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남 이벤트 후기 (프롤로그, 1편) ]
"음 혹시요.. 이번 매칭이 마음에 좀 안드신다거나 생각하신 거랑 많이 다른거 같으시면
괜찮으니까 만나기 전에 말씀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만약에, 이 말을 몇 년 전에 들었다면, 심각한 멘붕에 빠져서 2~3일간은 회복 불가능한 쇼크 상태에 빠지지 않았을까? 그는 본질적으로 소심한 편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그도 예전처럼 어눌하진 않았고, 이 메시지를 확인하고 잠시 웃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놀라운 발전이다.
“망치질은 유리를 박살내지만, 강철을 단단하게 만든다” (러시아 속담)
과거 유리같았던 그의 멘탈은 어느새 강철까진 아니더라도, 양철 정도 수준 정도는 성장한 듯 하다.
상대방은 그저 조심스러울 뿐이며, 그가 지나치게 거창한 이야기를 하자 살짝 부담감을 느끼는 한편 자신이 생각한 것과 그가 이야기 하는 방향이 너무 달라서, 후에 만났을 경우 서로에게 심하게 실망할 것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상대방의 편하게 보자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위기는 극복되었다.
하지만 정말로 어마어마한 위기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 그에게는 웨딩 사진 편집 일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시집간 이후로 연락이 두절되어 지금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관계로, 그 친구가 그에게 진지하게 토로하던 고충을 그는 잠시 잊고 살아왔다.
“나는 편집을 하는 사람이지 창작을 하는 예술가가 아니라고, 원본이 버젓이 있는데 사진 이상하게 나왔다고 아예 다른 사람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니까. 정도껏 리터칭 해야지 그렇게 심하게 왜곡하면 사진이 다 뭉개지고 밸런스가 다 깨진다고 해도 바득바득 우기는데, 그런 컴플레인 들어올 때마다 이 사진이 당신 본 모습이라고 쏴주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고, 짜증이 난다 짜증나!”
그 당시에는 그도 맞장구를 쳐 주었지만, 어느새 그 역시 마음 깊은 곳에서 그의 사진들에 대한 불만을 적립하고 있었고, 어느새, 혹시나 스튜디오에서 찍으면 좀 더 잘 나오지 않을까, 아니 적어도 여러 번 찍어 보다 보면 다음에는 좀 더 자연스럽게라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망상까지 마음 구석에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었다.
아무튼 정말로 만족할 만한 사진이란 참 구하기 힘든 것이니까...
그리고 그는 정말 무모하게도, 첫 약속을 스튜디오에서 잡고야 만다.
...
스튜디오 촬영은 생각과는 달랐다.
찌들고 살이 뒤룩뒤룩 찐 아저씨급 일반인이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잡는다는 것은,
이런 행위다.
이는 결코 송영길씨의 외모를 비하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는 객관적으로 스스로가 송영길씨보다 잘생겼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단지, 그의 촬영사진을 그대로 올리지 않은 채 그의 상황을 가장 적절하세 설명하고 있는 가장 유사한 이미지가 저런 이미지일 뿐이다.
그리고 바로 그 첫번째 만남 이벤트 상대방은 그가 1시간 내내 저러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다.
사진가님은 그에게 좀 더 과감하게 포즈를 잡으라고 하면서 말했다.
"어차피 나중에 포토샵으로 편집하니까 걱정 마세요!"
그리고, 적어도 그 시간에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잘 보여야 할 바로 그 사람은 그 말을 받아서 그대로 전달하였다.
"어차피 편집하면 된대요"
그는 웃으라는 대로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밝게 웃으세요!"
"네~ 하하하하하하!"
그의 영혼 없는 웃음 소리는 공허한 스튜디오 공간 여기 저기로 흘러 나갔다.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적어도 첫 만남은 결코 스튜디오에서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짐작컨데, 웬만한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은 평소의 자기 자신보다도 꽤나 추레하게 보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