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 필기 결과를 확인하러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을 했습니다.
은퇴하신 아버지께서 바둑 두고 계시는 걸 잠깐 양해를 구하고, '당연히 필기는 붙었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결과를 확인하고
"어라, 떨어졌네"
제 입에서 나온 말에 아버지께서 더 충격을 받으셨는지 담배를 피러 옥상으로 올라가셨습니다.
하아, 이렇게 또 불효자가 되버렸습니다. 못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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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끝내고 돌아온 저녁 즈음 어머니께서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계십니다.
옛날부터 고생하시며 저를 키워 어머니 볼 낯이 없지만, 방구낀 놈이 화낸다고 오히려 당당하게 말합니다.
"두 문제만 더 맞췄어도,, "
의미없는 말인걸 알기에 괜히 입을 놀린 자신이 부끄러워 집니다.
그 후 많은 얘기를 나눴고, 또 서로 가슴 속에 응어리 진 말들을 게워내며 서럽게 우는 유치한 장면까지 연출하고 나서야
좀 맘이 풀립니다. 나이가 들어도 아들은 아들이고, 어머니의 사랑은 마르지 않는 샘 같습니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아버지께서는 바보같이 울지 말고 강하게 살라고 성질내며 말씀 하십니다.
가족이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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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이 지나고 오늘은 어머니의 생신입니다.
오늘은 아침에 어머니를 안아드리고 어깨도 주물러드리고 열심히 살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도 하고 싶습니다.
어제 저녁에 케잌이 식탁 위에 놓인 걸 보고 잠들었는데
새벽에 일어나 지금 확인해 보니 아버지가 벌써 반 넘게 드셨네요.
아침에 하나 더 사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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