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11/19 22:30:43
Name 위버멘쉬
Subject [일반] 영화 소셜 네트워크 다르게 보기
510adt0.jpg
SBF8U7T.jpg
영화는 도입부에서부터 여자 사진을 보며 낄낄거리는 히키코모리들과 버스에 미녀를 가득 태워와 폼나게 놀아 제끼는 상류층의 모습을 교차 하면서 보여준다. 방구석에서 찌질거릴 것이 아니라 리얼 월드에서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멋지게 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물론 온라인 관계의 허구성이라는 코드에 촛점을 맞추어도 소셜 네트워크는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다. 오랜만에 다시 감상하면서 나의 흥미를 자극한 것은 폐쇄성exclusivity이라는 대사였다. 





8HDwzN5.jpg
- I'm just saying I need to do something substantial in order to get the attention of the clubs. 
- Why?
- Because they're exclusive.


Jms2eWX.jpg
-You are at one of the oldest, one of the most exclusive clubs, not just at Harvard, but in the world.




2p60u6i.jpg
-The main difference between what we're talking about and MySpace or Friendster, or any of those other social networking sites is...
-Is exclusivity. Right?

등장 인물들은 배타성exclusivity을 추구한다.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은 그 자체가 권력이다. 배타성이라는 단어 안에는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와 핵심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 피닉스 클럽, 포셀리언 클럽. 그들은 상류층만 가입할 수 있는 비밀 클럽에 소속되길 원하고 그것에 굉장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진다.  윙클보스 형제가 주커버그에게, 회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서 1층 밖에 갈 수 없다는 점을 굳이 강조하는 장면은 다분히 계급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진다. 1레벨은 1층까지만...



MlBHaVn.jpg
주커버그의 절친 왈도는 그 폐쇄성의 울타리 안에 간절히 편입되고 싶어한다. 추운 겨울에 바지까지 벗어가면서 힘을 가진자들의 승인을 기다린다. 고상한 음악을 듣고 조정 경기에 참여하고 신입생 수칙을 지키며 학교 간부를 만나러 갈때는 격식을 갖춘 정장을 착용한다. 그들은 시스템의 순응자들이다.



2t1cz7y.jpg
주커버그의 태도는 아주 다르다. 폐쇄성이라는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그는 벽 자체를 근본적으로 허물어 버리기를 원한다. 





YOPIK2j.jpg
20T7gfE.jpg

핀처 감독은 왜 창문에 알고리즘을 적는 장면을 끼워 넣은 걸까? 종이에 적는 편이 더 빠르고 간편할텐데. 창문에 알고리즘을 적는 왈도와 Windows에 코딩을 하는 주커버그. 그것은 시스템을 태하는 태도의 차이처럼 느껴진다. 아날로그와 온라인. 주커버그는 이 작은 창문(?)을 이용해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모두가 연결되어 있으며, 공평하게 권력이 분산된 가상의 세계를 창조한다. 그 세계의 이름은 Facebook이다. 거기에서는 대통령과도 다이렉트로 대화할 수 있고 거기에는 비밀스럽고 폐쇄된 상류 클럽 같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폐쇄성의 세계에 입성하기 위해 성문을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성벽 그 자체를 파괴해 버린 셈이다. 




KgbYsUC.jpg
숀 파커는 주커버그의 롤모델이 될 만한 인물이다. 냅스터라는 돌멩이 하나로 골리앗을 쓰러트렸으니까. 음반 업계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맞서 싸워 그것을 근본적으로 파괴해 버렸다. 그런 이유로 소송을 당해 많은 피를 흘렸다.




nNVzyEi.jpg
이제 주커버그와 왈도의 지리한 법률분쟁은 첫번째 감상 했을 때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친구끼리의 우정 싸움이라거나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싸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세계관의 충돌이라고 한다면 너무 거창한 표현일까. 구시대적인 것, 폐쇄성, 배타성의 성을 지키려는 자들과 개방성, 관계성을 투석기 삼아 벽을 무너뜨리려는 혁신가들의 싸움. 몇년 만에 다시 본 소셜 네트워크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권력의 기반이 되는 가치들이 변동해 가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영화처럼 느껴진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7/11/19 22:4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잘 읽었습니다. 님 글을 읽고 나니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본문에서는 왈도와 주커버그의 대비를 통해 주커버그가 대변하고자 하는 개방성을 강조해주신듯 싶은데요. 저는 영화 속 주커버그가 그보다 더 모순적인 인물로 보여집니다. 극초기의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의 학벌을 강조함으로서 일종의 이너 서클을 만들고 그들만의 배타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사이트였죠. 그 배타성을 웹 상에서 과시함으로서 인정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측면도 있었고요. exclusivity를 뜷고 그곳에 소속되고자 하는 한편 exclusivity 자체를 허물어버리고자 하는 양면적인 모습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지 않았나 싶네요.
위버멘쉬
17/11/19 22:50
수정 아이콘
제가 미처 캐치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셨네요. 그런 양면성이 주커버그 캐릭터 뿐만아니라 영화 자체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17/11/19 22:56
수정 아이콘
이렇게 읽고보니 엔딩장면과 도입부 장면이 더 잘 연결되는거 같습니다. 결국 주커버그가 소송전에 휘말리면서까지 얻고 싶었던 것은 자신의 exclusivity의 증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엔딩씬에서 옛 여자친구에게 친구신청 해두고 계속 F5를 누르는거죠. 이제 자기를 좀 인정해달라고 옛 여자친구에게나마 소심(찌질?)하게 외치는거죠.
칸나바롱
17/11/20 00:49
수정 아이콘
옛 여자친구가 아니라 변호사 아닌가요..?
배주현
17/11/20 02:41
수정 아이콘
옛 여자친구 맞아요
그린티미스트
17/11/20 19:29
수정 아이콘
옛 여자친구 맞습니다! Erica albright 였나
이밤이저물기전에
17/11/20 07:22
수정 아이콘
네 그렇죠.
영화초반 여자친구하고 대화를 봐도...
주커버그가 얼마나 클럽에 들어가고 싶어했는지 잘 나오죠.
그리고 친구이자 동업자인 에두아르도가 파이널 클럽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은근히 질투하고 있었으니까요.

머 어찌 하다보니까 페이스북이 폐쇄성의 장벽을 허물기는 했는데...
이친구도 원래 시작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페이스북 초창기에는 학교 이메일이 꼭 있어야지 가입이 가능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어마무시해지고 신규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그런 제한을 없애버렸지 원래는 학교 학생이어야지 가능했거든요.
VrynsProgidy
17/11/19 22:5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크, 소셜 네트워크는 아무래도 재밌고, 잘만들었고, 세대 코드가 맞는 내용의 영화다 보니까 평을 읽을때마다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위버멘쉬
17/11/19 23:01
수정 아이콘
잘 만든 영화는 다시 볼 때 처음과는 다르게 우러나오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소셜 네트워크는 세상이 좀 변하고 다시 보면 또 다르게 보일 것 같습니다.
17/11/19 22:57
수정 아이콘
사실 소셜 네트워크에 큰 감동을 못느껴서 내가 뭘 놓치고 있는건 아니었는지 고민이 많이 됐는데 연말에 시간나면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좋은 해석과 평 감사합니다.
위버멘쉬
17/11/19 23:03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17/11/19 23:12
수정 아이콘
오늘이 토요일이었으면 다시 보러 갑니다.. 하 내일 월요일 실화냐 ㅠㅠ
아줌마너무좋아
17/11/19 23:25
수정 아이콘
갓수는 웃습니다 하하하!! ㅠㅠ
항즐이
17/11/20 01:54
수정 아이콘
신선한 시각 정말 좋네요! 이런 식의 접근법 정말 즐겁습니다.

오늘날 네트워크, 특히 포털와 SNS의 위험성을 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개방성/분산성이 절대선처럼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좀 걱정되기도 합니다.
larrabee
17/11/20 08:26
수정 아이콘
이글을 보고나니 이영화가 다시보고싶어지네요 감사합니다
-안군-
17/11/20 11:47
수정 아이콘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미국이라는 사회가 생각 이상으로 계층 분화가 크게 이루어진 사회라는 점이 와 닿더라고요.
칸나바롱
17/11/22 09:01
수정 아이콘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더 심해요..
17/11/21 02:38
수정 아이콘
제가 이 영화를 자막과 함께 봤다면 더 분명 더 재미있게 봤을거라 확신합니다 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4668 [일반] 노벨상 한번 가는겁니까? [53] 김소혜15421 17/11/20 15421 1
74667 [일반] 소개팅 100번과 결혼 [19] 피정12168 17/11/20 12168 10
74666 [일반] [감상] 대군사 사마의 – 매우 프로파간다스러운 기획드라마 [19] 호풍자16619 17/11/20 16619 17
74664 [일반] 우병우 관련 영장이 또 기각되었습니다. [36] 피나13955 17/11/20 13955 0
74663 [일반] 영화 소셜 네트워크 다르게 보기 [18] 위버멘쉬10317 17/11/19 10317 13
74662 [일반] [링크주의] 워마드에서 충격적인 글이 올라왔습니다. [131] Dalek23460 17/11/19 23460 3
74661 [일반] [뉴스 모음] 안보를 도둑질한 작자들 외 [13] The xian11920 17/11/19 11920 43
74660 [일반] [스포주의] WWE PPV 서바이버 시리즈 2017 최종확정 대진표 [14] SHIELD5998 17/11/19 5998 2
74659 [일반] <그것이 알고싶다> 안아키편 하이라이트 (데이터주의) [126] 토니토니쵸파19057 17/11/19 19057 26
74657 [일반] 여성망치 vs 장애인실드 [164] minyuhee15725 17/11/19 15725 4
74656 [일반] 정사 삼국지 관련 인상적인 주요 대사들 '100선 모음' [43] 신불해16303 17/11/18 16303 30
74655 [일반] 고 김영삼 대통령의 대굴욕. [102] 삭제됨16595 17/11/18 16595 20
74654 [일반] 대학의 기능이 뭘까요? [48] 파니타11075 17/11/18 11075 4
74653 [일반] 오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합동추모식이 있었습니다 [8] 네버스탑5704 17/11/18 5704 22
74652 [일반] [암호화폐] 칩이 다 떨어지면 이 놀음도 끝이 나는게지. [30] 이밤이저물기전에13121 17/11/18 13121 14
74651 [일반] 플랜DAS의 개? 계!!! - [46] ArcanumToss11215 17/11/18 11215 6
74647 [일반] 2주 동안 생긴 일 [56] The xian13359 17/11/18 13359 52
74646 [일반]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조정은 이루어질 것인가? [42] 아유7956 17/11/18 7956 3
74645 [일반] 잊고있던 그분들 망언이 역시나 튀어나왔습니다. [89] 피카츄백만볼트15105 17/11/18 15105 3
74644 [일반] 전미 대학원생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세금개혁안 [131] Luxtau17552 17/11/18 17552 8
74643 [일반] 호러물 이야기 (3): 재에서 재로, 먼지에서 먼지로 [34] TheLasid7099 17/11/18 7099 14
74641 [일반] 1311. 잊힐 수 없는 네버엔딩 스토리 [9] Love.of.Tears.10195 17/11/17 10195 5
74640 [일반] [뉴스 모음] 최순실씨 3차 구속영장 발부 외 [25] The xian12907 17/11/17 12907 3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