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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2/14 02:47:19
Name Blooddo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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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1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134110
Subject [일반] [도서 추천] 검사내전


  최근 1년간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힌 책입니다. (판타지/무협 포함)

  책의 작가이자 주인공은 "당청꼴지(지청에서 일 제일 못한다는 뜻)" "또라이" 검사입니다.

  제가 이 도서를 추천드리는 이유는, 아래와 같은 재미있는(?) 에피소드 외에도 사회에 대해 생각할 거리들이 많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1.
  한번은 평소처럼 밤늦게 야근을 하고 있는데 차장검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차장검사가 법원 판사들과 회식을 한 모양인데, 2차로 간 술집에서 흥이 과했던지 법원 수석부장판사와 내기를 한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각자의 부하직원들을 호출해 어느 쪽이 더 많이 나오는지를 내기한 것이다...

  ... 나는 각 부의 총무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차장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한 뒤 나는 계속 사무실에 남아 일을 했다. 차장이 나에게 나오라고 말한 것은 아니었고, 또 차장은 잘 몰랐겠지만 검사는 개가 아니다. ... 다음 날 난리가 났다. 아마 내기에서 졌나 보다. ... 아침에 차장이 부장들을 불러 싫은 소리를 했다. 그러자 부장이 아침부터 바쁜 검사들을 불러 일장 훈시를 시작했다. 이것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

  ... 그 결과 순간의 격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나도 한마디 했다.

  "그게 단합이면, 그럼 제가 술 마시다 차장님을 불러도 차장님이 나와주나요?"

-_-;;;

2.
  사기 공화국이다. 사회 전체에 세속적인 욕망이 창세기 바다처럼 들끓고 있다.  ... 결국 사기가 넘쳐나는 이유는 그것이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 사기꾼들은 어지간해서는 죗값을 받지 않는다. 사기꾼이 구속될 확률은 재벌들이 실형을 사는 것만큼 희박하다. ...설사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낙담하기에는 이르다. 1심에서 법정구속이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 이러한 천혜의 환경 조성으로 우리나라 사기범의 재범률은 77%에 이른다.  


그리고 이 뒤쪽에 본인이 담당했던 파란만장한 사기꾼들 이야기가 아주 맛깔나게 펼쳐집니다.
순진하게 생긴 연기 100단의 연쇄 사기범 할머니, 보험금 사기꾼 등등.... 전 여기까지 읽고 서점에서 바로 사게 되었고.
새벽 2시에서야 다 읽었네요. 너무 즐거웠습니다. 인상깊게 읽은 문장들도 많았구요.
주의하실 점이라면, 피지알의 주된 여론과 다른 견해를 접하실 수도 있습니다. '김영란법에 대한 생각' 이라던가 '투표율과 정치발전은 비례하는가' '변호사 수를 늘리면 사회가 더 나아지는가' 등이 있는데요, 저는 꽤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3.
  흔히 사람들은 위기가 기회라고 설교한다. 정말 그럴까?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직접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없다. ... 그것이 기회라고 말하는 사람은 위기를 겪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 단순한 순환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부침에 불과한 것을 크나큰 위기였던 것처럼 호들갑 떠는 이유는 자신이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포장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 위기는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고 피해야 하는 것이다.

  일당들이 구속된 후 나는 서울중앙지검을 떠나기 전에 영민씨를 불렀다. 그에게 뭔가 멋진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 바보 같게도 나는 그에게 살다 보니 세상이 다 사기 같다고 했다. 영민 씨 같은 사람에게 세상은 더욱 그렇다고 했다. 청년에게 희망을 주라는 말도 사기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식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특혜를 준다. 청년에게 위로를 건넨다는 교수나 종교인도 정작 관심은 돈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 청년의 웃음이 그리 무거운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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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군
18/02/14 02:53
수정 아이콘
진짜 670억 해먹고 집유로 나온 사기꾼 새끼가 2년만에 다시 3900억 해먹는데..670억 해먹고 집유나온건 이재용보다 센거 아닙니까 크크크 강간의 왕국 아니죠 사기의 왕국 맞습니다.
펠릭스-30세 무직
18/02/14 02:55
수정 아이콘
보통 일반인의 법감정과 어긋난 판결은 법리 보다는 주로 그 변호사가 누구인지와 많이 관련되지요.

전관예우가 존재하는 이 나라에서 유전무죄는 철의 공식이지요.
사악군
18/02/14 03:02
수정 아이콘
전관예우까지는 안 가더라도 아무튼 사기꾼들이 범죄자들중 가장 훌륭한 변호를 누리긴 하죠. 그놈들은 사기친 '돈'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범죄들보다 사기가 변호사 입장에서 법리적으로도 이리저리 파고들 구석이 많은 범죄이기도 합니다. 피해자들도 과실이 있는 경우가 많고 사업과 사기의 구별이 분명할 수가 없어서요.

사기/민사의 경우 무전무죄 유전유죄도 많습니다. 정확히는 '자기이름으로 된 돈' 무전무죄, 유전유죄.
Blooddonor
18/02/14 03:26
수정 아이콘
그래서인지 작가는 AI의 적용범위가 넓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꽤나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인쇄술이 인류에게 자유와 평등을 가져다주었듯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공평한 법 적용이라는 신천지를 최초로 선사해줄지도 모른다"
작별의온도
18/02/14 07:15
수정 아이콘
교도소에서 공보의했던 친구가 진짜 질려하며 얘기하는 게 다른 범죄자들과 달리 들어와서도 반성의 기미없이 나가서 또 무슨 사기칠까 고민만 하는게 사기꾼이랍니다. 감방들어가있으면 피해자들이 어차피 못 찾아오고 사기친 돈은 쥐고 있으니 환기차 휴양차 생각한다고.
영원한초보
18/02/14 13:39
수정 아이콘
AI의 도움을 받으면 이런걸 줄일 수 있을까요?
한국은 정말 사기의 왕국이에요.
죄 값도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절름발이이리
18/02/14 22:03
수정 아이콘
이건 판사가 문제라기보단 그냥 한국 형법상 사기죄의 형량이 낮아서 발생하는 현상이라..
영원한초보
18/02/15 01:46
수정 아이콘
양형 문제가 있죠.
그런데 양형 약한건 누구한테 항의 해야 되는 거죠?
이것도 국회인가요 왜 한국은 사기죄 형량이 낮은 걸까요.
로고프스키
18/02/14 09:12
수정 아이콘
소개글 보고 재밌어 보여서 구매 했습니다~
조말론
18/02/14 09:58
수정 아이콘
전에 법원쪽에서 이런 책나왔을때 너무 잘 읽었는데 책추천 감사합니다 친구놈들중 새끼검사들이 몇있는데 청내 속마음을 얘기하는건 드물어서 궁금했습니다
18/02/14 10:31
수정 아이콘
호오... 덕분에 빅이슈 살돈으로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빅이슈야 이 분 덕분에 두달간 못사게 되었구나!
Randy Johnson
18/02/14 11:4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맛난스콘
18/02/14 22:48
수정 아이콘
좋은책 추천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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