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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9/13 20:07:20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일반] [잡담] 사과론


제목만 보고 사과로 유명한 몇몇 지자체에서 혹 했을수도 있지만 (충주 페북지기님 죄송합니다.)

앞으로 할 이야기는 apple이 아니라 apology 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사과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선 사과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


앞으로 주저리주저리 쓸 내용을 아주 정확하게 요약한 한줄이네요. (한줄요약이 먼저 나왔으니 이 글은 두괄식)


이 글은 저 한줄요약을 바탕으로 키보드 혹은 입으로 전해지는 사과들을 저격하고, 올바른 사과방법에 관해 이야기 하고자 작성하였습니다.





#1. 자기의 잘못을...

- 심플합니다. 사과란 『잘못을 한 당사자』가 하는것 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잘못을 하지 않았으면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거죠.

그리고 남이 한 잘못에 본인이 사과할 필요도 없는것입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상황1) 동네에서 초등학생A가 캐치볼을 하다 남의 집 차에 손상을 입혔다. 누가 사과해야 하는가..?
  
        초등학생A?, A 보호자?. 정답은 둘 다입니다. 보호자는 왜? 관리못한 잘못이 있는것이죠.

        초등학생 A 모범답안 : 제가 해서는 안되는 장소에서 캐치볼을 하다 재산상의 피해를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보호자 모범답안 : 공놀이는 운동장에서 하라고 교육시켜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재산상의 피해를 드렸습니다. 아이는 경제적

                                능력이 없으니 보상은 보호자인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오우 헤븐조선~!! 구뤠잇~!!


상황2) 약물을 한 야구선수가 MVP급 활약을 해서 우승 시켰다. 이에 우승팀을 제외한 타팀 팬들이 빡이 쳤다. 누가 사과해야 하는가..?

        정답은? 약쟁이만 하면 됩니다. 해당팀 팬이 무슨 잘못을 했나요. 팬이 선수 약물 관리까지 신경써야 하는건 아니니까요.

        비슷한 예로 축구 경기도중 한 선수가 심한 백태클을 해 상대 선수가 골절 이상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때도

        그 태클을 한 선수가 사과하면 됩니다. 해당팀 서포터는 전혀 잘못이 없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보이는 얼척없는 문장 중 하나가 바로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립니다. ㅠㅜ" . 님이 뭔데 사과하나? 대리인 증명이라도 있나?

        그럼 일부 응원하는 스포츠를 자신과 동일시 하는 광팬들은 이렇게 말하겠죠. 아니 그럼 우리새끼(선수) 욕먹고 있는데 보기만해요?



        네. 보기만 하세요. 각종 프로스포츠 30년을 보아온 제가 보장합니다. 가만히 있는게 제일 현명한 판단입니다.



        예전 자료 꺼내오고 뭐 다른 나라 사례 가져오고, 피해자 인터뷰 퍼오고, 전문가 칼럼 퍼오고 이런거 하지 마세요. 그냥 기름도

        아니고 무연 고급휘발유 끼얹는 겁니다. 자팀선수 까지도 마세요. 그냥 X나 가만히 계세요. 누군가 다친 상황이라면

        빠른 쾌유를 빕니다. 큰 부상 아니길 바랍니다. 이정도만 코멘트하세요. 저번에 뭐뭐 했을때 뭐라뭐라 하던 팬들 다 어디갔나요 라는

        도발에도 넘어가지 마세요. 스포츠 판은 종목 불문하고 언제 피해자가 가해자 되고 상황역전 될 지 모릅니다.

        사과는 잘못한 본인이 하면 되는겁니다.







#2. 인정하고...

  - 잘못했다. 라고 하면 되는겁니다. 사정이 이래저래서 어쩔수 없었다. 의도한바는 아니었다. 이런말 할 필요 없습니다.

한국 사람들 꽤나 관대합니다. 무슨일 벌어졌을때 너무 쥐잡듯이 잡는거 아니냐 할 때도 있지만  당신의 생각보다 한국 사람들

이런저런 사정에 관대하고, 정에 약합니다. (물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얄짤없습니다.)

『잘못했습니다』로 끝내야 합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잘못했습니다만, 사과드립니다 그런데, 잘못한건 인정하지만.. 다 오답입니다.







#3. (상대방에게) 용서를 빎...

  - 괄호 안은 국어사전에선 빠져있지만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넣어봤습니다. 일단 국어사전에 있는 말부터 하자면,

   『 용서를 빎』입니다. 빎은 명사형이므로 사실 용서를 빌다라고 보면 됩니다.

   국어사전에선 빌다를 잘못을 용서하여 달라고 호소하다. 라고 하네요.

   하나 더 풀어서... 호소하다는 억울하거나 딱한 사정을 남에게 간곡히 알리다. 라고 적고있습니다. 맞습니다. 강요하는게 아닙니다.

   그냥 좀 들어주십시오 인거죠. 안들어주면? 들어줄때까지 사과하고 또 사과해야지요. 야야 사과도 했는데 좀 넘어가주라..같은

   필자 여자친구 생기는 소리는 하지 마십시오.  반성문 100장 써간다고 있던 죄가 없어지진 않습니다. 감형은 좀 되겠지만...

   사과 안받아주는 사람이 속좁은 사람, 피 눈물도 없는 사람이 아니라, 애초에 사과해야 하는 일을 만든 사람이 잘못한 사람입니다.





   괄호안에 써 본 말을 해석해 볼까요. 상대방에게..어쩌면 가장 중요한 포인트 입니다. 사과란 내 잘못으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 하는

것입니다. 내가 4885 그렌져 범퍼를 긁었는데 6509 아반떼 차주한테 사과하는건 이상한거잖아요.

UFC 챔피언이 도핑에 걸려 챔피언 자격이 박탈되고 선수 자격정지를 몇년 받았습니다. 누구한테 사과해야 하나요?

돈내고 온 팬들, 집에서 돈내고 본 사람들, 응원했던 사람들, 같은 체육관 스텝들, UFC 단체 관계자들에게 해야 합니다.

중요한게 빠졌죠? 네 맞습니다. 상대했던 선수들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어쩌면 가장 큰 피해는 그 사람들이 봤으니까요.



한 수영 메달리스트를 네비도지 못한 네티즌과 국민들에게 선수는 올림픽 나가고 싶다고 울며 사과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응원했던 네티즌과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꼈으니 당연히 사과받아야 합니다. 헌데 빠진게 있네요. 1등할거 2등한 사람, 2등할거 3등한 사람..





정리하는 의미로 써 내려가면서도 가슴이 불-편 해지니 편-안 하게 하기 위해서 위의 내용이 정확히 반영된

사과문의 정석 2개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나니와 사과문』

상황설명) 조별리그에서 이미 탈락이 확정된 상황. 임재덕 선수와의 경기에서 무성의하게 탐사정(프로브) 러쉬 후(턱괴고 마우스컨으로만)

               gg.. 전세계 이 스포츠팬들을 벙찌게 만들었다. 허나 그 후 올린 이 사과문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상당히 희석된다.



  -사과문-

“세 경기를 믿기 어려울 정도의 근소한 차로 내리 지고 난 후, 저는 제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도 화가 났습니다. 그간 저를 오랜 시간 동안 오롯이 믿고 응원해준 모국 팬들을 포함한 모든 분들에게 저에게도 최고의 선수들을 이길 수 있는 자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말 많이 준비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날 여러분들에게 드린 것은 오직 실망 뿐이었지요. - <자기의 잘못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제가 그 당시 정신이 나갔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한 행동은 전혀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제가 한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팬들이 저와 임재덕 선수와의 경기를 보고 싶어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제가 얼마나 큰일을 저지른 것인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제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제 정신이 아닐 때 “의미 없는 경기”라고 생각했었던 그 경기가,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정말 의미 있는 경기였던 것입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저는 이스포츠에서 “의미 없는 경기”따위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 <변명이나 핑계가 아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과정을 적절하게 풀어내었다.>



저와 임재덕 선수가 다시 만나 겨루는 것을 고대하고 있었던 팬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날 전 재덕선수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었던 전략이 있었습니다. 물론 재덕선수도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덕 선수를 포함한 모든 한국 선수들과 팬 여러분, 제가 한 행동으로 기분상하게 해드린 것 다시 한번 사죄 드립니다. 임재덕 선수와 팬 여러분, 다음 기회에 혹여 재덕선수와 제가 다시 대회에서 만나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 여러분들의 시간이 헛되이 버려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또한 채정원 해설을 포함한 곰티비 측 해설진 분들과 감독님들 그리고 스탭 여러분들께도 사과 드립니다. 이제서야 제가 한 행동이 여러분들께서 그 동안 GSL을 꾸려나가며 쏟아 부어온 노력을 한 순간에 가벼워 보이게 하는 것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제가 그날 한 행동으로 인해 더 이상 곰티비를 포함한 이스포츠 전체가 조금이라도 고통을 더 받지 않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사과할 대상을 하나하나 정확히 지칭하고 있으며 사과와 동시에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있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저는 오직 저만을 위해서 이 게임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제가 아마츄어가 아닌 프로라는 사실이 이런 저의 생각이나 행동방식과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집에서 혼자 게임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저의 경기들을 지켜보고 있고, 제가 더욱 노력하며 최선의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제 단지 저 자신만을 위한 게이머생활은 접고자 합니다. 비단 저 자신 뿐만이 아닌 수많은 스타크래프트2 팬들과 이스포츠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게임에 임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용서를 구하는 반성의 자세. 플러스 점수를 얻게 된 문단>



프로게이머로 산다는 것이 저의 좁은 식견으로 인지하고 있던 것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저에게 요구한다는 사실, 이제야 깨닫습니다.”
-<오 이녀석 장난으로 쓰진 않았구만..>








『이재용 사과문』

상황설명)  메르스라는 전염병의 공포가 대한민국을 집어 삼켜가던 2015년 여름. 대한민국은 대통령제 국가이지만 왠일인지 사기업의

부회장이 사과를 하였다. 아마 딴 사람이 써줬겠지만 읽은 사람은 이재용이니 이재용 사과문이라고 하겠다.



- 사과문 -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 <자기(조직)의 잘못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사과할 대상 언급>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특히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들
아직 치료 중이신 환자분들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지칭하고 있다>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십니다. - <안물안궁>

환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
환자 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관계 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 하겠습니다. - <해결책 제시>


저희는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 자신 참담한 심정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 <본인과 조직의 잘못을 인정>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응급실을 포함한 진료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했던 음압 병실도 충분히 갖춰서
환자 분들께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이런 감염 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예방 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말씀 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의료진은 벌써 한 달 이상 밤낮 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변명, 핑계가 아닌, 양해를 구하는 모습. 바람직한 사과의 자세>


메르스로 큰 고통을 겪고 계신 환자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면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정석적인 마무리.>



두개의 명문을 읽고나니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안 해지는군요.

추가로 사과의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타이밍입니다. 늦으면 안하느니만 못하더라구요.


























잘 이해되었나요 숲속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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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3 20:12
수정 아이콘
우리가 잘 쓴 사과문을 보기 어려운 이유는, 사과문을 잘 쓸만한 사람은 이미 사과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7/09/13 20:24
수정 아이콘
저도 피지알에서 팀아일체 시전하는 분들 보면 갸우뚱합니다.
내가 미안하다니까 같이 그만 까자 그 수준이죠.
Hindkill
17/09/13 20:24
수정 아이콘
숲속 친구들은 사과문 같은 거 모릅니다
아마그래머
17/09/13 20:28
수정 아이콘
후다닥 후다닥
요르문간드
17/09/13 20:38
수정 아이콘
이재용 사과문은 누가 썼는지 몰라도 대단한 사람인듯.
그리고 안물안궁이라고 하셨는데, 사실 저부분 역시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신의 상황이 상대방과 비슷하다는것을 알려주어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게 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편히 해줄수 있거든요. 사과문의 화룡정점 격인게 저거라고 봅니다.
언뜻 유재석
17/09/13 20:48
수정 아이콘
유모어 였습니다. 부장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만..
17/09/13 20:53
수정 아이콘
상황 2는 위로의 뜻으로 하는거 아닌가요?
녹차김밥
17/09/13 20:54
수정 아이콘
팀원들과 감독님의 얼굴조차도 보기 죄송스러워 PC방에 왔네요.
세인트
17/09/13 21:10
수정 아이콘
그만까요 ㅠㅠㅠㅠㅠ
원시제
17/09/13 22:39
수정 아이콘
이걸 열심히 찾고 있었는데, 댓글에라도 있어서 다행이네요.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7/09/13 20:54
수정 아이콘
글쓴 분 여자친구 생기실 겁니다ㅠ
서현진
17/09/13 21:05
수정 아이콘
항상 재밌고 좋은 글을 남겨주시는 언뜻 유재석님에게 정말 예쁜 여자친구가 생기길 기원합니다. 글좀 자주 올려주세요. 재석님 잡담글 너무 좋아요!
Hysteresis
17/09/13 21:18
수정 아이콘
이렇게 훌륭한 글을 쓰신분이면
여친정도는 듀얼코어로 있지 않겠습니까?
유모어고 잘 읽었습니다
-권차장-
사악군
17/09/13 21:22
수정 아이콘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재용 사과문은 사과할 사람이 아닌데 사과한거죠. 메르스 퍼진게 삼성의료원 탓인가요 그나마 먼저 의심하고 알아낸건데.. 질병관리본부가 사과를 했어야함.
어쨌든 잘 쓴 사과문인 건 분명.
17/09/13 21:30
수정 아이콘
팀원들과
-안군-
17/09/13 22:01
수정 아이콘
후다닥 후다닥
파란무테
17/09/13 22:13
수정 아이콘
다들 지나갔지만, 핵심구절이 있죠
[필자 여자친구 생기는 소리는 하지 마십시오]
위 문장으로 글의 신뢰도가 확 올라갔습니다.
17/09/13 22:23
수정 아이콘
파이어는 구경만 하자..X나게 가만 있음 알아서 다 나자빠지더라

상책은 아니라도 본전 뽑을 때가 많은것 같습니다^^;;
와룡선생
17/09/13 22:36
수정 아이콘
어차피 여친 생겨도 밥, 술 셔틀만 하자나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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