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날.
아침에 일어나 짐을 숙소에 맡긴 뒤 체크아웃.
체크인 당일과 체크아웃 당일 모두 짐을 맡아주는 좋은 숙소라서 끝까지 덕을 봤습니다.
오늘 행선지는 시부야에요.
그런데 구글 맵이 무슨 말썽을 부렸는지, 곧이곧대로 믿고 내린 하쓰다이역에서 시부야까지는 또 30분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결국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걷기만 엄청 했네요.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변 구경이나 했습니다.
날씨는 참 좋더라고요.
제 목적지는 NHK.
일본의 공영방송국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방송국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스튜디오 파크라고 방송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데, 이곳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저 네모난 친구는 NHK의 마스코트 도모군.
오픈 시간인 10시에 딱 맞춰 도착했는데, 앞에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수학여행철이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잔뜩 견학을 온 거였어요...
200엔 내고 일단 표를 끊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체험 코너는 미래의 주역들이 와글와글.
저는 옆에서 구경만 하고 지나왔습니다 흑흑.
방송 관련 스튜디오나 8K 고화질 영상, 이런저런 소품 구경 정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본 방송에 관심이 있으시면 더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거 같네요.
과거 방송을 돌려볼 수 있는 타임머신도 구비되어 있었고요.
스튜디오 파크 내부를 돌아다니며 퀴즈를 맞추는 코너도 있었습니다.
일본어 힌트를 읽을 수만 있으면 정답은 다 알려주는 수준이라 가볍게 기념품 획득.
왼쪽 노란 건 메모장입니다.
NHK를 나온 뒤, 바로 옆에 있는 요요기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운 좋게 마침 스포츠카 행사가 열리고 있더라고요.
평소에는 보기 힘든 스포츠카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어, 열심히 구경했습니다.
NHK보다 여기가 더 재밌었어요.
실제 카레이서를 만나는 행사도 있더라고요.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레이스에 나서는 분들인 것 같았습니다.
스폰서로는 타미야하고 레드불이 있었는데, 타미야 쪽에서는 미니카를 그대로 실물 크기 자동차로 만들어 놓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요기 공원 옆에는 국립 카스미가오카 육상 경기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에는 사이타마 스타디움이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의 홈구장이 되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바로 이곳이 일본 축구의 심장이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 당시, 도쿄대첩도 이곳 요요기 구장에서 터진 기적이었죠.
지금은 가끔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리기도 하고, J리그 중립 경기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하네요.
2022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전면 재건설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하니, 이 경기장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셈입니다.
시부야에 온 이상 하치코 동상을 안 보고 갈 수가 없죠.
천천히 걸어서 또 이동을 시작합니다.
가는 길에 발견한 시부야 소방서.
이곳 맞은편은 패션거리가 조성되어 있는데, 소방서 근처라 파이어 스트리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와서 문을 연 가게가 없더라고요...
타워레코드도 크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앞에는 짝퉁 하치코 동상도 있었습니다.
뭔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더라고요.
입구 중 한면은 우리나라 아이돌 JBJ 광고가 붙어 있어서, 새삼 한류의 대단함을 느꼈습니다.
여기는 디즈니 스토어.
안에는 온갖 디즈니 관련 상품들을 팔고 있고,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풍경들도 재현해 놓았습니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못난이 난쟁이, 피노키오를 만드는 제페토 할아버지의 작업대,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앤디의 방...
추억을 되살려주는 기분 좋은 공간이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하치코 동상.
주인을 기다리다 죽은 개 이야기는 다들 아시겠죠.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응?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두마리가 있었는데 왠 아저씨가 데려다놓은 거 같더라고요.
정작 하치코보다는 고양이를 더 열심히 봤습니다.
고양이 넘나 귀여운것.
하치코 동상 바로 앞에는 시부야의 명소 중 하나인 스크램블 교차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이태원역처럼 여러곳의 신호등이 한번에 보행 신호로 바뀌고, 그 순간 쏟아져나오는 인파가 장관인 것으로 유명하죠.
여기서도 사진 한장.
조금 걸어가니까 109 쇼핑몰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에는 방탄소년단이 크리스마스 광고판을 달고 있더라고요.
새삼 우리나라 아이돌들이 대단하다는 걸 외지에서 느끼게 되더랍니다.
어느덧 밥때가 되었기에 눈에 보이는 요시노야로 슝.
치즈 부타동 오오모리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109 앞에서는 도쿄 코믹콘을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백 투 더 퓨처에 나오는 드로리안을 전시해 놨더라고요.
실물 크기로 만들어오니 멋있더라고요 확실히.
어느덧 백 투 더 퓨처의 미래였던 2012년도 한참 지나가버렸네요.
세월이란 참...
주변에는 일반 돈키호테보다 더 큰 메가돈키도 있었습니다.
여기에도 짝퉁 하치코가...
멍멍이 발 모양 빵도 만들어 팔고 있더라고요.
돈키호테는 할 일 없을 때 들어가보면 이상한 걸 많이 팔고 있어서 구경하기 참 좋은 거 같습니다.
여기까지 돌아보고나니 슬슬 공항 갈 준비를 해야겠더라고요.
다시 숙소로 돌아와 짐을 찾은 뒤, 오시아게역에서 나리타 스카이 엑세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넉넉하게 2시간 정도 잡고 이동한 덕에,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 마쳐도 시간이 꽤 남더라고요.
그래서 2 터미널에 있는 포켓몬 스토어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공항이다보니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마스코트인 기장 피카츄가 참 귀엽더라고요.
나리타 공항 한정 상품도 팔고 있어서 열심히 구경하고 왔습니다.
도쿄에서 먹은 마지막 밥.
공항 내 푸드코트에서 파는 교자 정식입니다.
교자 15개에 밥은 오오모리 서비스가 된다고 해서 시켜봤습니다.
밥 반찬으로 교자를 먹는 건 좀 안 어울리는 거 같애요 확실히...
이렇게 4박 5일간의 여행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재밌게 잘 돌아다닌 거 같아 만족스럽네요.
다음에 또 언제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다시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