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 집에서 놀다가 살도 뺄 겸 여기저기 걸었습니다.
이렇게 걷다가 보니 이렇게 그냥 의미없이 걷는 것 보다 목표를 가지고 걸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걸어서 서울까지 가보자 였습니다.
보통 충북 충주 터미널에서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까지 거리는 125km 정도 되고, 시간은 2시간이 조금 안걸립니다.
고속버스요금은 우등버스를 타도 10,900원이죠.
어차피 시간도 남는데 한번 걸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위 그림이 제가 걸은 경로와 시간을 체크한 겁니다.
카디오트레이너라는 운동 앱을 이용했습니다.
5월 14일 오전에 출발해서 5월 17일 새벽에 도착했으니 2박 4일이 걸렸네요.
이번에 걸은 거리를 모두 합쳐 보니까 거리는 141.61km, 시간은 29시간 18분이었습니다.
일자별로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일차 : 54.83km , 9시간 59분
2일차 : 32.01km , 6시간 41분
3일차 : 54.77km , 12시간 37분
합계 : 141.61km , 29시간 18분
보시면 아시겠지만 1일차와 3일차에 비슷한 거리를 걸었는데 시간은 무려 3시간이나 차이가 납니다.
걷는 평균 속도도 5.5km/h , 4.8km/h , 4.3km/h 로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그 전에 충주에서 연습삼아 걸었을 때는 매일 40km 가까이 걸었어도 그 다음날 걸을 때 큰 무리가 없었는데, 서울 올라올 때는 하루 걷고 그 다음날 걷는데 많이 어렵더라구요.
1일차에는 거의 부담없이 걸었는데, 2일차에는 발에 물집이 잡혀서 고생했고, 3일차에는 물집이 아니라 발을 내딛을 때 마다 발바닥이 너무 아팠습니다.
도착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너무 많이 걸으면 '족저근막염'이라는 것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뜨끔)
(다행히 서울에 올라와서 근 보름 가까이 쉬다보니까 발바닥은 이제 아무런 이상이 없네요.)
전 3번국도를 따라서 올라왔습니다.
충주에서 서울까지는 4대강 자전거길이 이어져 있어서 자전거길을 이용해도 되지만, 예전 어렸을 때 서울가는 길을 되새기면서 국도를 올라가 보기로 했죠.
(자전거길은 충주 내려갈 때 이용해 보려구요. ^^)
생각보다 국도변을 걷는 것이 어렵지는 않더군요.
충주시에서 장호원읍까지는 자동차전용도로가 생겨서 구국도를 이용하다 보니 차가 별로 없는 곳으로 갈 수 있었고, 이천시부터 광주시까지는 국도임에도 인도(갓길)가 마련되어 있어서 걷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물론 국도라 차들의 속도가 빨라서 - 특히 화물차들 - 중간중간 차가 지나갈 때는 바람 때문에 걷는게 어려더군요.
대형 덤프트럭이 지나가면 후폭풍(?) 때문에 몸이 휘청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도로와는 꽤 거리를 두면서 걸을 수 있어서 걷는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중간에 다른 곳 들르지 않고 그냥 국도만 따라서 쭈욱 걸어오는 것임에도 주변이 꽤 많은 변하더라구요.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도 꽤 크고, 시소재지 이상과 읍면소재지의 차이도 정말 컸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조명의 차이였습니다.
거의 대부분 낮에 걸었지만 1일차와 3일차에 밤에 걸을 일이 있었는데, 너무 큰 차이였습니다.
1일차에 장호원읍에서 여주군까지 걸어갈 때는 국도를 따라 걸었음에도 가로등이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완전히 빛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라 저 멀리서 보이는 빛을 따라서 걸을 수는 있었지만, 너무 어둡다 보니 가끔 차가 옆을 지나가고 나면 눈이 부실 정도더라구요.
그런데 3일차에 성남에서 탄천을 따라 자전거길을 올라올 때는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가로등이 훤하니 주변이 너무 잘 보였습니다.
물론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도 있겠지만 이번 서울행 전에 충주에서 밤에 걸을 때에도 이렇게 어둡지는 않았으니 시소재지와 시골의 차이겠지요.
또 하나는 자는 곳이 문제입니다.
출발 전에는 당연히 웬만한 곳은 다 찜질방이 있겠거니 하면서 자는건 찜질방에서 자야지 하면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시소재지가 아니면 찜질방이 아예 없는 곳도 많고, 있더라도 24시간 영업은 안하더군요. ㅠㅠ
너무 도시를 위주로 생각하면서 살아온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1일차에 장호원에서 찜질방을 찾아 여주까지 올라갔는데 - 지금 생각하면 미친짓이었던 듯. - 찜질방도 너무 열악해 놀랐습니다.
마지막으로 성남에 도착하니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더군요.
무엇보다 사람과 차가 갑자기 빽빽해 지더라구요.
건물들의 높이도 차이가 나기는 했지만 그것보다는 빵빵거리는 차들과 지나가기 힘든 정도의 사람들을 보면서 수도권 집중현상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목표로 했던 서울까지 걸어오는 것을 달성하면 성취감도 느끼고 그럴 것 같았는데, 발이 너무 아프다 보니까 그런 것보다는 내가 왜 이런 미친짓을 했는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
그래도 이렇게 도착해서 글을 적고 있으니 재미는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MB님께서 무려 22조원이나 들여서 만들어주신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자전거가 아닌 도보로 걸어가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한강과 낙동간을 잇는 국토종주를 해보려고 하는데 거리가 무려 688km나 되더군요.
중간중간 나눠서라도 한번 걸어보려구요.
혹시라도 국토종주 완료하면 다시 한번 글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좀더 자세한 서울행 걷기를 보고 싶으시면 링크한 블르그에 오시면 일자별로 더 자세하게 보실 수도 있습니다.
(깨알같은 블로그 홍보. ^^;)
ps.
윽. 네이버 블로그 이미지를 링크했는데 다 깨지네요. ㅠㅠ
이미지에 오른쪽 클릭하고 사진표기하면 보이기는 하는데 너무 귀찮게 해드린거 같아 죄송합니다.
이미지 표시하는 방법 더 알아봐야 겠네요. ㅠㅠ
ps2.
LotteGiants님 덕분에 링크 수정했네요.
다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