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엄청 많습니다! <-
2002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 개봉한 이후, TTL 소녀로 주가를 한층 높이고 있던 임은경은 사라졌다.
2008년 <맨데이트> 의 개봉을 앞두고 재희는 입대했다. 당시 재희는 <쾌걸 춘향> 의 성공으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던 때였다.
모든 사람들이 재희는 군대로 도망간 거라고 했다;;그리고 2017년, <리얼> 이 개봉했다. 주연배우는 한류스타 김수현이다. 그리고 김수현은 군입대가 예정되어 있다.
진짜 망하고 싶지 않으면 군입대 연기하고 하나 더 찍고 가야 한다.* 시작은 이랬다 *
때는 바야흐로 2017년 7월 1일.
약 2010년까지만 해도 영화광으로 주위에 이름을 날리며;; 온갖 종류의 영화를 섭렵하며 시네필을 꿈꿨던 필자의 좋지 않은 성격 중 하나는 바로 괴작과 망작을 찾아다니면서 보는 것. 그리고 필자의 인생망작 영화로 늘 꼽는 것은 바로
맨데이트
아무튼, 한동안 바빠 영화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살았던 필자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바로 다름이 아니라,
맨데이트보다 리얼이 더 개판이래!
라는 말을 듣고 만 것. 헐 미친 이건 나를 위한 영화가 아닌가 T_T 꼭 보러 가야만 한다고 결심하고 영화관에서 내려가기 직전, 조조영화로 눈누난나 보러 감
(사실 포인트 박박 긁어서 공짜로 보고 옴)사실 1의 사전정보도 없이 보러 갔는데 ㅠㅠ 그러나 아쉽게도 리얼은 괴작이 아니었다. 진짜, 레알 망작이었다. 감히 맨데이트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정도....
이하 영화
같지도않다는게실화냐 <리얼> 에 대한
스포일러가 가득하므로 고려해서 읽어주세요.
사실 분명히 영화 보러 갈 때는 사람 1도 없겠지 크크크 안에서 보다가 재미없으면 로직이나 해야지 크크크 했는데 20명 정도가 전부 앉아서 끝까지 보는 바람에 필자도 울면서 집중해서 봤다는 게 최고 함정이었다.
* 이것이 진짜 망작이다, 상상 그 이상 It's Real! *
첫 번째 문제: 배우 김수현
배우로서 김수현이 가진 장점은 무엇일까? 드라마를 정말 잘 고른다는 것? <크리스마스에도 눈이 올까요?>, <자이언트> 에서 독보적인 아역 연기를 보여줬지만, 사실 김수현이 그 나이대의 배우들에 비해 정말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던 것은 아니고, 장르적으로 다양한 연기를 해온 건 아니었다.
김수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면 바로 마스크다. 차가운 도시 남자(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부터 촌놈(드림 하이, 은밀하게 위대하게)까지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그 마스크. 어떻게 보면 ‘차가운 남자’와 ‘약간은 어리숙한 남자’를 동시에 오가면서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은 타고난 외모 말이다.
아마 감독은 이걸 알았을 것 같다. 그러니까 김수현을 원톱, 그것도 모자라 1인 2역에 투입한다는 발상을 하지 않았을까?
조금만 만듦새가 나았더라면, 최소한 이 영화에서 김수현만큼은 건질 수도 있었을 텐데 T_T
여튼. 이 영화 속에서 김수현은 1인 2역을 오간다. 이하 작중인물 장태영으로 설명.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는 장태영은 해리성 인격장애를 가진 인물이다. 어쩌다 보니 소년원에 갔고, 어쩌다 보니 사람을 죽이게 된 무서운 남자 장태영은 사실 떠오르는 조폭으로 카지노를 설립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자신을 치료하려고 하는 정신과 의사가 ‘너는 주류 같다’ 라고 말을 하자, 대뜸 옷을 벗어제끼고 이 상처는 어쩌구 저 상처는 어쩌구 자지에 다마 좀 박았고 하면서 개판으로 굴 정도로 망나니 같은 새끼. 이 인물을 조폭 장태영이라고 호칭하기로 한다.
정신과 의사는 장태영의 다른 인격을 보기 위해 최면을 시도하고, 깨어난 다른 인격은 시력이 약한지 안경을 쓰고, 자신이 ‘오리지널’ 이라는 말을 한다. 오리지널 장태영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은 다름아닌 약쟁이 르포 작가로, 어리숙하고 유약해 보이는 샌님 같은 인물. 그는 자신을 죽이고 싶어하는 충동에 침잠해 있고, 의사와 조폭 장태영은 ‘오리지널 장태영’을 죽이려고 하고 있다. 오리지널 장태영도 자신의 살해에 대해 동의한 상태.
그러나 그 살해 방식이 뭐냐면…….
다름아닌 오리지널 인격을 ‘식물인간’의 몸에 옮긴 채, 식물인간을 살해하는 것! 식물인간은 어차피 죽을 사람이고, 오리지널 인격도 자살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 방식대로 살해하고 나면 남는 사람은 오직 ‘조폭 장태영’만 남게 되기 때문이라는데…….
슬슬 동공지진이 시작됨
이거 빙의물이었어!?
그러나 빙의물이 아니었다 ^_^
그럼 식물인간이 죽었나요?
아니 그럼 영화 진행이 안 되잖아!
오리지널 장태영이 식물인간을 죽이려고 하는 그 순간, 식물인간이 느닷없이 깨어난다! 그리고 ‘조폭 장태영’이 의식을 차리고 그대로 병실을 벗어나 사라져 버린다.
식물인간은 ‘조폭 장태영’이 남기고 간 안경을 보며 새로운 삶으로의 변신을 꿈꾼다. 이하 식물인간을 ‘가짜 장태영’이라고 호칭.
‘가짜 장태영’은 (도대체 이유는 왠지 모르지만 뭔가 설정이 있었겠지 그러나 영화 속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돈이 엄청 많은 인물이다. 게다가 모든 것에 유능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의 사기캐 후견인 ‘사 변호사’를 시켜 모든 일을 척척 해낸다. 장태영의 뒷조사를 해서 ‘르포 작가’ 장태영의 신분을 훔치는 것은 물론이고, 성형수술을 해서 얼굴을 ‘오리지널 장태영(안경 썼다는 뜻)’과 똑같이 개조한다. 장태영의 빌라, 장태영의 카지노 시에스타, 심지어는 장태영의 애인 송유화(설리)까지 탐낸다.
처음에는 무슨 엔터테인먼트 홍보영상인줄… 시에스타는 개뿔 씨스타다 씨스타
‘가짜 장태영’의 장태영에 대한 열등감은 주로 성적으로 표출되는데, ‘조폭 장태영’과 송유화의 정사 씬을 훔쳐들으며 자위를 한다. 그리고 그 장면을, 같은 장소에서 비슷하게 생긴 여자를 불러다 똑같은 방식으로 시킨다. 여자에게 설리의 대사를 시키면서, 여자의 뒤에 펼쳐진 스크린으로는 ‘조폭 장태영’과 송유화의 정사씬을 라이브로 감상하면서.
자신의 카지노를 탐내는 조원근(성동일)의 등장으로 자금난 압박에 밀려 있던 장태영은 자신에게 선뜻 도움을 준 투자자 ‘가짜 장태영’과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지만, 자신의 모습을 하나 하나 따라하려고 하는 ‘가짜 장태영’에게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낀다.
이 영화의 <리얼>이라는 제목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조폭 장태영’과, 그런 장태영을 선망하며 따라하고 싶어했던 ‘가짜 장태영’의 대립. 해리성 인격장애를 가진 인물들의 자아 찾기는 상투적이지만, 리플리 식의 열등감과 스토킹 기질을 끼워넣으면 상당히 재미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 마스크가 1인 2역을 연기할 수 있었던 김수현이라면 더더욱.
‘조폭 장태영’은 신체적으로 강하고, 17:1의 전투를 무난히 소화할 정도로 사기캐고(올드보이의 복도씬을 오마쥬해서 망치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섹스도 잘하고, 잘생겼고, 걸치고 다니는 것은 전부 명품에 여친까지 미인이고, 성격은 개썅마이웨이다. 자아적 특징은 껌을 씹는 것. 그러니까 정말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조폭의 온갖 클리셰는 때려박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가짜 장태영’은 어쩐지 유약하다. 자아적 특징은 안경을 쓰는 것. 르포 작가였던 오리지널 장태영과는 조금 다른데, 목소리를 가늘게 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와인잔을 잡는 모습조차도 여성스럽고 폭력에 대해서는 대단히 민간인인—전기톱을 들고 설치다 떨어트리는 병신짓은 압권—면모를 보여준다.
김수현은 최소한 1인 2역만큼은 잘 해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인상적으로 남은 쪽은 ‘가짜 장태영’ 이었다. 엑스맨에 나왔을 법한 크리스탈 특수재질로 만든 번쩍번쩍한 가면을 쓴 채, 파란색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눈으로 다른 인격을 연기할 수 있는 건 분명히 재능이었다.
그러나 ‘조폭 장태영’은 아무래도 김수현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던 것 같다. 머릿속에 남는 건 허세와 똥폼밖에 없었다. 보통 마스크는 되는데 연기는 못 하는 배우들이 어떻게든 ‘척’하면서 화면을 메꿔 보려는 그런 느낌?
여기까지 영화를 보고 느꼈는데, 김수현은 오히려 전형적인 인물을 연기 못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수현의 최고 히트작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부터가 굉장히 이상하고 엉뚱한 캐릭터였으며, <드림 하이>의 삼동이도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닌 건 마찬가지였고. 그나마 전형적인 게 <해를 품은 달>의 이훤 정도인데, 이건 사실 김수현이 연기력으로 하드캐리한 드라마는 아니었기 때문에 논외로.
두 번째 문제: (개연성을 내다버려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
아무튼 ‘가짜 장태영’이든, ‘조폭 장태영’이든 조원근을 조져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두 사람은 단 둘이서 조원근의 마약 공장에 난입, ‘조폭 장태영’은 단신으로 그 안의 깡패들을 모두 때려눕히고 불까지 질러 확인사살한다.
공장 때려부수는 액션신에서 떠오른 영화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올드보이였고 하나는 협녀였다. 올드보이의 경우 오마쥬. 그 유명한 복도 장도리 롱테이크 씬을 오마쥬했는데…….
도대체 이걸 왜 했냐 T_T 다 된 올드보이에 리얼 끼얹지 마로라
협녀는 안좋은 의미로 생각이 났는데, ‘괜찮을 수도 있었던 액션’을 협녀는 자기 멋대로 리듬을 잘랐었다. 예컨대, 빠르게 타타타탁 쳐야 할 곳에서 난데없이 슬로우 모션을 쓰거나, 길게 쭉쭉 촬영해야 할 씬을 난데없이 끊어서 이어붙인다던가.
최고 안 좋은 쪽은 효과음이었는데, 보통은 ‘퍽’ 정도의 소리로 끝내면 될 것을 리얼은 ‘콰콰쾈왘왘’ 정도를 쓴 느낌이랄까? 누가 봐도 후시로 갖다 붙인 티가 팍팍 났다. 생동감 1도 없고요… 이게 액션씬의 끝이라면 좋았을 텐데.
이 액션이 영화에서 가장 멀쩡한 부분이라는게 솔직히 제일 슬프다 T_T
아무튼, 조원근은 도망갔고 공장에 불 지르는 데까지는 성공. 그렇다면 이제 두 장태영은 둘 중 하나를 제거해야 하는 목표가 생긴다.
‘가짜 장태영’은 장태영이 남긴 비디오 등을 집요하게 좇은 끝에, ‘오리지널 장태영’의 비밀 공간을 찾아내고 그곳에서 <시에스타> 라는 마약을 발견한다. 즉, <시에스타>는 원래 카지노 이름이 아니라 신종 마약의 이름이었던 것.
‘가짜 장태영’은 조폭 장태영에게 시에스타가 섞인 껌을 먹이고, 조폭 장태영의 삶은 모두 거짓이며 조폭 장태영이라는 인격 또한 해리성 인격장애로 인해 ‘발생’된 새로운 인격임을 알려준다. 오리지널 장태영의 인격을 이어받은 자신이 ‘진짜’라고 주장하며, 조폭 장태영이 마약에 취해 무너지는 것을 유유자적 관찰한다.
이쯤 되면 자아붕괴가 시작됨.
인격이 이동하다니 아니 이거 진짜 빙의심령물이었어?
……그럴거면 처음에 정신과 의사가 안 나오지 않았을까?
이딴 게 어딨냐고 T_T
마약에 취한 ‘조폭 장태영’에게 안경을 씌워 자신의 차에 싣고, ‘가짜 장태영’은 애인까지 바꿔치기 해서 조폭 장태영의 차를 타고 송유화와 함께 간다. 그러던 중 갑자기 리타이어했던
조원근 등장!
트럭 몰고 나옴 크크
‘조폭 장태영’과 애인을 무자비하게 죽여버림....
오…… 이제 영화가 끝나나? 하고 핸드폰으로 시계를 봤다.
그러나 지져스 크라이스트……
대체 왜 아직도 1시간이 남은 것인가요?
아무튼 조원근은 송유화를 데리고 대탈주. 여자를 돌려받기 위해서는 자신을 엿먹인 러시아 마피아 ‘세르게이’를 데려오라는 게 협상의 유일한 조건.
세 번째 문제: 러닝타임 1/3을 남기고 시작된 난데없는 느와르
가짜 장태영은 조폭 장태영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조폭 장태영은 살아남는다. 오리지널 장태영의 조력자였던 노염 형사에 의해 구출된 것. 그러나 마약 중독이 되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조폭 장태영은 오리지널 장태영의 기억에 조금씩 접근해 가고, 두 장태영은 모든 사건의 흑막인 ‘세르게이’의 윗선 ‘보리스’를 찾아다닌다.
그런데 알고보니 ‘보리스’가 누구였냐면
정신과 의사선생님......
미친 여기서 현실 욕 터짐 (아니 상식적으로 정신과 의사 = 러시아 마피아 = 마약개발자) 이게 말이 되냐고 존나 무슨 아이큐 280의 매드 사이언티스트임?
아무튼 그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알고보니 시에스타의 창조주였다는 이 말씀.
그리고 시에스타라는 마약이 대체 뭔가 하니…….
(여기서부터는 난해한(설정빵꾸난) 영화의 내용상 자의적인 해석이 첨부됨) 두 가지 인격을 만들어내는 것임. 한마디로 마약중독이 된 상태에서 ‘살고 싶으면’ 살기 위해서 다른 인격을 만들어 내는 것. 의사의 말에 따르면 시에스타에 중독이 된 상태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장태영과 의사 본인, 두 사람이 유일하다고 함. 의사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의사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마약에 중독시켰음. 가짜 장태영으로 행세하던 식물인간도, 송유화도, 장태영도.
아무튼 가짜 장태영은 송유화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송유화는 결국 약물중독으로 사망, 조폭 장태영은 다 때려부수러 카지노로 침입 크크 송유화가 죽고 맛이 간 가짜 장태영은 혼자 안에서 술이나 처먹고 지랄. 조원근과 장태영은 의사를 쳐잡겠다며 카지노를 몽땅 때려부순다.
그리고 여기서 이 영화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데…….
가짜 장태영은 조폭 장태영의 전투씬을 보면서 그 사람이 자신이라는 동일시 환각에 빠진다. 손에 칼을 맞아도, 피부 안이 존나 강화인조사이보그라서 다치지도 않음. 그때부터 자신의 힘을 자각하고 몽땅 때려부수기 시작한다.
매트릭스 보러 온줄;;
사람을 내던질 때마다 콘크리트가 박살나고 네오에 빙의해서 슬로우모션 총알 피하기는 기본에다가 어디서 난데없이 지진이 일어나고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 모두가 뒤져나가는 와중에 가짜 정태영만 혼자 유유히 살아남.
그리고 갑자기 현대무용을 추기 시작함 ^_^ 존나 갑자기 장풍을 막 뿜음 ^^ 발로 피루엣 한번 돌때마다 둘러싼 사람들이 휙휙 쓰러지고 존나 춤사위를 막 돌기 시작함.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니,
아 시발 꿈;;;
이것은 모두 진짜가 되고 싶었던 가짜 정태영의 시발쿰이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진짜 정태영’이 자기를 노려보고 있고, 가짜 장태영은 약에 취한 채 카지노를 벗어남.
그리하여 이 영화는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진짜 끝임;;;)
아 줄거리 존나 많이 빼먹은거 같은데요.
너 그것도 기억 못 하냐?
……아니 이건 애초에 존나 연결 안 되는 스토리를 이어붙인 제작자가 문제라는 생각;;
네 번째 문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프랙탈 그래픽과 도대체 왜 썼는지 모를 효과들
다시 ‘오리지널 장태영’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오리지널 장태영은 르포 작가였으며, 마약 중독자였다. 마약에 빠져 환각 상태에서는 환상을 보고 현실을 오가는데,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장치를 감독은 친절한 설명 없이 불친절한 그래픽으로 때웠다. 대부분 프랙탈 이미지를 활용했는데,
1. 맨 첫 장면, 최면으로 인해 인격이 바뀔 때 한 명의 ‘장태영’은 느닷없이 물에 빠진 채 허우적거린다. 그리고 물에 빠진 장면이 두어 번 정도 더 나오는데,
느닷없이 옆에서 상어가 출몰함
알고보니 그 상어는 나중에 카지노 안의 수조에 들어 있는 것으로 나오긴 한다.
2. 식물인간이 깨어날 때, 직선으로 이루어진 심전도 그래프가 곡선형이 되어 출렁출렁거리며 화면을 왜곡시킨다.
3. 환상의 경우, 화면을 부옇게 만드는 효과를 넣는 것도 모자라 온갖 컬러 그라데이션을 집어넣었다.
4. 컬러 그라데이션이 자기들끼리 접붙어서 요동친다;;
그 외에도 이미지 활용의 실패는 더 찾아볼 수 있다.
5. 카지노의 향락을 보여주기 위해 과도하게 사용된 네온사인과 자극적인 영상들. 그 스트립 댄서 언니들과 난교 씬 같은 것들이 종종 나오는데 섹슈얼하다기 보다는 너무 홀딱 벗어서 천박하다는 느낌;
6. 중국 투자를 받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지적 색감이 너무 ‘붉은’ 톤이라 나중에는 눈이 다 아파서 뽑힐 것 같았다;;
7. 분위기와 안 맞는 BGM, 유난히 큰 효과음
7번만 제외하면 사실 이런 것들은 영화보다 뮤직비디오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 영상미인데……. 이런 방식을 영화에서 쓴 건 <물랑루즈!>와 <콘스탄틴> 이후로 한국영화에서는 처음 보는 느낌인데
뭐든 쓰려면 적당히 잘 써야 하는 법
초반과 달리 중반부터는 어떤 게 현실이고 어떤 게 환각인지, 누가 누구 이야기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아마 감독이 바뀐 것과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한다. 왜냐면 솔직히 초반은 그렇게 썩 나쁘진 않았거든요;;; (아마 뒤가 너무 개망이라 그런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함)
결론: 과유불급
주연배우는 커리어를 망치고
감독은 영원히 묻히고
투자자는 돈을 날리고
관객은 시간과 돈을 날리고
아무튼 그래서 네 가지 문제를 합치면
이것이 바로 영화의 탈을 쓴 <리얼>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상업으로 진출한 이상, 남의 돈 가지고 예술 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그럼 정말 저예산 예술영화들은 망해서 찍을 수가 없다고.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신 분이 대표적인 예를 들은 게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었다. 당시 제작비 100억 이상. 그리고 나는 그 영화를 영화관 가서 본 새럼...
리얼이 망한 이유는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려서다.
- 연기 (1인 2역, 사실은 1인 3역에 가까움)
- 내용 (1인 2역이 서로 싸우면서 자아 찾는것도 빡세 죽겠는데 거기다가 마약이랑 조폭은 왜 끼얹어서 이 난리를 쳐)
- 영상미 (그래도 설리랑 김수현 씬은 기대하고 갔었다. 5초 봤음)
- 난데없는 누드와 자극적인 장면들 (김수현 서비스인지 존나 많이 벗어주더라)
- 무용 액션 (김수현은 최민식도 아니고 장만옥도 아니며 양조위는 더더욱 아님)
- 쌍팔년도 급의 발퀄 CG
- 그 외에도 문제가 아닌 것들을 찾기가 더 힘들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자극적이려고 노력했으나 결과는 천박한 시각적 포르노도 되지 못했던 망작이었다. 괴작 아님. 망작임.
망작! 망작! 망작!
여러분 괴작이라는 얘기에 홀려서 보러 가지 마세요 ㅠ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제 기준으로도 괴작 아니고 망작인줄 알았으면 안 보러 갔을 거예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