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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1 16:17
Korean들 또 불만이 있어요? 당신의 인문학 위기, real crisis로 대체되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없어도 된다고? 알파고 만세라고? 그러면 스무 처녀를 낙원에서 볼 수 있는 무자헤딘에게 죽어주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들끼리는 사티암(교회건물)에서 순진한 천국을 짓던 옴진리교의 독가스에 죽어주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고, 천국을 지상에 지으려던 이스마엘의 어쌔신들에게 죽어주지 않을 이유가 무엇입니까? 제가 찾은 대답은 이것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이라, 제가 도움 받은 것도 많은 사람이라 나를 해치려는 사람에게는 거부감을 지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도망치기로 했습니다. 거리를 두기로 했습니다. 제가 토라진 마음으로 이상한 짓을 하고 헛소리를 하기 전에요.
18/11/11 16:03
눈 하나 달린 사람들만 사는 나라에 돌연변이로 두개 달린 놈이 태어났다고 칩시다.
이 돌연변이는 그 나라만 벗어나면 완벽히 정상이지만, 이 나라에선 곧 죽어도 돌연변이에요. 눈 두개로 사는것에 대해 온갖 멸시와 비난을 감수해야하죠. 다행히라고 여겨야할지 그 나라에선 돌연변이들이 자주 태어나 한쪽 눈알을 파내는 수술을 하면 정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당신이 이 돌연변이라면 한쪽 눈알을 파내시겠습니까 아니면 정상인들 사이에서 눈 두개로 사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자위하며 살아가시겠습니까.
18/11/11 16:16
꿈을 아버지에게 말씀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10년 조금 덜 된, 꽤나 어릴때 한 말이었습니다.
터키 동부의 반 (Van) 호수에 가서 나라 없는 쿠르드 사람들을 연구하면서 살고 싶어요. 쿠르드말은 배우지 않을거고요. 서로 영어를 하면서 영원히 이방인으로, 크게 버는 것없이 바라는 것 없이 텐트에서 신기한 것을 아침마다 보면서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곰곰히 듣던 아버지께선 말씀하셨지요. 그러면 감기가 돌고, 물건이 하나 없어지면 그 사람들이 너를 찣어죽이겠구나. 그렇게 살고 싶다면 너가 없어지면 한국에서 찾으려올 사람이 있을 정도로 성공해야지만 가능하지 않을까? 거기에 대고 제가 하지만 저는 정말 한국이 저랑 맞지 않는것 같아서 이런 이야기를 한건데요. 라고 답할 순 없었지요. 여러가지 이유로. 시큼하게.
18/11/11 18:14
굳이 쿠르드까지 갈 필요가 있나요? 현대자본주의
사회란 매우 편리하고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은 살기 꽤 좋은편이죠. 그냥 가족이나 친구 같은 인간관계, 금전적이나 평판적인 사회적 성공, 결혼 같은것만 포기하면 얼마든지 자유롭고 굶어죽을 걱정은 없이 살 수 있는걸요. 물론 그런 선택을 할 경우 단점도 많습니다만 저같은 경우 이 선택지가 맘에 들더라구요. 이나마도 불가능한 국가들이 넘치니까요.
18/11/11 18:32
음 쿠르드 자체를 제가 정말 진지하게 원한다는 것보다는...
현실의 서늘한 무서움에 대한 겁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글이고 답글이고. 길게 적었지만 사실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저는 절대로 한국이 못났다고 생각하지 않고 너무나도 강하고... 모든 것을 이길정도로 정답만을 찾기에.... 저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서늘한 거대한 세계가 저에게 너무나도 당당하게 찾아올 그런 공포를 느끼고 있는것이에요. '포기', '정답', '정상' 같이 한없이 약한 저를 깔아뭉개는 단어로 당당하게 무장한 이 체제가. 그러나 한국인이 아닌 세상은 이처럼 지독하게 세상 빡겜을 하지 않기에 헛짓 즐겜이나 하다가 GDP나 과학기술 같은 단단한 것에서 한국에게 따라잡히고 붕괴 할 것이며.. 결국 한국에게 불만을 가지고 도주한 저는 내통자로 효수 당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18/11/11 17:32
'글쟁이'라니! 제가 정말 듣고 싶은 단어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만의 고민과, 저만의 것이지만은 않은 고민이 반반인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18/11/11 17:04
잘 읽었습니다. 왠지 어젯밤에 티비에서 본 '어느 창녀의 하루'가 생각나는군요.. 양가감정과 폭력과 진실과 거짓과 감정과 허구의 소용돌이가 쏟아져 내리는.. 정리되고 정돈되지 않은 심상을 그대로 접하는 기분이라 생생하네요.
18/11/11 17:30
이번 강의에서 불친절한 구조를 가진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좀 문풍당당해진 경향이 없잖아 있습니다. 정확히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으면 그런 심상이라도 복잡하게 전달할 수 있게 노력하라...
라는 것은 반농담이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8/11/11 17:05
저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중국에서 나왔는데, 대학교 졸업할 때쯤 되니 '난 대체 어디에 속하는 놈일까..'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다행히 당시 중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좋게 생각해줘서 한국인이라 뭔가 손해보는 일은 없었는데, 그렇다고 제가 그 공동체에서 소속감을 느낄수 있었던건 아니었거든요. 가끔 한국에 와서 보면, 중국이 아무리 공산당이다 독재국가다 하는데 정치 및 외교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방면에서 한국은 정말 보수적이고 답답한 국가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어요. 뭘 그렇게 사람들 눈치를 많이보고 남들 시선에 자기를 끼워 맞추는데 급급한지. 적어도 제가 겪어본 중국사람들은 남의 눈치 보면서 피곤하게 살지도 않고 타인한테 그걸 암묵적으로 강요하지도 않거든요. '아 중국사람들은 왜 저럴까'라고 이질감을 겪기엔 17살의 저는 너무 어렸고 그런 문화속에서 섞여서 몇년을 지내다 보니 한국에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한국인이 아닌것도 아니고 중국에서 소속감을 느껴본 적도 없었어요. 뭐 회사생활 하고 군대 갖다오고 하다보니 결국엔 다시 보통의 한국인으로 돌아왔습니다만.. 대학시절에 제가 고민했던 것들과 느꼈던 감정들이 어렴풋이 떠오르게 하는 글이네요. 기억폭력 당한거같기도 하고 .. 여튼 잘 읽었습니다.
18/11/11 17:28
소설 "광장"을 너무 읽은 것 같긴해요 제가.
밀실과 광장을 한번씩 경험하고, 전쟁터에 다녀온 주인공이 결국 바다를 향해서 웃으면서 끝나니까요. "중립국"을 그렇게 외쳤지만 사실 정답은 아니었던 것이고... 그런 경험이 있으시군요. 사실 저는 이번에야 외국에 처음나와서 생활하는 입장이라 좀 성급하게 말하는 것같은 부끄러움이 듭니다. 이제 슬슬 술도 깨고.. 헤헤... 제 모든 글은 항상 이불킥거리라 생각해서 조금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려고 노력하고있어요. 나중에 다시 읽어볼수 있도록. 끄윽..
18/11/11 17:56
사실, 한창 저렇게 방황(?)할 당시 저또한 글쓰기에 심취했었습니다. 근데 어느순간 뒤돌아보니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영향받았던 것들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게다가,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한정되어있고, 사람들이 많이 읽는 글을 쓰려면 제가 겪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써야한다는걸 깨닫고 나서는 글을 써서 밥벌어먹을 자신이 없어지기도 했고요.
글쟁이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자신에게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저는 제가 쓰기 싫은, 마음에 들지 않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기 위해서 억지로 관련 취재를 하면서까지 노력하고 투자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설령 누가 돈을 준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 제가 만족할 수 있는 걸 써낼 자신이 없었어요. 그렇게 '이건 취미야' 라고 못이 박혀버리니 그만 흥미가 뚝 떨어지고.. 뭐 그렇게 되더군요. 관련 전공도 아니었고요.
18/11/11 18:00
첫 리플에서 '기억폭행'이라는 좀 무서운 단어를 쓰셨잖아요?
두번째 리플을 읽다가 뜬금없이 집안에서 귀신얼굴이라도 본 것처럼 소름이 돋네요. 제가 무서워하는 주제인건 어떻게 아시고...으
18/11/11 17:36
그러고보니 영어소설은 원서를 고수하는데,
일본어를 할줄모르니 일본소설은 한국어로만 읽었네요. 그리고 엄청 많이 읽었고요... 원하는 말을 해주는 것, 원하는 표현법을 지닌 것 같아서요. 사소설, 그 약간 병동냄새가 코에서 나는 것 같은 자폐스러운 자기 생각 일방적으로 털어넣기, 제가 한글로 글쓸때 영향이 있긴한것 같네요.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고맙습니다.
18/11/11 18:40
문학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남들과 다른 해석을 했다고 문제될게 있나요? 오히려 참신한 접근 방법이라고 좋아하실것 같은데요. 아마 교수님께서 너의 접근 방식이 참 참신한데 어떤 생각 혹은 경험을 근거로 그런 접근을 했는지 다시 발표해보라는 말에 스트레스를 받고 술한잔을 하면서 과제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18/11/11 19:58
버지니아 울프가 이런 말을 했다고 배웠습니다.
남이 글을 쓰라고 강제할때가 즐거운 것이지, 몸 안에서 외치고 싶은 소리에게 내일, 다음, 나중이라고 어르고 욕하는 가장 나쁜 놈은 작가 자신이라고... 그래서 제가 발표하고도 일주일이 지나서도 막 벽에서 구르고, 방바닥을 손바닥으로 때리다가, 한 열흘차에 준마이 사케의 도움으로 몸을 해집고 꺼내서 던져놓은 작품입니다. 라방백님께서는 그걸 알아주셨네요. 감사합니다.
18/11/11 19:54
병맛이라는 코드도 참 현대적이지 않나요. 러브크래프트 같은 현대적 공포물과 뿌리가 같다고 생각해요 저는.
예전에는 무언가 분명한 확신이 있었거나, 모르는 걸 모른다고 했지만, 현대인들은 뭔가를 안다고 생각하고 무언가 일어난다고 살지만 사실 자신이 무슨말을 하는지도, 옆에 들리는 말이 의미없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 살고 있지요.
18/11/11 19:43
남의 맞춤법을 지적하는 사람은 성격이 고약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껴않고 -> 껴안고 배떼기 -> 배때기 우겨지고 -> 우거지고 쉬쓰는 -> 쉬스는 거두워 -> 거두어 진해려고 -> 지내라고 저는 성격이 고약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18/11/11 19:51
고친다고 계속 누덕누덕거리고 있었음에도 놓친게 한아름이나 되었군요. 왜 이런 것들은 한번 적어놓으면 다시 봐도 자연스러운지 모르겠네요... 나눠서 보면 참 눈에 띄는데도 말이지요.
소설을 들먹인 부분은 손이 멋대로 쳐놓은걸 그냥 두고싶은 마음이 컸는데 왜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한번 글 크게 고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8/11/11 20:00
찣어들고 -> 찢어들고
떠날 때가 됬다고 -> 됐다고 딛었냐 -> 디뎠냐 딛어 -> 디뎌 때국물 -> 땟국물 버깁니까 -> 뻐깁니까(속어) 제 성격의 상태가..
18/11/12 13:12
맞춤법도 고쳐주시면서 글에 대한 감상도 조금만 적어주시면 더 좋지 않을까 사료되옵니다.꾸벅
맞춤법 고치는 거야 참 좋은 일인데 왠지 내 글에서 그것밖에 보이지 않았던걸까 하면서 조금 슬퍼지거든요. 제 경우가 그렇다는 얘깁니다. 저도 맞춤법 오지게 틀리는지라...
18/11/12 13:14
보통 이런 글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왔다갔다 하다가 상호모순에 휘말리게 되는데, 이 글은 그러는 척만 한것같아서 배신감(?)이 느껴지네요. ^^ 뭔가 영상으로 풍경이 그려지는 글이 나올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진심으로 너무 잘 읽었습니다.
18/11/13 08:38
한국이 갑갑하다, 라고 수업시간 발표를 하려다가, "그런데 너희도 똑같이 갑갑하다! 신이나 믿는 미국인들!"이라고 짜증을 내고, 한국이 갑갑하다는 저 자신이 더 갑갑하다고 짜증을 내는 그런 글입니다. 3중 구조네요.
18/11/13 00:17
한국의 빡겜 + 전체주의 + 체면 중시의 문화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부여한다고 느끼시나봅니다.
저는 미국온 지 햇수로 15년째라 지금 한국의 문화가 어떤 지 이젠 잘 알 수 없는지라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다만 미국의 기독교 문화에 대해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지 싶습니다. 물론 아직도 미국인의 절반이 천사의 존재를 믿을 정도로 종교의 영향력이 강하게 남아있긴 한데, 확실하게 하향세이기도 합니다. 모든 위협은 그것이 상향세일 때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인데, 미국의 기독교는 그런 느낌은 아니지요. Farce 님께서 만약 미국에 자리잡으신다면 님께서 마흔 찍고 아이가 학교 갈 무렵만 되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덜할 것 같습니다. 미국의 문화 중 기독교보다 더 답답한 부분은 반지성주의라고 생각해요. 사실 기독교가 노답인 것도, '내가 7살때 목사님한테 들어서 가지게 된 의견과 너가 50년동안 실증자료를 토대로 내린 의견은 대등하다' 라는 '내 의견이 최고임. 이유따위는 필요 없음' 이라는 반지성주의 때문이 크죠. 근데 이것도 조금씩이나마 변화할 거라고 생각하기에, 장기적으로는 큰 걱정을 하진 않아요.
18/11/13 08:31
어떤 SF 덕후들은 초지능인공지능과 우주개척에 대해서 떠듭니다. 인간의 문명과 세계가 더 많은 자원을 흡수하고 개척하고 개발하고 향상되는 것에 대한 영원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처음엔 태양계, 다음엔 궤도 엘리베이터, 다음엔 다이슨 스피어 등등... 아직 과학적으로 개념이 잡히지 않은 희망사항을 풀어놓습니다. 그런데 이런거야 영화 줄거리로나 재미있게 쓰면 되지, 누가 생업을 가지고, 가족을 가지고 이런 크고 먼 이야기들에 대해서 고민합니까. 덕후들은 소수의 덕후들만 있으면 그만이잖아요.
그런데 한국은 행복해도 케이팝 유튜브 뷰어 카운트로 해피하고, 불행해도 OECD 통계로 새드하잖아요? 그래서 살인자에게 쫓기듯이, '저'에게 해를 입기싫으니 도망칠 수 밖에 없었지요. 남아있으면 제가 산산조각 나버릴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여기 캘리포니아에서 자꾸 한국고기집, 케이팝 클럽 같은 요소들이 '두 유노 사이' 하듯이 마구 튀어나옵니다. 한국이 출산율 떨어지는지 전쟁의 위기에 처했는지 아무튼 물리적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지는 모르겠고. 사실 제가 뭐 그렇다고 미국이 위대하다, 미국 정서에 동질감이나 소속감을 느낀다! 이런 것도 절대 아닙니다. 이러니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세상에 저를 위한 나라는 없구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에게 쫓기는 보안관이 된 느낌이 들어요. 제가 제 마을의 보안관인데.. 저야 말로 이 체제에서 자라나서, 구조를 이해하고, 애정을 가진 사람인데, 이래서 죽음을 어치 피할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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