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에서 정말 맘에 안드는 스타일의 사람을 만났을때 주선자를 바라보는 표정으로 녀석을 쳐다보자 그렇게 답변했다.
아니 이게 뭔소리야. 그리고 애초에 가려우면 긁으면 되자나
"거길 어떻게 긁어 크크크 임마"
그렇게 시덥잖은 잡담하면서 밥먹으러 갔다.
집에 돌아와서 이불속에 몸을 맡긴 나는 깊은 고뇌에 빠졌다.
그 이유는 자꾸 친구가 했었던 그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 똥구멍이라는 위치는 긁을수 없다는게 똥꼬라 불리는 대문이 아니라 동굴속 암벽을 이야기 하는거 같다.
그래서 긁기 어렵다는 거겠지.
긁고 싶어서 미치겠다라는 심정이라면 여러 경험이 있다.
군대있을때 삼디다스 모기한테 물린 상태에서 집합이 걸려서 필승 대기자세로 30분 이상 내무실에서 벌벌 떨던 일병 시절에
가려워 죽을꺼 같은데 움직일 수도 없고 이악물고 버텼던 기억 이라던지
고속도로 운전중에 갑자기 발바닥 정가운데가 간질간질 미치게 간지러운데 와 이거 중간에 서서 긁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운전하고 가자니 진짜 미칠것 같고 돌아버릴꺼 같던 기억이라던지..
근데 나는 똥구멍이 가려워 본적이 단 한번도,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없었단 말이다.
도대체 어느정도 이길래 자살하고 싶을 정도 이지? 저 위의 경우도 사람 미치겠던데 그거보다 더 위인가??
도대체 뭐지??? 어우우어으어 하면서 잠을 설치게 된 것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인식하면 쉽사리 떨치기가 힘들다.
코로 잘만 숨쉬다가 그걸 인식하면 뭔가 입으로 숨쉬고 있게 되고, 고기먹다가 이빨에 끼인 찌꺼기가 혀에 걸리면
자기도 모르게 혀로 그걸 빼려고 갖은 인상을 쓰게 되고 그러지 않은가
난 도대체 그 자살의 1원인에 대해서..
'와 도대체 똥구멍이 가려운게 어떻다는 거야!!!' 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방금전... 샤워 하는 도중
내 하반신에서 몸안쪽과 통한 문 근처에서 무언가 스믈스믈 간지럽히는 느낌이 들었다. 위치는 입구로부터 2~3cm정도 들어간 전방쪽 부분
드럽게 기분 나쁜 그 느낌이었다. 그렇다. 가려웠다! 30여년 만에!
근데 나는 순간 고민에 쌓였다.
막상 느끼니까 정말 짜증난다. 긁고싶다. 근데 이걸 어떻게 긁지
손가락을 넣어서? 더럽잖아
입구 쪽을 긁으면 나아지지 않을까? 샤워하는 중이니까 입구쪽 긁는건 문제 없자나. 근데 입구를 긁는다고 가려운게 사라질까?
사라지지 않으면 어쩌지? 긁고 싶은건 긁어야 없어지잖아.
샤워 하는 중이니까 씻는중이니까 넣어서 긁어도 더럽지 않아. 이미 깨끗하게 씻은 몸이라고
근데 그렇게 까지 해야하나? 거기에 손을 왜 넣어야 하는데???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한방울 한방울이 내 어깨를 토닥인다. 긁으라고
머리에 있던 샴푸 거품들이 말한다. 긁으라고
일단 미치게 긁고 싶다. 아 진짜 신경쓰인다. 어떡하지 긁고 싶다. 긁는게 어때서? 후다닥 하고 씻고 다시 샤워하면 되
정신이 곤두서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그 순간.. 머리를 감던 손을 하반신으로 내려야 하나 폭주하듯 머리카락과 두피를 긁던 그순간
근데 정말 신기하게
갑자기 가려운게 사라졌다.
긁은것도 아니고 그냥, 정말 신기하게도
격렬했던 폭풍이 지나가면 잔잔한 바람이 갈대를 쓸듯, 나는 현자가 된 느낌으로 샤워를 끝냈다.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정말 별 거지같은걸로 고민하고 있구나 하면서 허탈한 웃음을 하던 중.. 한 생각이 머리속을 지나쳤다.
.. 이걸 평상시에 길가다가 느끼면 어떡하지?
..... 친구가 말한게 이런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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