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5/08 00:02:55
Name 끼낏뀨꺄꺄
Subject [일반] 외할머니께..
지난 달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한 달 가까이 지난 이제와 돌아가신 사실이 와닿는다.
당신이 나에 대해 그리 잔소리 하신 것이 세 가지.
살 빼라, 취직 해라, 결혼 해라.
취직은 했습니다만.. 아직 살도 못 빼고 결혼도 못 했는데요...
마지막까지 효도 한 번 제대로 못해드리고 손주놈들 중 유일하게 한건 당신 수술 때 여건이 우연히 닿아 수술에 쓰일 수혈 용 헌혈 한 것뿐...
이제와 서러운건 마지막 뵐 때 손 한번 제대로 못 잡아 드린 것.

할머니. 할머니 몇 번 못 신으신 어여쁜 샌들 할머니 큰 딸이 가져왔어요. 할머니 큰 딸은 그 신발 가져와서도 예쁜데 신을 때 마다 엄마 생각나 어찌 신겠느냐 슬프게 웃네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더도 말고 두 달만 더 돌리고 싶어요. 중환자실 계실 때 수액으로 퉁퉁 부은 그 손 꼭 잡고 할머니 큰 딸의 큰 손녀 잘 웃고 잘 지낸다고 행복하다고 아프지 마시라고 걱정끼쳐 죄송하다고 말씀드릴걸...
우리 똑똑하신 노인네 수술하고 얼마 안되어 힘겨워 하실 때 큰 딸이 자꾸 나 아냐고 물을 때 귀찮아 하시던거 보고 금세 일어나시려니 했는데
삼십년을 넘게 못 본 서방님이 그리 그리우셨나요.
그렇게 가실 거면 가시기 전에 기별이라도 주시지...
할머니.
살아 생전 젊은 날 왜 그리 행복하지 않았을까 후회하셨던 만큼
새로운 세상에서는 젊은 날의 고운 얼굴로 젊은 날의 잘생긴 서방님 만나서 행복하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Carrusel
17/05/08 01:48
수정 아이콘
사람들마다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어느정도 비슷한게 많은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반전여친
17/05/08 11:14
수정 아이콘
읽다가 눈물나서 중간부터 내렸네요.
저는 가을 냄새, 붕어빵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친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요. 가만히 누워있다가도 코가 찡해지기도 하구요. 벌써 돌아가신지 몇년이 지났는데도 그러네요. 사랑을 많이 받았나봐요.
어 ㅠㅠ 이거 몇줄쓰는데도 펑펑 눈물이.....
외할머니 편히 주무실거예요
손나이쁜손나은
17/05/08 15:48
수정 아이콘
저희 외할머니가 하늘나라 가신지도 11개월 됐네요..
차가 막히는 바람에 임종을 지키지 못한게 너무 죄송스럽네요.
고향땅에 묻히셨으니 편히 쉬세요.. 고생많으셨습니다.
진산월(陳山月)
17/05/08 18:11
수정 아이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하게 떠나셨기를...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1732 [일반] 동물의 고백(12) [24] 깐딩5447 17/05/10 5447 5
71731 [일반] 브라질리언 왁싱 후기... [28] 카미트리아17620 17/05/10 17620 3
71730 [일반] 개콘이 900회를 찍었네요. [59] Finding Joe9782 17/05/10 9782 1
71726 [일반] 캐릭터를 맞춰본 19대 대선 왕좌의 게임 패러디(왕겜 약스포??) [20] 말코비치10507 17/05/10 10507 1
71725 [일반] 막장으로 가버린 1939년, 정상 라인업. [11] 상계동 신선7760 17/05/10 7760 0
71723 [일반] 성별 가산점..? [20] 탐랑7885 17/05/10 7885 4
71722 [일반] 평생 [9] 누구겠소4841 17/05/10 4841 9
71719 [일반] [매우스포] 에일리언 커버넌트 관련 잡생각 [46] 경성아재10938 17/05/09 10938 7
71718 [일반] 일본 벛꽃구경 스냅들 (칸사이 여행기 - 2) [14] 스타슈터8045 17/05/09 8045 3
71716 [일반] 아...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서 교통사고나서 우리나라 유치원생들이 숨졌네요.. [49] QD9997 17/05/09 9997 1
71715 [일반] 다이노코어에 빠진 아들 (공룡,자동차,변신로봇) [21] 파란무테7643 17/05/09 7643 9
71714 [일반] [스포듬뿍] 에일리언:커버넌트 - 떡밥은 잘 회수 했지만 갈길이 멀다 [63] ㈜스틸야드17477 17/05/09 17477 4
71713 [일반] 타이완의 음주운전 처벌 강화 정책 [40] 순수한사랑8451 17/05/09 8451 8
71712 [일반] 당일치기 부산여행기 [11] 마제스티8496 17/05/09 8496 8
71711 [일반] 2000년대 이전 최고의 악역 vs 2000년대 이후 최고의 악역.jpg [66] Ensis14792 17/05/08 14792 5
71710 [일반] 우리 엄마는 바보입니다 [6] 삭제됨7215 17/05/08 7215 9
71709 [일반] [단편] 비결 [13] 마스터충달4737 17/05/08 4737 6
71708 [일반] 회사를 조퇴하고 나와서 쓰는글(푸념주의) [17] 북극9601 17/05/08 9601 11
71707 [일반] 동물의 고백(11) [21] 깐딩5507 17/05/08 5507 8
71706 [일반]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73] 감마스터12998 17/05/08 12998 4
71705 [일반] cu 도시락 리뷰 [43] 세이젤13598 17/05/08 13598 6
71704 [일반] 외할머니께.. [4] 끼낏뀨꺄꺄4024 17/05/08 4024 15
71703 [일반] (약스포)가족주의 히어로물 두편 : 로건과 가오갤2 [11] 영원한초보6188 17/05/07 618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