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잠잘까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써 보네요. 오늘은 요즘 제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인 금요일엔 수다다란 프로그램을 소개할까 합니다.
먼저 이 프로그램을 하기전에 소개해야할 두 프로가 있습니다. <라디오천국 - 이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과 <접속 무비월드-영화는 수다다>입니다.
전자는 라천의 토요일 고정으로 진행되는 코너인데, 고정 게스트인 영화평론가 이동진씨가 영화를 소개하면 유희열씨가 대중의 입장에서 추임새를 넣거나, 질문을 하는 코너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이동진씨는 성시경의 푸른밤 게스트였으나 성시경의 군입대 이후 라천로 넘어가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뭐 이동진씨야 과거부터 기자도 하고, 책도 내는 등 꽤 유명한 영화평론가죠.
이 프로그램은 꽤 특이한게 유희열씨가 영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아니 오히려 잘 아는 듯 보이나, 알맹이는 없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은 DJ 혹은 MC가 일정부분 영화지식에 대해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잘 모르지만, 물 흐르듯이' 진행하는 유희열식 토크 때문에 영화상식이 필요없이 재미있게 진행됩니다. 마치 저 같은 사람이 평론가를 앞에 두고 정말 쓸때 없어 보이는 질문들, 때로는 영상학에 대한 기초적인 질문들을 하는 것처럼요. 일례로 영화 '하녀'가 개봉하니까 유희열씨의 질문이 '얼마나 야하나'라던지, '기대할만하느냐'라던지 식의 음담패설 개그 등을 저 대신 해줄때가 많습니다(?). 이런식으로 자연스레 다소 어렵거나 딱딱한 영화라 할지라도 유희열이란 사람이 이동진에 붙게 됨으로써 좀 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때로는 평론가 흉내내듯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신작소개나 추천 영화가 주였지만, 연말에는 올해를 빛낸 영화들 라천민 베스트 10, 이동진이 뽑은 베스트 10을 비교해 소개해 주기도 하면서 평론가와 일반인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차이를 극명하게 담아낸 시간도 있었고, 라디오라는 매체이다 보니 영화와 관련된 음악을 자주 들려주기도 합니다. 이동진씨가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서 영화와 관련된 좋은 음악을 가지고 오면, 당연히 가수(?)인 유희열씨의 담화도 곁들여지게 됩니다. 즉, 유희열&이동진, 음악&영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좋은 프로죠. 사실 음담패설이 주...
그렇지만 라디오의 한계를 종종 보여주곤 합니다. 영화는 시청각자료이다 보니 눈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게 전무할 수 밖에 없죠. 물론 영화를 귀로 들을 수 있다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지만, 그 것은 이색적인 경험일 뿐, 결국 핸드폰으로 영화보는 세상에 와서는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는 격언이 생각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을 소개한다면 충분히 귀로 들으며 상상 할 수 있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됩니만, '아이언맨'을 소개한다고 했을 때를 전자와 비교해본다면, 아무래도 후자쪽은 상상을 전혀 할 수 없는 영화가 되버리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라천은 이제 사라졌네요. 흑흑...
<신랄하게 수다를 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한줄평 : 이동진 - 스토리의 큰 흐름과 디테일이 거의 서로 조응하지 않는다.
김태훈 - 우리까지 이 이상한 열풍에 낄 필요는 없다.
이 프로그램은 토요일 11시 SBS에서 방영되는 접속 무비월드의 한 코너입니다. 진행자로 팝 칼럼니스트인 김태훈씨와 영화 평론가 이동진씨가 공중파 TV로 나섭니다. 전 본지가 얼마 안되서 자세히 모르나, 과거에 장항준 감독과 프로그램을 하다가 이동진씨로 바뀐 것으로 보이네요.
10분도 안되는 코너임에도 이 프로그램은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영화 소개&좋은점과 나쁜점, 한줄평과 별점, 간혹 해당 영화의 배우 및 감독과의 인터뷰입니다. 첫번째야 어느 영화 리뷰에서도 보여주니 그려려니 했으나, 두번째 그리고 세번째 순서는 언제나 긴장되고 흥미진진합니다. 이유는 이동진씨의 촌철살인 멘트인데요, 직업이 영화평론가다 보니 어떤 영화에 대해서는 꽤나 박한 평가를 내립니다. 특히 영화를 잘 소개하고 한줄평과 별점은 테러를 가한다던지, 신작 영화홍보를 하러나온 배우, 감독들의 면전에서 영화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들은 '우리는 그저 그런 영화리뷰 프로그램이 아니다'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례로 '강우석 감독의 영화에는 미장센이 약하다'란 질문을 대놓고 했는데, 강우석 감독 본인이 '나는 미술이 약해서 이번 '이끼'란 영화 전까지 미장센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라는 걸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다보니 다소 적막한 분위기가 연출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동을 거는게 김태훈씨인데, 이런 딱딱한 분위기를 환상적인 비유를 통해 흩어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시청자는 10분의 시간이 지나게 되면, 날카로운 느낌보다는 영화에 따끔한 혹은 개운한 느낌을 자주 받게 됩니다. 어쩌면 이러한 매력이 좀 더 판이 커진 '이동진, 김태훈의 금요일엔 수다다'란 프로그램을 탄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는지도 모르겠네요.
결국 이 프로그램은 팝 컬럼니스트이긴 하나 문화계 전반적으로 풍부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김태훈과 겉과 다른 이동진의 만남을 통해 '이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이 영상으로 제작된다면 딱 이렇게 나올 것이다'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근데 이 프로그램 역시 결국엔 한계를 보여주는데, 어쩌면 장점이라 할 수 있고 혹은 단점이라 할 수 있는게 시간입니다. 영화에 대한 리뷰는 그렇다치고, 배우와 감독들 간의 인터뷰 시간이 지나치게 짧아 웃다 보면 한줄평&별점 순간이 다가옵니다. 물론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진행자들의 멘트에 사족이 없고, 유머러스한 멘트도 추임새 형식으로 넣어 프로그램을 살리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 지켜보면 밍밍한 라면을 한사발 한 듯한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근데 주말 우연히 추천 영화를 검색하던 도중 '금요일엔 수다다'란 프로그램을 보게 됩니다.
금요일엔 수다다는 앞선 두 프로그램의 좋은 점을 제대로 따왔습니다. 진행자도 김태훈과 이동진. 그리고 시간이 50분으로 늘어나다 보니 음악과 영화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수다다란 포멧을 그대로 가져옴과 동시에 역시 같은 장소인 '라디오 부스'에서 진행한다는 것은 수다다의 연장선상에 있는 프로그램이란 것을 보여주고 있네요. 거기에 다소 길어진 시간을 이동진이 아닌 김태훈의 멘트가 늘어남에 따라 전문성을 줄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크게 4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음악을 통해 영화를 바라보는 '영화 들려주는 남자', 평론가 이동진이 추천하는 영화 '영화 읽어주는 남자', 게스트를 초대해 이야기를 가져보는 '그들 각자의 영화관', 한 시대를 풍미한 영화배우를 리뷰해보는 '우리가 사랑한 그 배우' 입니다. 각각의 부분을 짧게 이야기 해보면
'영화 들려주는 남자'는 한 영화의 2~3개의 장면에서 사용된 음악을 알아보는 시간인데요. 전 현재 6화까지 밖에 안봐서 이후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시대별 영화를 통해 해당 장면에서의 역사적 상황, 그 장면의 음악&가수를 알아보고 해당 장면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나를 알아보는 식입니다. 이 코너는 당연히 김태훈씨가 주로 말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당연히 이동진씨도 어느정도 음악에 식견이 있다보니 둘의 호흡이 잘 맞습니다. 특히 가끔 가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짤막 지식들이 재미있더군요.
'우리가 사랑한 그 배우'는 영화 전문 기자 주성철을 초빙해 유명 배우의 일대기를 리뷰해보는 시간입니다. 지루해 보일 것 같으나 4개 코너 중 가장 웃긴 시간으로 인물에 대한 리뷰보다는 인물의 주변, 결혼생활과 연인관계 등 영화 외부에 더 집중했기 때문에 재미만 따지면 제일 낫습니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다양한 연예인들을 모셔 그들과 수다를 떠는 시간입니다. 사실 이 부분을 스킵하고 보려고 했습니다. 영화배우가 나와서 홍보를 하는 것은 앞선 무비월드에서 나오는 '영화는 수다다'나 예능프로그램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오히려 2화부터는 전혀 쌩뚱맞은 인물들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첫화에는 봉태규, 최강희가 나왔지만, 이후 오정세, 호란, 소이, 김기천, 장유정 등 대중들이 잘 모를 수 있는 배우들이나 영화와 전혀 관련없는 인물들이 나옴으로써 이 코너에 생기를 불어 넣습니다. 저는 김기천이란 배우가 나왔을 때 가장 재미있었는데요. 이후 방영된 영상을 봐도 이 프로그램은 영화인 보다 비영화인을 내세워 영화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하는게 주 포맷인 듯 보입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스이자 '영화는 수다다'에서 보여준 모습을 확 늘린 '영화 읽어주는 남자' 입니다.
우리가 자주 보는 영화 리뷰는 영화의 스토리, 각본에 치중해, 재미있거나 화려한 요소를 자주 보여줍니다. 그리고 최후 결말은 쏙 뺀체 결국 영화의 3/4은 리뷰 하나로 다 보게 되죠. 근데 이동진씨는 줄거리보다 영화의 디테일에 치중합니다. 그리고 서두에 영화의 좋은점을 설명 후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 3가지를 분석합니다. 결국 그에게 있어서 왜 이 영화가 재미있나는 부가적인 가치이고, 왜 이 영화가 완성도가 높은가가 제 1의 가치가 됩니다.
사실 영화는 드라마와 다르게 시간이 철두철미 합니다. 짧으면 90분에서 길면 2시간 반가량이 진행되는데 이 마저도 모든 내용을 다 담기 어려울 때가 많지요. 그래서 발생되는게 카메라 웍이나 화면의 분위기를 통한 메세지 전달(생략) 등등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장치들은 저 같은 사람은 알아채기가 굉장히 힘든데 이게 예술영화라는 소위 우리가 어려워하는 영화들에서 자주 보입니다. 그리고 이를 주로 이동진씨가 해석해서 보여주게 되죠. 왜 이 장면이 쓰이지? 왜 여기서 굳이 이런 위치에서 바라보지? 라는 물음을 답해줌으로써 우리는 짧게나마 느꼈던 모호한 생각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제가 생각하는 이동진씨의 최고 리뷰글은 Requiem of for A dream입니다. 이 글을 읽다보면 영화도 공부하고 보면 더 재미있겠구나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어쨌든, 주로 글을 통해 그리고 귀를 통해 듣던 그의 블로그 글을 드디어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 프로그램을 빛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란 학문이 어쩌면 다소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영화가 주는 숨겨진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조금은 공부해 볼 요량은 있거든요. 이러한 측면에서 '영화 읽어주는 남자'가 시작합니다.
근데 이 프로그램의 치명적인 단점은 어쩔 수 없이 줄거리가 떡하니 등장한다는 거죠. 흐흐...저는 영화를 제일 재미있게 보려면 왠만한 것도 모르고 봐야 재미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또 한가지는 유머러스한 분위기임에도 역시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단어가 어렵다기 보다 일반적인 내용을 더 깊게 파고들기 때문에 좀 더 학문적으로 느껴지곤 하지요. 그렇기에 영화를 많이 본 분들에게는 더 와닿고, 흥미 위주로 즐기는 분들은 다소 딱딱한 프로그램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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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영화계 분위기가 좋습니다. 한편 창조적인 연출은 없는 거품있는 호황일 수 있다라는 지적도 무수히 나오고 있고요. 이런 비판을 수용하고, 분석하려면 좀 더 괜찮고 품위있는 비평 프로그램이 생겨야겠죠. 그런 의미로 저는 줄거리 대부분을 보여주는 영화리뷰 프로그램보다 이런 프로그램이 좀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프로그램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좀 더 낮시간 그리고 더욱 더 길게 방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