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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1/04 10:36:41
Name 지니팅커벨여행
Subject [일반] 어린이집을 두고 벌인 한국시리즈 장외 응원 신경전 이야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끝난지 1주일이 다 되어 가네요.
며칠 전에 벌어진(?) 일을 어제 뒤늦게 알게 되어 적어 봅니다.

지난 주말에 TV로 한국시리즈를 보고 있는데 대뜸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5살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OO이가 어제 두산 옷 입고 왔어요. 옷에 자기 이름 적혀 있고요"

얼마 전 출장 가는 길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마주친 쌍둥이 중 한명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때 아빠가 두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저랑 마주치면서 아들의 어린이집 쌍둥이 친구 중 한명이 OO이라는 걸 우연히 알게 된 것이죠.
어제라고 하지만 가까운 지난날은 어제나 그저께로 뭉퉁그려 말하는 아이들의 특성상 두산이 승리한 다음날인 목요일이나, 1:1로 맞선 다음날인 금요일 중 하나였을 겁니다.
기세를 몰아 잠실에서 두산의 우승을 바라는 두산팬 아빠의 모습이 느꺼지더군요.

갑자기 전의가 불타 올랐습니다.
마침 한국시리즈 전적이 2:1이었고, 그날 경기도 기아가 이기고 있던 터라 비장한 목소리로 호기롭게 말을 꺼냈습니다.

"(훗훗) 너도 기아 옷 입고 갈래?"

"네네 입고 갈래요!"

그렇게 얘기를 한 상태에서 일요일 밤엔 깜빡 잊어버려서 미처 옷을 안 꺼내놓아 월요일을 그냥 넘겼는데, 퇴근하고 아이들을 재운 뒤 TV를 보면서 우여곡절끝에 기아가 우승하자 갑자기 그 약속(?)이 떠오른 것이죠.

양현종이 새겨진 아이의 기아 유니폼을 부랴부랴 꺼내어 거실 쇼파 한 가운데에 놔두고 잠에 들었습니다.

제가 출근을 일찍 하는 터라 출장 같은 건이 생기지 않으면 아이들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화요일에 옷을 입고 갔는지는 몰랐죠.
마침 지난 한주가 출장-야근의 반복이었던 지라 정신없이 힘들게 지나갔었고...

어제 근무 중 갑자기 생각나서 아내에게 카톡을 보내 물어봤습니다.

나 : 화요일에 기아 옷 입었나
아내 : 입혀 보냈음. 그 다음날도 입혔는데
나 : 크크크 이겼군

어제 밤에 자세한 얘기를 들어 보니 그날 기아 옷을 입고 갔는데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자기도 다음날 두산 옷을 입고 오겠다고 그랬다네요.
그래서 이틀연속으로 입혀 보냈는데 그 친구는 안 입고 왔답니다.

"애들이 까먹고 안 입고 왔을 수도 있지 뭐"

아내의 말에 왠지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 가더군요.

"과연 그랬을까? 아이가 입고 가겠다고 해봤자 걔네 아빠는 이미 그 전날에 옷을 정리해서 장롱에 쳐박아 뒀을 텐데.. 흐흐흐"

아무튼 그렇게 한국시리즈 응원 신경전은 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 아이가 두산 옷을 다시 입고 왔었더라면 기아가 우승은 했지만 어린이집 유니폼 대전에선 왠지 모르게 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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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을갈자
17/11/04 10:38
수정 아이콘
크크크 입꼬리 올라가셨다는 부분에서 저도 뿜었습니다~
17/11/04 10:43
수정 아이콘
이런 쉐도우복싱 승리도 짜릿하죠 크크 전 직관가서 이기면 집까지 입고 가고 지면 가방에 넣습니다. 지는 날 집가다 상대팀 유니폼입은 사람이라도 보면 한번더 지는 느낌이라...
17/11/04 10:48
수정 아이콘
이거 제 이야긴줄 유니폼은 아니고 모자이지만 크크
지니팅커벨여행
17/11/04 11:35
수정 아이콘
퇴근길에 잠실 종합운동장역을 지나가다 보면 엘지나 두산 옷 입은 사람들 얼굴 보고 누가 이겼는지 가늠이 되더라고요.
한참 두산과 기아가 1위 다툼할 때 웃으면서 지하철 타는 두산팬 얼굴을 보면 착찹한 마음이...
及時雨
17/11/04 12:22
수정 아이콘
부캐 보내서 싸우지 마세욧 크크크크
마스터충달
17/11/04 13:02
수정 아이콘
남자는 커도 애 크크크크
소린이
17/11/04 13:12
수정 아이콘
애들끼리 괜히 싸움나거나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작은 것에서도 상처받을 나이라......
지니팅커벨여행
17/11/04 14:27
수정 아이콘
애들이 싸울 리는 없어요.
그냥 아빠들이 입혀 보내는 거지 자기네딴에는 나도 집에 야구옷 있는데 정도랄까?

1. 아이들
아빠가 입혀 줌 => 그냥 입고 감
너도 입을래? => 입고 감

2. 아빠들
이번에 기세를 몰아 3연패 가자!! => 아들 입힘
어라, 나도 질 수 없음 => 아들 입힘

누가 우승했네 어디가 더 잘하네 하는 수준이 되려면 초등학교는 들어가야 할 것 같고요.
Alcohol bear
17/11/04 14:53
수정 아이콘
지나가는 엘지 팬은 웁니다..
지구별냥이
17/11/04 17:05
수정 아이콘
지나가는 삼성팬은 웁니다
시나브로
17/11/04 17:26
수정 아이콘
지나가는 한화팬은 말을 잃었슴다..
꼬마산적
17/11/04 19:44
수정 아이콘
지나가는 엘지팬으로 왜 쌍둥이가 두산요
지니팅커벨여행
17/11/05 14:44
수정 아이콘
아...
블루시안
17/11/06 16:02
수정 아이콘
지나가는 꼴데 팬도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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