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이 철썩 같이 약속했던 3일 뒤 아침. 문돌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그 녀석의 연락을 기다린다. 아직 아침인데도 문돌이는 돈을 받지 못할거 같은 조급함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직 방학이니 그 녀석에게 전화를 하면 분명 받을 것이다. 근데 전화를 받으면 뭐라고 하지? 다짜고짜 돈 달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아침부터...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아무리 그래도 아침부터 돈 달라는건 너무 찌질해보인다. 자칫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졸렬하다고 소문이 날수도 있다. 신중을 기하자.'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에 들어 오지 않는 티비를 주시한다.
그러나 아침부터 씻지도 않고 팬티바람에 멍하니 티비만 보고 있는 문돌이가 엄마는 탐탁치 않다.
"니는 아침부터 뭐하노"
"몰라서 물어보는거가? 질문에 다른 의도가 있는거가?"
"아침부터 말 대답하노. 밖에 나가서 알바라도 하든가 드가서 공부라도 하든가. 아침부터 뭐하노 지금"
"엄마 원래 대학생은 방학때 공부안한다"
"고등학생때는 공부 했나? 그럼 밖에 나가서 알바라도 하든가"
"엄마 대학교 1학년 새내기가 방학때 알바하는건 너무 가혹하다 생각 안하나? 좀 있음 군대도 갈낀데"
"니 나이때 알바 안하는 아가 어딨노? 다 지 용돈 지가 벌어서 쓰지. 누가 니처럼 집에서 용돈 받아쓴다데?"
"내가 아는 엄마들은 다 아들 용돈 주고 그라드만 풍족하게. 내 처럼 쪼달리게 말고"
"그라몬 그 집 가서 살아라"
"나도 그라고 싶은데 나이가 많아서 이제 안받아 준다네.. 좀 어릴때 그 집 갈껄"
"방에 드가!!! 이쉐끼가 아침부터 사람 열채우나"
더 이상 개기다간 오랜만에 엄마한테 심하게 맞을거 같아서 문돌이는 방에 들어간다. 그래도 엄마랑 투닥 거리니까 마음에 여유가 조금
생기는 문돌이. '그래 오늘 안에는 주겠지. 마음 편하게 먹자' 긴장이 조금 풀려서 그런지 잠이 온다.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에 드는 문돌이.
'몇시지?'
그렇게 숙면을 취하고 일어나니 어느새 오후 세시. 부랴부랴 폰을 열어보지만 부재중 들어온거 없고 문자도 역시 없다.
'이 x발' 더 이상은 못 참는다듯이 폰을 들어 그 녀석에게 전화를 걸려던 그 순간
그녀석의 이름이 화면에 뜬다. 지금 바로 받으면 왠지 지금까지 기다린게 너무 티가 날거 같다. 최대한 무심하게
"어...여보세요?"
"어? 자고 있었나?"
"아이다 이제 일어났다 왜 뭔일있나"
"야 니 계좌가 우째되노."
이때까지 그 녀석을 의심했던게 미안해지는 문돌이. 왜 남들처럼 대범하고 쿨하지 못할까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아 그거 문자로 보내줄께"
"근데 있다이가,,,"
'근데??? 여기서 근데란 단어가 나오면 안되는데?'
"응? 왜? 왜?"
"진짜 미안한데 내가 일주일 뒤에 주면 안되나? 내가 이번주 여자친구랑 백일이라서 커플링 맞추기로 했거든. 진짜 미안한데 함만 더 부탁하자"
'하......이 새끼 사람새끼 아니네....' 속으로 오만 쌍욕이 다 튀어나오려 하지만 지금 그렇게 하면 정말 돌이킬수 없게된다. 최대한 대범하게 대응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문돌이는 생각한다.
"아~ 이번주에 백일이가? 맞나?"
"진짜 미안하다 내가 담주에 꼭 갚아주고 술도 한잔 사줄께"
그 녀석은 이미 오늘 안줄려고 마음을 먹었고 문돌이도 그 사실을 눈치 챘다. 하지만 소심한 문돌이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다. 저렇게 간곡하게 부탁하는데 안들어주면 자기만 더 나쁜놈 되는거 같다.
"그래 뭐 어쩔수 없지. 담주에 보자 그럼"
"진짜 고맙다. 술 한잔 찐하게 살께. 내 여친보고 지 친구도 데리고 나오라고 할께"
앞으로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짜증이 솟구친다. 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더 환장할 노릇이다. 친구들에게 넌지시 운을 띄워볼까?
아니다. 섣불리 꺼냈다가는 친구 100일인데 축하는 못해줄망정 돈 내놓으라고 깽판치는 찌질이가 될거 같다. 그래 일주일 더 참아보자.
하지만 분이 안풀린다.
"엄마 밥도!!! 아들 밥도 안 챙기주나"
"이쉐끼가 진짜 미쳤나!!"
결국 문돌이는 엄마한테 찰치게 한대 맞고 진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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