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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1/29 09:00:33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도서] 2019년을 시작하는 독서 목록 (수정됨)
2019년을 시작하면서, 적어도 3월까지는 완독할 목표로 찜한 책들이 몇권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보시면 좋을 거 같아 리스트를 한 번 공유해봅니다. 
쉬운 것부터 먼저 소개해드릴게요. 

1. 자본가의 탄생 - 그레그 스타인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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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목은 약간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마치 자본가계급이라는 것이 어떻게 탄생했나라는 것을 보여줄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사실은 한 개인의 삶을 이야기해주는 연대기입니다. 원제는 The Richest Man who ever lived (세상에서 가장 부유했던 자) 입니다. 그의 이름은 야콥 푸거. 16세기 유럽에서 가장 부유했던 은행가입니다. 그는 카를5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에 선출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고, 그의 수많은 야심을 전폭적으로 후원했습니다. 그 대신 그는 독일전역에서 엄청난 경제적 특권을 얻어내었죠. 유럽 역사가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점에 있습니다. 어떻게 한 상인이, 또는 개인이 왕에게 또는 귀족에게 돈을 빌려주고, 계약을 하고 다시 돈을 받아내는가. 동양의 정치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은행가는 왕과 대등하며, 심지어 그에게 빚을 독촉하기도 합니다. 왕은 세수가 아니라 그가 빌려주는 돈에 의존하고, 또 심지어 국가의 세수를 대출담보로 계약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활동의 중심에 야콥 푸거라는 입지전적인 인물이 있었고, 그에 삶을 추적하다보면 이러한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거 같아 무척 기대가 되는 책입니다. 

2. 일본의 설계자, 시부사와 에이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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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사와 에이이치. 막부말기 도쿠가와 요시노부 (히토쓰바시 요시노부) 의 가신 출신이었으나 메이지 신 정부에서도 중용된 관료입니다. 그는 일찍이 서유럽에 유학을 한 경험도 있고, 또 귀국해서는 일본의 경제를 책임지면서 근대적 자본주의를 일본에 이식한 인물입니다. 막부의 무사가 어떻게 막부말기의 혼란에서 살아남고 또 동아시아에서는 생소했을 주식회사 개념과 은행 등을 설립했는지...사실 개인적으로 막부말기-메이지 시기의 일본역사를 무척 좋아하고, 관련해서 적지 않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당사자들이 직접 쓴 일차사료는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본 책은 시부사와 에이이치 본인이 쓴 자서전으로, 그에 대해 보다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아닐까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번역가가 믿고 보는 일본 전문가 박훈 교수님으로, 역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3. Crashed, Adam To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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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계경제위기에서부터 트럼프의 당선까지. 2008년의 경제위기가 어떻게 세계의 지정학적인 판도를 바꾸어놓았는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1차세계대전에서 파시즘의 부흥까지를 다룬 역작 The Deluge로 유명한 영국 경제사학의 스타입니다. 그의 전문분야는 경제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국제정치학자나 정치학자와는 다르게, 경제적인 요인, 특히 각국의 지정학적인 야심과 더불어 경제적인 정책, 가령 이자율이나 재정정책 그리고 각 은행들이 어떻게 스마트하게 또는 멍청하게 또는 무책임하게 행동했는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 신작에서 그는 2008년 경제위기는 미국발이 아니라 미국-유럽발이라고 주장하며 유럽도 적지 않은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하며 또 경제위기 직후 G20 등의 제도를 통해 위기를 어떻게 임시방편으로 땜빵했는지.. 그리고 그리스 부채 위기 당시 유럽이 보여준 무능과 무책임함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 이후 일련의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변화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트럼프의 당선까지 야기했는지를 아주 디테일하게 설명한다고 합니다. 정말 두꺼운 책이고 (성경보다 두껍습니다...), 내용도 어려워 다 소화해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 같습니다. 

4. Grand Improvisation: America confronts the British Superpower, 1945-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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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대영제국은 여전히 "제국"이었습니다.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리던 국가였으며, 여전히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상상하기 어려우나, 영국은 1950년대까지 중동 및 남아시아 그리고 동남아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오히려 미국의 영향력은 상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대영제국에서 미국으로의 "패권이전"이 굉장히 부드러웠다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꼭 그러하진 않았다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미국은 영국과 꽤 자주 마찰을 빚었으며 또 영국은 세계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놓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합니다. 아이젠하워의 시대에 들어서 미국은 영국에 대해 본격적인 견제를 시작했고 대영제국에 대해 최종적인 사망선고를 내리는데, 그 과정은 의식적인 것이라기 보다 일련의 Improvisation (사건별로 즉흥적인 행동) 에 의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도 상당히 두꺼워서 읽는데 꽤 시간이 걸릴 거 같습니다만, 패권이전이라는 주제와 대영제국이 어떻게 영국이 되었는지 알아보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거 같아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5. The Last Empire: The Final Days of the Soviet U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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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쵸프의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 레이건 시대의 우주경쟁, 소련의 아프간 전쟁 등. 소련의 멸망은 정말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그는 소련"제국"의 해체는 "우크라이나" 때문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수많은 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소련의 구성국들은 소련을 유지하고 싶었으나 결정적인 한 방은 우크라이나의 공산당 정치국이 독립에 손을 들어준 것. 그리고 그것이 연쇄 도미노 사태를 야기한 것. 그럼 우크라이나는 왜 소련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인가? 왜 소련은 그것을 막지 못했던 것인가? 옐친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한 것인가? 저자는 우크라이나 출신 미국인입니다. 그의 전문 분야는 우크라이나이기 떄문에, 사실 그의 주장은 꽤 주관적일 수 있으나, 그러나 우리가 종전에 알지 못했던 부분을 비추고 알려주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역시 기대되는 저서입니다. 

과연 3월말까지 다 읽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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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9 09: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3번이랑 5번 재미있겠네요. 근데 사실 3번도 저명 학자들이나 당시 중앙은행 총재들이 워낙 많이 다룬 주제라서 새로운게 있을라나 모르겠네요.
Zoya Yaschenko
19/01/29 09:25
수정 아이콘
3번은 꿀잼일 것 같은데 원서의 압박이 있군요..!
복슬이남친동동이
19/01/29 10:23
수정 아이콘
1번의 "자본은 어떻게 종교와 정치를 압도했는가"라는 부제는 정말 알고 싶은 것인데 책이 그닥 흥미로운 결론을 내 주지 않을 것 같고..
저도 Zoya님처럼 3번이 가장 궁금한데 원서는 대학 졸업 이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서도 피곤함을 느끼기 시작했으니 읽는건 aurelius님이 읽고 통찰이나 공유해주시죠.
19/01/29 12:42
수정 아이콘
1, 2번 봐야겠네요. 흥미로운 책 소개 감사드려요.
foreign worker
19/01/29 12:42
수정 아이콘
좋은 책 추천은 항상 감사하죠. 문제는 이런 책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점.;;;;
홍승식
19/01/29 13:08
수정 아이콘
1번 책 소개보니까 전에 봤던 토크멘타리 전쟁사 내용이 생각나네요.
https://cdn.pgr21.com/?b=10&n=327918

왕이 뇌물을 받았다고 고발하면 대역죄로 걸려서 죽는다는 거요.
동양이었다면 은행가의 돈도 나라안에 있던 돈이라 감히 빚독촉을 못했겠죠.
물론 권력이 충분히 강한 왕이어야 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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