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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1/17 20:22:21
Name 글루타민산나룻터
Subject [일반] 불금, 야근, 잡설
버그는 잡히지 않고, 생각한 루틴은 생각한 대로 돌아가지 않는 날입니다. 어떻게든 작동하게 만들어야 하므로 자리를 뜰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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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없을 때에는, 소위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종류의 이야기들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급여야 일단 나 먹고 살 만큼만 벌 수 있으면 되지, 좀 덜 받더라도 배울 수 있는 게 더 크면 상관 없지 않겠나.
어차피 이런 실력으론 네놈에게 들어가는 돈이 아깝다는 말 들을 게 뻔한데, 조금 덜 받는다고 크게 기분 나빠할 일 없는 거 아닌가.
만사가 돈이 전부가 아닌데, 내게 주어지는 급여만으로 나에 대한 회사나 윗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다 판단할 수 있을까.

철이 없을 적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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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취직을 한 이상, 1인분 이상 하는 건 당연하다고 늘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 회사에 기여하는 게 크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조금 기쁘기도 했습니다. 학자금 대출 상환 현황과 지금 내 월급과의 상관관계같은 잡스런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뭐 기분 좋았으니까.
대기업 경력만으로 제 월급의 곱절 이상은 매달 가져가시는 직속 상사께서 오늘은 어떤 삽질을 하셨는지 지켜보다 보면, 내 생각이 당연한 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잠깐 들긴 합니다. 경력이 내 몇 배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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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친구 시절 충분히 성실하지 못하여, 급여친구가 되어 그 대가를 시간으로 치루고 있습니다.
제 업무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오기 전까지는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수 없다고 오래 전에 마음을 먹었습니다.
주말이면 모르되 불금 같은 것은 한동안 저에겐 별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자신을 좀 더 아껴 줄 수 있을 만큼 시간을 만들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평생 이래 살 순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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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애는 안 하는지, 결혼은 언제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는 빈도가 높아졌습니다.
아직 내 몸도 건사하기 힘든데 연애는 무슨 연애냐고, 질문을 받을 때마다 농담처럼 넘겨 버립니다.
농담 같은 거 입에서 꺼내기 힘들어하는 성격이지만 사실이니까 저항감이 덜해서 좋습니다.
가끔 제가 모태솔로라는 사실에 의외라며 놀라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살짝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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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사람은 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좀 오래 달린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적어도 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생겼나 봅니다.
다만 지금 약간 우울한 것이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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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닝 프라이데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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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뤼륑뤼륑
17/11/17 20:28
수정 아이콘
노력이 유의미한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항상 확인하먀 살아가야 하는거 같아요.
사람도리 아무리 다해봤자 자기몫 알아서 안챙기면 모지리 소리 듣는 세상이니까요.
글루타민산나룻터
17/11/18 17:07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내 노력에 대한 보상조차도 찾아서 챙겨야 하더라구요
TheLasid
17/11/17 20:33
수정 아이콘
저도 되게 오랫동안 (혹은 지금까지도)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슬모없는 사람은 면해야겠다."라고요.
글루타민님은 어쩌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런 글을 봤을 때 솔직히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
고작해야 힘을 내시라는 틀에 박힌 얘기를 할 능력밖에 없네요.
기운 내시고 해피 프라이데이 보내시길 바랍니다.
글루타민산나룻터
17/11/18 17:07
수정 아이콘
격려해 주신 덕분에 간밤에 문제 해결에 성공한 것 같네요 크크
좋은 주말 보내세요
오'쇼바
17/11/17 20:39
수정 아이콘
쓸모있는 사람이 되야 겠다... 이게 중요하죠...

근데 반백년 가까이 살다보니.. 쓸모있는게 뭔지 쓸모 없는게 뭔지 모르겠어요..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내가 쓸모 있는 것인지, 그냥 아무 쓸모 없이
산소만 축내고 있는 것인지..
글루타민산나룻터
17/11/18 17:11
수정 아이콘
전 아직...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면 날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쇼바님같은 인생 선배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어서... 아직 잘 모르겠네요
종이사진
17/11/18 16:16
수정 아이콘
직장 동료 중에 스스로 직장 내 핵심 인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정작 주변의 평판은 그렇지 않죠. 그러나 본인은 참 행복해보입니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어차피 내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나만 좋으면 됐지...

그런데 저는 그렇게 살진 못하겠더라구요.
내추럴 본 호구...ㅠㅜ

웃음 잃지 마세요.

연애가, 결혼이 의무도 아니고,
못한다고 사람 노릇 못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글루타민산나룻터
17/11/18 17:13
수정 아이콘
사진 찍을 일이 있어서 웃는 표정을 지어보이니까 왜 그렇게 어색해 보이냐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정말 기뻐서 마음껏 웃어 본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웃음 잃지 말라는 이야기, 새겨 듣겠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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