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일하며 거쳐간 곳들이 샤따를 하나 둘 내리며
강제로 추억속에 묻어둘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게 정말 마가 꼈나 싶었다.
102보충대 샤따를 내리고
멀티방에서 일을 하게되었다.
부부가 운영하는 멀티방이었고, 나이가 많진 않았기에 형,누나라고 불렀다.
꼼꼼하고 섬세해 약간 힘들었지만 인간적인 분들이어서 좋았다.
밝은 분위기와 알록달록한 느낌의 인테리어 덕에 주고객은 젊은층이었다.
이런 일을 하다보면 무수히 많은 손님들을 보는데, 관찰하다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밤 10시쯤 술을 거하게 자시고 들어와 아가씨 없냐고 물어보시던 아재.
아저씨의 아가씨는 집에서 밥하고 있을거라고 말하며 돌려보내드렸다.
아이들을 우루루 데리고 오는 어머니들.
그들의 시간이 끝나고 퇴실하면 전쟁같은 청소를 해야하는데
그 시간을 최대한 늦추고 싶어 서비스를 최대한 많이 드린다.
그러나 조삼모사일 뿐이다.
무엇이든 숨겨놓고 보는 귀염둥이 학생들.
솔직히 닌텐도 wii 리모컨으로 딱 한대만 머리통을 때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파뒤에 리모컨을 숨겨놓거나
열리지도 않는 서랍장을 억지로 열어 마우스를 숨겨놓는다든가
쇼핑하고 난 후의 영수증을 꼬깃꼬깃접어 방석아래 깔아둔다든가.
당연히 방안에는 CCTV가 없다. 도난품이 있거나 귀염둥이 학생들과
보물찾기 놀이를 할 때는 CCTV가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방청소를 하다가 소파아래에서 썩 좋지못한 물건을 발견하거나
초글링 러쉬에 벌집이 되어버린 방을 청소하러 들어갈때면
차라리 못보는게 내 안구를 위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 정말 샤워실이 있냐고 물어보았는데
그런건 없었다. 목적의식이 약간 다른 멀티방에 많이 존재했었다고 하는데
한 번 뉴스에 대대적으로 방송이 되고 단속으로 많이 털린것으로 알고있다.
이런 류의 아르바이트는 처음이라 조금 미숙했고
누나와 서로 감정이 살짝 상해 소원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 재밌게 일하다가 그만두었고 아직도 가끔 찾아가서
같이 수다도 떨고 간식도 먹고는 한다
부디...가게님 망하지 마세요..
2.
상당히 부지가 넓고 북유럽풍의 인테리어를 가진 빵집이 한 곳 있었다.
짧지 않은 기간 몸담았지만 진심으로 망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은 더 잘되고 번영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밑의 인과응보글을 뇌새김질 하게된다.
직원들은 하인부리듯이 부리고 손님들은 왕처럼 대접하는
매장이 잘 운영되는 건지. 대다수가 보기에 좋은 가게인지 나는 모른다.
다만 하인 입장에서는 주인님이 부디 거리에 나앉기를 바랄 뿐
일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아르바이트와 정직원으로 나뉘는데
정직원은 4대보험을 때고, 좀더 구체적으로 부려먹을 수 있으며
시간애 구애받지 않고 부려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임금을 따져봐도 결국 시급은 같다.
또 분명 신입 정직원이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는데 4대보험 명분으로 월급에서 일정부분 제했다가
나의 거친 항의로 다음달에 도로 뱉어냈던 적도 있다.
무튼 나는 홀관리를 하려고 들어왔는데
일한 시간의 1/3은 야외주차장에서 한여름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주차안내를 했고
또 1/3은 매장 유지보수를 위해 삽질과 낫질과 각종 자재를 나르는 노가다를 했고
나머지 1/3은 빵나르고 빵치우고 바닥을 쓸었다.
한 달에 최소 2명이 나가고 2명이 들어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장은 예뻐지고 직원들의 복지는 줄어들었다.
하루 매출이 몇 천만원이 되어도 주차장에서 땀흘리는 직원들에게 주는 음료한잔도
눈치보이게 만들었고
차가 들어오지 않을 때라도 앉아서 쉬라고 갖다둔 의자마저 미관상 안좋다고 치워버렸다.
가게가 고급지게 보이게끔 주차요원들에게 선글라스와 호루라기를 강요하며 구매는 알아서^^~
적다보면 한도끝도 없이 적을 수있지만
내가 스스로 찾아가 자발적 호구가 되어버린 것이니 할 말이 없을 뿐이다.
제발 망해라.
3.
가장 오랜기간 몸담았던 곳은 청소업체였다.
비정기적으로 일이 들어왔는데, 가끔 수업도 째고 달려나간 덕인지
사장님은 아직도 일이있을 때마다 나부터 찾는다.
여기저기 다리를 뻗어 지인들도 함께 일을 많이 했다.
일요일에 여고에 바퀴벌레 약치러 갔다가 자율학습 하는 여고생들과 잡담 및 진로상담도 해보고
100평이 넘는 거대 급식실에서 사다리 타고 천장을 8시간 닦느라 목이 꺾일 뻔한적도 있고
주력 업무였던 물탱크 청소는 이제 내 방 청소보다 쉽다.
가끔 물탱크 청소하다가 물에 빠져 죽으면 어쩌냐고 주변에서 묻는데
배수작업으로 물을 거진 다 빼고하기때문에 키가 25cm 정도가 아니라면 익사할일은 없다.
4박5일동안 친구,선배,후배들을 총동원해서 학교 전체 40개가 넘는 반과 교무실의 책상과 의자를 뺀후
미싱을 한 적도있고
중고등학교의 시스템에어컨을 청소한 적도있었는데, 내가 했던 일중에 가장힘들었던 것 같다.
정말 일을 하다가 너무 힘들고 잘안되고 분해서 눈물이 찔끔나왔던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 같다.
급수대 청소, 위생이 철저한 공장의 천장 청소는 상당히 쉬운 작업이라 놀면서해도 될정도이다.
사장님과 또다른 형님과 함께 셋이서 화재가 난 공장을 청소하러 가서 지옥을 보았다.
뭣도모르고 상태좋은 뉴발란스 880을 신고갔는데, 일이 끝나고 신발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었다.
집와서 샤워를 하면 어마어마한 꾸정물이 흘러내렸고 코를 풀면 이게 사람코에서 나올 수 있나
싶을정도로 더러웠다.
재사용조차 불가능해 버린 걸레가 30장이 넘었고 화마가 휩쓸고간 곳이 얼마나 끔찍한지 체감했다.
어떤 청소든지 일이 끝나고 나서 청소하기 전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뿌듯하다 .
4.
대규모 부지를 자랑하는 판넬 가게에서도 듬성듬성 일을 했는데
일을 하면서 가장 쌘 일당을 받았다. 10만원이라는 거금을 받고 나면
몸이 쑤시고 짜증나도 나갈 수 밖에없다. 돈의 노예같으니라고
일이 단순 힘만이 아닌 요령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장 심도있게 느꼈던 일이고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좋은 사람들과 하면 생각보다 할만 하다는 것도 느꼈다.
그리고 판넬모서리는 아주아주 날카로워 조심해야한다.
내가 가지고있던 가장 두꺼운 청바지가 아니었으면 내 정강이는 지금 흉물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안식에서 깨어난 뉴발란스 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