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반기 향방작계를 다녀왔습니다. 올해 훈련은 끝이지만, 아직 5년차라 내년이 남았다는게 귀찮기만 합니다. 저도 친구들처럼 1년 먼저 가서 올해 6년차였으면 좋으련만...어쨌든 각설하고, 올해 상반기(4월)에 갔을 때랑 다른 점이 두 가지 있더군요. 하나는 이제 훈련비(식비) 6000원을 식권 지급이 아닌 현금 지급으로 회귀했다는 것, 또 하는 바로 [담배수거 & 동대장의 허가(통제)하에만 흡연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비흡연자라 휴대폰만 반납해서 몰랐는데(심지어 저한테는 물어보지도 않았..) 인도인접시에 담배를 수거했다고 합니다. 흡연시에 동대본부에 와서 가져가라는 식으로요.
그런데 웃긴건 저렇게 말해놓고 실제로 흡연이 허용된 것은 훈련시간 동안 딱 1번이었습니다. 13:00~19:00 6시간짜리 작계훈련이었는데, 15:00에 작계지 출발 전에 딱 1번 동대장이 주민센터 앞에서 집합하기 전에 흡연하라고 말하고 18:30에 퇴소할 때까지 흡연하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14:00에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동대장이 흡연하시면 안 됩니다. 당당히 말하고 나갔고, 15:30~17:30에 작계지(공원)에서 교대로 임무수행할 때도 화장실은 자유롭게(훈련장소에서 2분거리, 병사가 흡연하는지 감시함) 가도 되지만 흡연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사실 3~4시간 금연하는게 인권운운 하면서 문제삼을 일은 아니긴 합니다. 그런데 애초에 예비군 규정에 흡연관련한 통제는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훈련[상황]에 따라 동대장 권한으로 흡연을 통제할 수는 있겠죠. 네, 그 [상황]이 바로 동대장이 제시한 근거였습니다.
보통 작계훈련은 주민센터나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집결합니다. 주민센터는 당연히 해당 동의 주거지 근처에 위치하고 있고, 학교는 아직 어린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이죠. 이 곳에서의 흡연은 상당한 제약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걸 동대에서 동대장이 제한하고 통제한다? 그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초,중,고 선생님들 중 흡연자는 교감,교장의 허락을 받고 흡연을 한다거나, 주민센터 직원들이 동장의 허락을 받는다던가 하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흡연구역에서 혹은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인적이 뜸한 곳에서 흡연을 하고,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 것이죠.
동대장이 제시한 근거는 이렇습니다. 지난 달 훈련 중에 주민센터 앞 주차장에서 흡연을 했던 예비군에게 주변에 사는 주민이 담배연기 때문에 민원을 제기했고, 해당 예비군에게 과태료 30만원을 물게 했다. 작계지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이라서 (원래는 특정 건물인데 주변에 사람들의 통행도 많고 공간이 협소해서 근처 공원에서 훈련 받음) 전 구역 금연구역이기 때문에 흡연할 수 없다.
이 근거가 웃긴게 위에서 언급한 15:00에 부여한 흡연시간에 동대장이 지정한 흡연장소는 나무들이 있어 사람들 눈에 잘 안 띄는 "주민센터 앞 주차장"이었습니다. 심지어 눈에 잘 띄는 다른 장소들보다 주택가에 가깝고 인도와도 가까운 곳이었죠. 그리고 작계지인 공원은 본래가 금연구역인 것은 맞지만, 공원내에 공연을 하는 극장이 있고, 극장에 딸린 주자창이 하나, 공영주차장이 또 하나, 그리고 지하철 역(10m이내에서만 금연구역)이 존재합니다. 과연 이 장소들 중에서 흡연이 가능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었을까요? 거리상으로도 화장실보다 조금 먼 3~4분 거리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통제를 정당화 하기 위해서 앞서 교육시간에 자신은 예비군들이 피해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억울한 사람(나는 스마트폰, 담배 반납했는데 다른 사람은 틈틈이 휴대폰 쓰고 흡연하더라)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 등을 강조하면서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해달라고 자기는 합리적인 방법을 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은 사람들이 민원을 예비군에게 직접 하는게 아니라 주민센터나 동대로 하기 때문에 그런 민원제기가 두려워서 시행하는 방침이라는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자신은 인격자인 것처럼 말하는게 참 그렇더군요.
사람들이 피해 받지 않게 행동자체를 제한하고 통제하고 감시한다던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불공평함을 없애기 위해 모두가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 버리는게 요 근래 무슨무슨정부와 무슨무슨법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비정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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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이 올라서 불만이 아니라 흡연자한테 뜯어가는 것의 일부나마 써서 흡연부스라도 만들겠다는 그런 의지조차도 없는 게 문젭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 세금을 더 걷는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왜 하나 했더니 금연권장이니 흡연시설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의지표명이었더군요 크크크
국가가 공인해준 합법적 마약을 통해서 많은 흡연자들은 이미 중독에 빠지게 하고
금연율을 최소화 하는 내에서의 가격 인상을 통해서 최대의 세수효과를 누리고
그 걷어진 세금을 흡연자를 위해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하는게 전 정말 이해가 안됩니다.
담배 판매율 떨어질까봐 담배에 혐오사진을 넣는다던가 하는 일은 하지 않으면서
국민건강 운운하는게,, 흡연자들이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