
수정 아이콘
토요일 대학로 나름 한가하고 좋았습니다 흐흐....

연락 닿는법은 지인들 뒤지다보면 다 나온다는... sns도 있고.. 스토커는 아니에요 ㅠ...

근데 뭐 막상 만나는 날은 좋은데 이틀지난 지금보면 그냥 향수에 젖어버린 하루였던거 같에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죠 훕..
논트루마
13/05/13 21:38
수정 아이콘
여자분이 고수의 향기가 느껴지는데... 이정도면 매우 깔끔하고 아름다운 마무리였다고 보여집니다.
jjohny=Kuma
13/05/13 21:48
수정 아이콘
저도 여자분이 아름답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잘 유도하신 것 같습니다.흐흐
피지알러
13/05/13 22:28
수정 아이콘
훈훈한 결말이시네요. 흐흐
王天君
13/05/13 22:37
수정 아이콘
여기까지가 딱 좋습니다. 너무 가까워지거나 거리를 좁히려고 하진 마세요.
사람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 마련이고, 그 변한 간극이 의외로 크게 다가오기에 이전의 좋았던 기억도 다 빛이 바래지게 됩니다.
저는 거의 첫사랑 두 명(?)과 재회를 했었고 나중에 사귀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실수가 아니었나 싶네요
Sine Timore
13/05/13 23:01
수정 아이콘
좋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Paranoid Android
13/05/13 22:43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분이있는데 벌써 그이후를 생각하시는건 나빠요.
사실만나봐야아름답지못할수있어서...내맘속의짝사랑과는...ㅡㅜ
Sine Timore
13/05/13 22:56
수정 아이콘
저도 여기까지만 할려고요. 그 날 이후로는 또 그냥 평소대로의 감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오랫동안 보지 않다가 봐서 새로운 감정이 달아올랐나보네요. 나중에 다시 인연이 되면 만나겠죠. 그리고 지금 제 옆에있는 여자친구한테 충실해야죠. 다른분들도 좋은 일 있으시기를..~
단백질
13/05/14 20:33
수정 아이콘
야구는 끝나야 끝난 것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인연의 끈만 놓치 않으면 끝은 아니라고 봅니다.
20대 초반에 만났던 그녀와 8년 만에 다시 만나 작년 가을에 결혼했습니다.;;;
좋은 감정이 있다면 그분을 잊지 않고 기억함 만으로도 님은 그분의 미래의 남자 후보군 이라고 봅니다.
항상 기억하시고, 이따금 연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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