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곤 결심을 하죠. '이번에는 살도 꼭 빼고 열심히 살아보리라,' '매사 긍정적으로 예스맨이 돼보자'
헬스를 끊고 운동하고 하던 와중에 친구에게 연락이 옵니다.
친: 크리스마스날 놀자
저: 뭐할 건데, 여튼뭐 예스맨이니까 OK
친: 글쎄
저: 프리허그를 하던 뭐하던 아무거나 하면 되겠네
( 몇 달 전 EBS 방송 볼 때 저 같은 사람을 도와주고 변화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정신적으로 변화시켜주고 도와주는
형태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때 프리허그미션을 주더라고요. 아마 이때 본 방송이 인상적이어서 은연중에 대화에
프리허그라는 단어가 떠올랐지 싶습니다. )
위의 대화가 계기였습니다.
크리스마스날이 다가오고 암만 생각해도 친구는 프리허그 안 할 것같더란 말입니다,
프리허그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혼자 하는 것을 권한다기에 24일 저녁 프리허그를 하러 나가게 됩니다.
제가 시작한 의도는 취지와는 다르게 소극적인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위로받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서(지하철을 타거나 일상생활에서) 저만큼 살찐 사람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체중이 많이 나갑니다.
( 저를 수식할 수 있는 단어 '이성친구없음' '히키코모리(몇 명의 친구만 만나고 집에 주로있는)'
( 몇 년 전엔 굉장히 정상정인 몸이었으나 성격적인 소심함 때문에 이성친구가 없었습니다.
끈(연)을 만들 생각도 안 하고 우연히 좋은 기회가 여러 번 생기려 해도 스스로 쳐내버렸죠. ) )
그래서 시작 전에 해야 할지 말지는 놓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프리허그를 자격이 있을까' '민폐만 끼치지않을까(지나가는 사람들과 우연히 눈을 마주치게 되면 불편해한다거나)'
'누구도 받아들여주지않으면 어떻게 하지' '차가울지도 모르는 주위의 시선' 등등
프리허그의 취지가 좋고 실행할 자격이 까다롭지 않다고 해도, 사람인 이상 어느 정도는 상대의 외모에 따라
태도나 갖게 되는 마음이 달라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걱정이 돼서 외모가 많이 떨어지는 사람이 프리허그 하는 것에 관해 이것저것 검색해본 결과
인터넷상의 굉장히 솔직하고 원색적인 의견을 보니 더욱 두려웠습니다.
두렵지만 어쩌겠습니까, 긍정적인 예스맨이 되기로 했기 때문에 오늘은 일단 도전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의 심정이, 2시간 동안 딱 3분, (욕심으론 5분) 딱, 세 분만 오셔도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딱 한 분이라도 와주시면 결과는 아쉽지만 극기도 하고 나름대로 성공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내고 피켓만 들면되는데 긴장탓에 계속 서성이길 15분 만에
피켓을 머리 위로 들쳐 올립니다. 창피하고 쑥스럽고 또 창피합니다, 주변에서 슬쩍슬쩍 보고 가는 표정과 무관심과 제 나름의 자격지심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살찐 무거운 팔이 저려옵니다.
이대론 마냥 들고있을 체력이 없겠거니 싶어서 피켓을 배쪽으로 내려잡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힐끔힐끔쳐다보지만 무관심 ( 사람들이 눈마주치면 불편하실까봐저는 최대한 먼 뒷배경을 봅니다. )
저는 제 나름대로 시무룩한 최대한 웃으려고 노력했는데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였을지 모르겠네요.
그러던 와중 어머니와 같이온 소녀분이 와주십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자기 딸아이가 명동에서 프리허그하는게 소원이었는데 그걸 오늘 소원이루었다고 말씀해주시는데
멋지십니다.
사실 프리허그 하는 분들에 대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냥 저와 사고방식이 다른 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속내를 풀어주시니 조금은 알 거 같네요. 허그를 받고 싶은 분도 계시는 거군요. 방법보다도 마음 안의 무언가를 바꾸신 과정 자체가 뜻깊게 느껴집니다. 글 감사합니다.
미리 밝혀두자면 직전까지 저는 프리허그를 흉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먹먹하고 뭉클한 탓일까 별안간 우리들의 꿈이 무엇인지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피켓을 들어 프리허그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는 건지 아니면 그분께 다가가서 안아주는 사람이 되는 건지 포옹은 주고 받아 함께 하나가 되는 거잖아요. 왜인지 다 읽고 나니까 거리에서 우연히, 프리허그를 하는 사람을 만날 거란 꿈을 꾸긴 보단 직접 피켓을 꾸려 프리허그를 하는 사람이 되는 용기를 가지고 싶어졌어요.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이제야 정말 메리 크리스마스 같은 기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