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끝난지 1주일이 다 되어 가네요.
며칠 전에 벌어진(?) 일을 어제 뒤늦게 알게 되어 적어 봅니다.
지난 주말에 TV로 한국시리즈를 보고 있는데 대뜸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5살 아이가 그러더라고요.
"OO이가 어제 두산 옷 입고 왔어요. 옷에 자기 이름 적혀 있고요"
얼마 전 출장 가는 길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마주친 쌍둥이 중 한명의 이름이었습니다.
그때 아빠가 두 아들을 데리고 왔는데 저랑 마주치면서 아들의 어린이집 쌍둥이 친구 중 한명이 OO이라는 걸 우연히 알게 된 것이죠.
어제라고 하지만 가까운 지난날은 어제나 그저께로 뭉퉁그려 말하는 아이들의 특성상 두산이 승리한 다음날인 목요일이나, 1:1로 맞선 다음날인 금요일 중 하나였을 겁니다.
기세를 몰아 잠실에서 두산의 우승을 바라는 두산팬 아빠의 모습이 느꺼지더군요.
갑자기 전의가 불타 올랐습니다.
마침 한국시리즈 전적이 2:1이었고, 그날 경기도 기아가 이기고 있던 터라 비장한 목소리로 호기롭게 말을 꺼냈습니다.
"(훗훗) 너도 기아 옷 입고 갈래?"
"네네 입고 갈래요!"
그렇게 얘기를 한 상태에서 일요일 밤엔 깜빡 잊어버려서 미처 옷을 안 꺼내놓아 월요일을 그냥 넘겼는데, 퇴근하고 아이들을 재운 뒤 TV를 보면서 우여곡절끝에 기아가 우승하자 갑자기 그 약속(?)이 떠오른 것이죠.
양현종이 새겨진 아이의 기아 유니폼을 부랴부랴 꺼내어 거실 쇼파 한 가운데에 놔두고 잠에 들었습니다.
제가 출근을 일찍 하는 터라 출장 같은 건이 생기지 않으면 아이들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화요일에 옷을 입고 갔는지는 몰랐죠.
마침 지난 한주가 출장-야근의 반복이었던 지라 정신없이 힘들게 지나갔었고...
어제 근무 중 갑자기 생각나서 아내에게 카톡을 보내 물어봤습니다.
나 : 화요일에 기아 옷 입었나
아내 : 입혀 보냈음. 그 다음날도 입혔는데
나 : 크크크 이겼군
어제 밤에 자세한 얘기를 들어 보니 그날 기아 옷을 입고 갔는데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자기도 다음날 두산 옷을 입고 오겠다고 그랬다네요.
그래서 이틀연속으로 입혀 보냈는데 그 친구는 안 입고 왔답니다.
"애들이 까먹고 안 입고 왔을 수도 있지 뭐"
아내의 말에 왠지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 가더군요.
"과연 그랬을까? 아이가 입고 가겠다고 해봤자 걔네 아빠는 이미 그 전날에 옷을 정리해서 장롱에 쳐박아 뒀을 텐데.. 흐흐흐"
아무튼 그렇게 한국시리즈 응원 신경전은 저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 아이가 두산 옷을 다시 입고 왔었더라면 기아가 우승은 했지만 어린이집 유니폼 대전에선 왠지 모르게 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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