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칙고는 나름 꿀을 빨았던 직장에서 추석 이후에나 자리가 생길 거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추가로 내가 꿀을 빨았던 특정작업이 정규직으로 넘어갔다는 소식도 함께.
그럼 그때까지 뭐한다냐......마냥 놀기엔, 너무 놀아버렸다. 일용직 사무소에 가봐야 하나, 아니면 2-3주만이라도
한번 다른 일을 해볼까. 그런 생각으로 알아보는데 우선 공장견학을 해보고 결정하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가보기로 하였다.
너무 멀다. 대체 왜 여기까지 통근버스가 다니는 건가? 를 외칠 정도로 너무 먼 거리였다. 8시 시작인데 6시 반에 통근버스
출발이다. 더구나 나의 주소는 첫 시작점이라는 사실이다. 보통은 근접한 공업지대에 가까이 있어서 편했는데 완전히 반대였다.
직원이 공장에서 이 지역까지 먼 거리를 와서 나까지 3명을 데리고 공장으로 이동했다.
도착하니 다른 지역에서 견학온 사람들까지 해서 십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견학을 하게 되었다.
공장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면접을 위해 대기하라고 한다. 무슨 공장일하는데 2:2 면접이 필요하단 말인가?
면접이 끝나고, 모두 내일 출근하시구요, 혹시 다음주부터 가능하신 분 말씀하세요. 이랬으니 전혀 쓸모없는 면접이었다.
문제는 그 무쓸모인 면접의 내용이었다.
까놓고 단언해서, 공장의 비정규직에 신청한 사람들의 스펙과 과거가 좋을리가 없다. 이력서 이외에는 묻지 않는게 예의다.
나와 같이 2:2 면접을 보게 된 사람은 30대 후반 - 40대 초반으로 가늠할 수 있는 여성이었는데, 그 여성에게 직원은
이렇게 질문했다.
결혼하셨는데 아이는 있으신가요? -> 아이는 없어요.
여기까지는 좋다. 직장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한다.
아이가 왜 없으시죠? -> 능력이 안 되서요
이 문답은 정치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무례하다.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학교는 왜 그만두셨죠? -> 학비 문제도 있고, 보장도 안 되서 -> 거기 나오기만 하면 자리잡지 않나요?
내가 신청한 것은 스펙과 경력을 경쟁하면서 이력서를 검사하는 정규직이 아니다,
어중이떠중이 열명을 모아놓고 여러분 내일 모두 출근하세요 를 이야기하는 비정규직이며, 지금까지
다양한 비정규직 면접을 경험했지만 이런 경험은 없었다는 점이 역으로 이번 면접의 무례함을 증거한다.
아이가 없으면 알았다고 하면 될 것인데, 왜 이유를 물어보고, 당사자가 능력이 안 되서 애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가, 그걸 그렇게 듣고 싶었나.
그렇게 면접과 견학은 끝났고 데리고 왔던 직원이 집주소 근처까지 가준다고 했으나 공장에서 다친 사람이
생겨 급히 돌아가는 바람에 나는 시내버스를 타게 되었다.
어짜피 이번달만 지나면 추석이고, 저번의 직장에 다시 가게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출근을 해서 일을 시작하는게 긍정적인 방향일 것이다. 버스에서 창문 밖으로 플랜카드가 보인다.
지역기업을 살려주세요. 노동조합.
노동조합이 선한 의도로 서명을 요구할 때 거부한다면, 노조에게 당한 비정규직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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