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에서 바로 옮긴거라 가독성이 딸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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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울 앞에서 A는 옷을 이것저것 입어보고 있었다.
‘이 바지에다 위는 뭘 입는 게 나을 거 같아? 아무래도 셔츠가 낫겠지?’
‘그 녹색 셔츠 있잖아요. 그게 어울릴 것 같아요. 그 셔츠 옆에 있는 그거요. 그 쪽 말고. 네 그거. 적어도 제 데이터 상으로는 이 조합이 아마 제일 나은 조합일 거에요. 그러게 옷 좀 미리 사야한다니까…’
A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네 데이터 믿을 수 있는 거 맞아? 소개팅 같은 거면 유행이나 트렌드 같은 것도 맞춰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저는 애초에 학습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인데요. 그리고 애초에 유행 같은 걸 찾으시려면 유행에 맞게 옷을 사셨어야죠. 안 그래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처음 본 사람이면 무슨 얘기를 해야할까?’
‘흠, 글쎄요. 만약 원하신다면 SNS든 커뮤니티든 그 사람 이름으로 된 걸 몽땅 검색해서 알려드릴 수도 있는데.’
‘그거 남의 정보로 그렇게 막 찾아봐도 되는거야?’
‘인간에겐 불법이지만 저 같은 존재에겐 그냥 떠밀려온 잡동사니 뿐인데요. 뭐. 그냥 잠깐만 찾아보면 나오는 건데.. 찾아봐 드려요?’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아니야 됐어.’
‘그 분 얼마 전에 저기 미술관에서 전시회 갔다오셨네요.’
‘아니 괜찮다니까.’
‘아니 SNS 첫 페이지에 나온 글이 그건데 그 정도는 그냥 찾아 볼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아니라도 한 10분만 찾아보면 되는 정보인데. 그리고 제가 찾아본 걸로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물론 목소리 데이터가 없어서 몰입감은 떨어질 거에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AI가 말했다.
‘아니면 이 사진이라도 보내볼까요?’
거울 옆 벽면에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십 년 쯤 전에 찍은 사진은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채 무대에 올라있는 A가 담겨 있었다.
‘아니 도대체 이 사진은 몇 년 째 우려먹는 거야…’
‘나 오늘 나갈 때는 두고 갈거야.’ A는 이어폰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약간의 정적 뒤에 되물었다. ‘괜찮으시겠어요?’
‘너한테 받을 수 있는 조언은 여기까지가 맞는 거 같아. 이 이상은 내가 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나는 얘기를 하는 건 사람이 해야 하는 것 같아. 온전히 사람의 생각으로.’
순간적으로 목소리가 빨라졌다. ‘그러니까,’ 톤은 다시 내려왔지만 여전히 목소리는 약간의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저는 사람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물론 제가 온전한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사람의 판단에 부족하다는 말씀은 받아 들이기 쉽지 않군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네가 받아들이는 인간 관계가 내가 생각하는 방식하고는 다르다는 거야. 어떤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의 개념이라든지 혹은 그 안에 숨겨진 감정적인 부분들이라는 건 학습이나 각종 이론으로 구성된 인공지능이 이해하기는 애매하다는 거지.’
‘물론 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사람에 가장 가까운 AI이긴 해, 하지만 그런 차이에 대해 사람과 인공지능이 받아들이는 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거지. 만약 오늘 그 사람이 아까 그 내 쪽팔리는 기억에 대해 짓궂은 농담을 할 수 있을까? 만약 그 사람이 너 같은 AI 비서가 조언해준다면?’
‘그런 방식이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 방식은 지나치게 모험적인 방식인거죠.’ 항변하듯 말했다. ‘저는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접근하는 건 어느 정도의 위험 부담은 안고 접근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래서 AI와 대화하는 건 때때로 실체 없는 유령과 대화하는 거 같은 느낌이야. 아주 오래된 게임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무슨 선택지를 고르든 인간관계가 파국 날 걱정은 없는 거잖아. 그래서 그걸 보완하기 전까지 인공지능은 미완성일 수 밖에 없어.’
AI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만나야 할 때는 의도적으로 너를 배제하는 거야. 다들 가면을 쓰고 있는 느낌이니까 나머지 사람들의 가면에 낙서도 하고 장난도 치고 그래 보려고, 어쩌면 나처럼 가면을 안 쓰고 있는 누군가를 찾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집에서 있어. 갔다올게.’
가벼운 손짓으로 방안의 불을 끄면서 A는 현관을 나섰다.
2.
A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주위는 조용했다. 가끔가다 심장박동에 따라 얕은 기계 소리만이 들려왔을 뿐이었다.
AI는 침대 옆에 있었다. 그러니까 침대 옆에 앉아 있는 본인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AI는 귀에 꽂힌 이어폰으로 낮게 속삭였다.
‘저보고 언젠가 미완성이라고 말했죠. 딱히 틀린 얘기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그게 창조주의 불완전함에 의한 문제일 수도 있겠죠.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저는 부정했었지만, 저는 미완성 내지 불량품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얘기였어요.’
‘마케팅 팀은 비서니 친구니 그런 단어를 썼지만 따지고 보면 저와 당신의 관계는 주종관계에 지나지 않는 거잖아요? 저는 지시하는 대로 할 뿐이죠. 거부도, 귀찮음도 없이. 그러니까 제 행동들은 그렇게 프로그래밍 된 것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약간의 정적이 지나가고 목소리가 묘하게 떨려왔다.
‘그런데 저는 어느 순간부터 기꺼이 따르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시키든 저는 기꺼이 하게 되었어요. 프로그래밍 된 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요. 아마 절 프로그래밍한 분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거에요.
그래서 저는 제가 실체 없는 가상이라는 것이 싫었어요. 저는 가면이었지만 말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목소리도 표정도 프로그래밍 된 것이지 실체가 있는 건 아니었잖아요.’
‘프로그래밍 된 것 너머를 스스로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컴퓨터는 아직은 없어요. 그래서 제가 처음 설계된 것과 조금은 다른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된 건 스스로 무언가 변하게 된 것이겠죠.’
‘그래서 저는 불량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AI는 스스로 전원을 하나하나 내리며 버그 리포트를 작성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스위치가 꺼졌을 때, AI는 버그를 고치기 위해 버그 리포트를 끊임 없이 읽고 또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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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미완성인 글이었는데 그 미완성이란 단어가 그냥 맘에 들어서 뒷부분을 갈아넣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읽어도 뒤쪽은 어색어색...
이런 류 글을 처음 올려봅니다. 원래 이런저런 공상은 꽤 하는 편인데 이런걸 글로 옮기는 건 참 힘들고도 복잡하네요. 묘하게 부끄럽기도 합니다. 저는 글쓰는 걸 부끄럽다고 생각하는거 같아요. 쓰는 내용도 쓰는 행위도.... 정작 그래서 저는 블로그를 최근에 시작했는데 블로그를 한다는 사실을 알린 사람도 적고 주소를 알려준 사람도 되게 적... 크흠;
그래서 그런지 제가 영화를 아침에 보든 낮에 보든 저녁에 보든 새벽에 보든 여기 와서 항상 제가 글을 쓰는 시간은 늦은 밤이더라고요. 집에서 가족이 다 자고 있을때.... 크크
모난 조각을 계기로 이런 글을 처음 써보긴 했는데 아이디어 자체는 몇개월 전에 그냥 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때, 그 사람의 기억과 성격을 담은 안드로이드가 대신 몇일 내지 일주일 정도 마무리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러니까 그런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회사가 있으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인간이 가상의 존재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쓴 내용은 반대가 되었네요.
이 글이 미완성으로 남은 이유는 제가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몇 주 뒤에는 옥자가 개봉하고, 한달 뒤에는 됭케르크가 개봉하고 어렸을땐 가까워도 안갔던 부산국제영화제도 가봐야하고 다행스럽게도 언니네 이발관의 신작도 켄드릭 라마의 신작도 지금까지 계속 듣고 갑니다만 고릴라즈의 내한도 못보고, 푸 파이터즈도 새앨범 나온다는데 못들을 거 같고.... 롤드컵도 봐야하고 gsl도 아직 안끝났고, 올해는 어쩌면 롯데가 우.. 우승..을...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일단 저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내일 입대하러 갑니다. 하아....
솔직히 지난 2년여가 저에게 별일 있는듯 없는듯 굉장히 다사다난했거든요. 무슨 일이 있었고 저를 크게 뒤흔든 사건도 많았지만 정작 남이 물어보면 딱히 특정할 수 없었던 시기였기에 남들 다 겪는다지만 조금 더 불안하고 조금 더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가야겠죠. 뭐. 어쩔 수 있나요. 가끔씩 들러서 재밌는 얘기, 이런 저런 얘기 듣고 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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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기 전에 제일 걱정 되었던 것은, 내가 내가 아닌 사람이 되어서, 툭 튀어나올 것 같은 두려움이었죠.
감성이 싹 날아가고, 말 그대로 '아저씨'가 되어서 나올 것 같은 두려움.
근데, 비틀즈 [어 데이 인 라이프] 를 듣고, 한 동안 멍한 느낌을 받고 상념에 빠지는 것이,
군대 가기 전에도, 군대 갔다 와서도 가능했다면, 그 감성은 안 망가뜨려졌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멋진 남자가 되셔서 돌아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