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아니 세상에서 가장 고밀도의 막장드라마가 탄생했습니다. 남편에겐 게이 애인이 있고, 아내는 그 남편을 보고 바람을 핍니다. 아들은 자기에게 떨어질 콩고물 때문에, 부모님이 이혼하길 바랍니다. 장군은 남자다운 직업군인에 가정적인 남편이지만 탤런트에 눈이 돌아갑니다.
이러한 막장 코드가 한회에서도 쉴새없이 몰아부치는 드라마가 바로 TvN의 '우와한 녀'입니다. 가장 자극적이고, 가장 선정적인 오락 코드로 범벅되어 있는 이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현재 방영하는 드라마 중에 가장 우리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남의 시선을 중요시하고 민감해하는 이들은, 내재적인 불안함이나 상황적인 결핍을 과시와 허영으로 덮으려 한다. 그래서 존재하는 것이 ‘쇼윈도 부부’다. 실제로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마치 잉꼬부부인 것처럼 행동하는 부부를 뜻하는 말이다.(국민일보, 2013-04-16)
남의 시선을 중요하는 현상은 '한국의 평등주의, 그 마음의 습관'이라는 책에서 잘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한국 특유의 평등주의에 대해 설명하며, 자유주의의 실천 계급으로서의 부르주아적 경험이 결핍된 한국의 중산층은 가장 중요한 덕목인 '교양'을 배양하고 내면화할 겨를도 없이 산업화의 공간에 던져졌다고 평했습니다. 그러한 '내면화' 대신에 자리잡게 된 것은 남들 한테만 잘보이면 된다는 허영의식입니다. 이들 또한, '어떻게 하면 우리가 행복할까?'로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남들 한테 행복하게 보일까?'에만 집중하면서, 내부는 점점 썩을 대로 썩어가지만, 겉모습만큼은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패한 자본과 권력이 연예계와 결탁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연예계를 통해 세탁하는 모습도 정치의 본질 보다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현 세태를 비판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돈만 챙기면 윤리 따윈 내팽겨치고 모든지 다 하는 가정부, 가족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특종에만 열을 올리려는 기자, 나의 사랑을 위해 부인의 감정은 신경쓰지 않는 아나운서, 자본주의 사회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학생, 자신의 쾌락을 위해 앞뒤, 물불 안가리고 돌진해나가는 군인, 나보다 잘난 사람에게 질투하고 어떻게든 무너지기만 바라는 아나운서 후배까지... 드라마에선 다소 과장적으로 보여주지만, 생각해보면 어디선가 볼법한 사람들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잊혀가는 윤리 의식과 점점 높아져가는 사람들의 욕망을 뒤틀리게 보여준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는 단 한사람, 지성기. 그는 이 드라마의 가장 포인트라고 할수 있는 캐릭터 같은데요. 가장 비밀스러운 존재이면서도, 그 속내를 알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저는 '아무리 선량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탐욕스러운 세계에 뛰어든다면, 그 사람은 점점 탐욕으로부터 물들게 되어 있다.' 라는 뜻을 가진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권력의 단맛을 본 그가, 어떤 식으로 더욱 큰 욕망을 가질려고 할지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제가 너무 오버하면서, 이 드라마를 시청한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여러분도 이 드라마를 보시면서 내포되어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한번 살펴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PS. 모든걸 다 빼고 설명하더라도, 로고의 She is wow! 를 ‘니은’으로 보면 작가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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