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7월 1일 디트로이트 근처 입실랜티주립정신병원 D-23병동에서 전무후무한 만남이 일어났습니다.
대머리, 이빨이 듬성듬성 빠진 남자, 58세. '예수 그리스도' 조지프 카셀
70세의 남자, '예수 그리스도' 클라이드 벤슨
38세의 남자, 본명이 레온 가보라는 걸 밝히기 거부하는 남자, '예수 그리스도'
도대체 예수 그리스도가 셋이서 한 자리에 모이는 이런 신성한? 일은 어찌하여 벌어진 것일까요?
밀턴 로키치는 오랫동안 인간의 정체성이 자신의 내적 신념체계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사람들이 정체성이 손상되는 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아이들에게서 관찰했습니다. 한번 장난으로 자기의 두 딸 이름을 바꿔불렀더니 불안해하면서 정색하며 하지말라고 부탁했거든요. 일주일 내내 이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건 윤리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실험이죠.
다만 중국에서 전쟁포로를 세뇌할 때 비슷한 방법을 사용한 사례가 있어서 정체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런 걸 어떻게 걱정없이 실험할 것인가. 를 생각하다가 정신병 환자들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누구요 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놓으면, 근본적인 믿음이 충돌할 테니까요.
17세기에 그리스도 둘, 그 후 300년 후에 성모 마리아 둘이 만난 문헌 두개를 찾아내고 치료에 조금 도움이 되었다고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내적 신념체계에 대한 지식 및 인격장애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실험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실험 준비물은 동일한 정체성을 가진 여럿의 사람인데 생각보다 이걸 찾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미시간 주 정신병원 다섯 곳을 뒤졌는데 포드 하나 모건 하나 하나님 하나 백설공주 하나 그리스도 열몇명이 나왔습니다.
자신이 그리스도라 믿는 두 사람은 입실랜티 병원의 입원환자였고 한명은 실험을 위해 이송되어 왔습니다.
이들은 2년 동안 침대를 나란히 놓고 같이 밥을 먹고 세탁소에서 비슷한 일을 했습니다.
이들 셋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쓰자면, 다들 삶이 좀 기구합니다.
레온 가보는 디트로이트에서 자랐고, 어머니는 광신도이며,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엄마는 집 놔두고 교회에서 기도만 했어요. 잠시 신학교 갔다가 군대를 갔다가 집으로 도로 돌아갔고 엄마를 잘 따랐는데, 32살때 자기가 예수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1년 후 정신병원에 들어갔습니다.
클라이든 벤슨은 미시간 주 시골 출신입니다. 42세 때 아내와 장인 부모님을 잃었으며, 큰딸은 결혼해서 멀리 떠났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재혼했으며, 모든 것을 말아먹고. 폭력을 사용했으며, 감옥에 갔습니다. 예수그리스도라 주장하다가, 정신병원에 갔습니다.
조지프 카셀은 캐나다 퀘벡 출신입니다. 붙임성이 없는 성격으로 책 속에 파묻혀 살았습니다. 처가에서 자신이 독살될지 모른다는 환각에 시달렸는데, 이 환각으로 실려왔는데 10년 뒤에 자기가 하나님=예수=성령으로 믿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명의 예수 그리스도가 한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벤슨 왈 '그들은 정말로 살아있는 게 아니에요. 기계가 그 사람들 속에서 말하고 있는 거에요. 그 기계만 꺼내면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겁니다.'
카셀 왈 '쟤네는 정신병자 환자인데 예수일 리가 없죠.'
가보 왈' 명성을 얻고 싶어서 예수인 척 하는 걸 겁니다. 다만 소문자 g로 시작하는 보조 하나님(god)일지도 몰라요'
로키치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매일 새로운 주제를 내놓았고 그들은 가족 어린시절 아내 그리고 맨날맨날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당연히 매일 격론이 벌어졌고 3주 후 최초의 폭력 사태가 발발했습니다. 가보가 아담이 흑인이었다고 주장하다 벤슨에게 한방에 날아갔고 셋이 각자 한판씩 치고받고 나서 평화가 임했습니다. 가보는 아담이 흑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견의 변화가 있었구요.
두 달 후부터 알아서 주제를 정하게 했는데, 셋은 날마다 모임을 진행하고 토론주제를 선정했으며 그날의 담배를 분배했습니다. 주제는 영화 공산주의 종교 등이었는데 두번 다시 정체성 문제는 건드리지 않았고 어쩌다가 내가 하나님이란 소리가 나오면 은근슬쩍 화제를 돌렸습니다.
다만 이제 정체성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는데, 가보는 직접 손으로 쓴 명함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박사,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재성육신이라 쓰여있는 명함을.
6개월 뒤에는 이 명함에 쓰인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박사, 진짜로 완전 무결한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똥 경.
뭐라고 부를지 물어보니 '똥 박사'라고 부르라고 했는데 이 명칭은 간호사들이 거부해서 '진짜로 완전무결한(Righteous Idealed)'을, R.I로 축약해서 부르기로 합의를 봤습니다. 이 명칭 변경 소동은 두 사람과의 대립을 피하고자 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 사람들의 정체성은 확고했어요. 미스터 하나님 미스터 그리스도 이렇게 나눠서 부르는 제안은 거부했습니다.
한번은 로키치가 벤슨에게 이 실험을 다룬 신문을 읽어준 다음 그 사람이 누군지 아냐고 물었는데
'몰라요' '뭐, 짚이는 거라도 없나요?' '아뇨, 이름이 안 나왔잖아요' '그럼 이름을 바꾼 사람에(가보)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사람은 예수가 되기 위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있어요.' '왜 예수가 되는 게 시간낭비지요?' '왜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해요? 아직 한번도 자기 자신인 적이 없으면서요. 그냥 자기 자신이면 안 돼요?' 그리고 벤슨은 이 세 사람은 분명히 정신병원에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1960년 4월, 가보는 아내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키치는 그걸 듣고 실험을 확대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가보의 아내는 가보 머릿속에만 있는 존재거든요. 결혼한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R.I 똥박사의 아내 라는 서명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친구는 진짜로 아내가 있다고 믿고 약속장소에도 가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자기 아내를 하나님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슨 노래를 부르라거나 돈을 나눠쓰라는 지시를 내리면 충실히 이행했는데 R.I 똥박사란 이름을 포기하란 지시는 절대 따르지 않았습니다.
실험 종료일, 로키치가 알고 있던 것은 이 사람들은 치료로 보통사람이 될 가능성은 없고, 정체성 문제를 단호히 해결하기보다 그냥 평화롭게 함께 사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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