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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02 01:54:51
Name 마술사얀
Subject [일반] 설국열차 - 맬서스의 인구론
* 많은 분들께서 이미 좋은 설국열차 리뷰를 올려주셔서 리뷰 올리기가 망설여지지만,
저는 좀 다른 관점에서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설국열차 리뷰라기 보다는 오히려 인구론의 리뷰일 수도 있겠네요.
연기, 미술, 촬영 등의 내용은 이미 다른 리뷰에 많이 등장하므로, 그러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영화를 보신분이나 내용을 알고도
영화관람에 지장이 없으신 분들만 읽으셨으면 합니다.

제 블로그에 써놓은 글이라, 경어체로 작성되지 않았음을 미리 양해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 의무교육을 마친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맬서스의 인구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많은 이들이 인구론을 폭발적인 인류 개체수 증가의 경고로 받아들이고 말지만
사실 맬서스는 '인구론' 을 통해 빈곤을 구제하려는 그 모든 노력을 비판하며.
자선은 고상한 동기에서 저지르는 사회적 악덕이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인구론중 일부이다.

"생활 자료의 증가율이 어떠하든 적어도 식량이 일단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도로
나누어진 후에는 인구 증가가 식량에 의해 제한된다는 것은 명백한 진리다.
이러한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식량을 초과해서 태어난 모든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사망으로 여분이 생기지 않는 한 반드시 사망할 수 밖에 없다. (...)

따라서 이러한 모순이 생기지 않도록 행동하기 위해서는, 사망률을 낮추는 일이나 자연의 작용을
저지하려는 어리석고 헛된 노력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촉진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또 만일
끔찍한 기근이 너무나 자주 찾아오는 것을 피하려면 모름지기 다른 형태의 자연적 파괴 작용을
적극 추천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청결한 생활이 아니라 불결한 습관을
권하는 것이 좋다. 도시의 골목을 더 좁히는 한편 많은 수의 인간을 좁은 가옥에 군집시킴으로써
페스트가 다시 찾아들도록 해야한다. 또 시골에서는 썩은 물이 고인 웅덩이 근처에 마을을 세워
비위생적인 축축한 땅에다 집을 짓고 살도록 권유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혹독한
전염병에 대한 특수용법을 배척하는 한 편 특별한 질병의 근절법을 고안함으로써 인류에게
공헌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비롭기는 하지만 생각이 라주 잘못된 사람들을 배척해야 한다.
만일 이와 같은 또는 유사한 방법으로 연간 사망률을 36내지 40대 1로부터 18내지 20대1로
증가시킬수만 있다면 누구나 젊어서 결혼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극심한 기근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도 별로 없게 될것이다.(...)

원래 자연은 자기의 목적을 방해받지 않고 수행하며 이것은 또 본질적으로 방해할 수도
없는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사람이 죽을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어떤 질병이 근절되는것은
단지 더 치명적인 다른 질병이 발생할 징조에 불과하다. 빈곤이라는 강물은 한쪽을 막아버리면
반드시 다른 한쪽으로 물이 넘쳐 흐르게 마련이므로 이를 모면하려면 물을 딴 곳으로 퍼내는 수
밖에 없다." <인구론 中>


인구론 초판은 익명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 내용이 너무도 자극적이고 끔찍했기 때문이다.
저자 멜서스는 그 철저하고 냉혹한 논리 때문에 대중을 빈곤에서 구해내는 방법을
찾는데 골몰하던 진보 지식인과 사회주의자들 사이에서 '몬스터'로 통하게 되었다.


물론 맬서스의 주장은 20세기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와 생산 메커니즘의
혁신으로 인해 인구수 증가에 버금갈 만큼의 식량 생산이 이루어지면서
그 빛을 상당부분 잃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환경학자들은 65억 지구촌
인구가 소비하는 에너지와 배출하는 폐기물을 지속적으로 감당하려면 지구가 서너개는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류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1인당 에너지 사용량 증가 실태를
보면 조만간 그 부작용이 지구 행성의 능력을 확실하게 넘어설 전망이다.
18세기 '몬스터' 로 불렸던 한 사회학자의 경고는 다소 다른 방향에서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설국열차는 맬서스의 디스토피아를 99칸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은 윌포드의 입을 빌려 맬서스의 음울한 주장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17년동안 복수를 다짐해왔던 커티스가 윌포드의 '균형' 과 '공생' 을 위한 그의
선택에 그 어떤 반박도 하지 못한채 힘없이 허물어지는 모습은 한정된 재화속에서
모든 사람이 풍족하게 생활할 수 없음을 스스로 뼈저리게 경험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남궁민수의 열차탈출은 이 디스토피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일 것이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이 영화 중간에 나름 정성들여 몇차례 넣은 열차 탈출의 복선은 그다지
정교하지 않아 그 선택이 무릎을 치는 기발함보다는 뜬금없었다. 진중권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혹은 좋아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가까운 남궁민수의 선택은 그래서 그 후반부가
다소 생뚱맞고 허무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전작들에서 말끔한 이야기 전개를 보였던 봉준호 감독의 솜씨를 감안하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어쩌면 그 만큼 특정 조건에서의 맬서스의 인구론은 잔혹하지만
가장 합리적 선택일 수 밖에 없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맬서스의 이론에 따르면 결국 설국열차에서 커티스의 투항과 체제의 유지는 필연이 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상업영화로서 선택하기엔 부담이 되었을 것 같다.

영화 관람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커티스 혁명에 동참하였던 많은 사람들의 최후가 떠올랐다.
진실과 대면하지 못한 그들은 차라리 행복한걸까.
전형적 영화 문법보다 한박자씩 일찍 죽어나간 그들이 거대한 진실의 그늘아래 소외되어
죽어갈때 왠지 그들이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맬서스의
잔인한 '인구론'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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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02 06:39
수정 아이콘
사람 잡아먹던 시절엔 혁명이 없었어요 단백질블록은 식인을 대체했는데 스테이크 먹고싶어 혁명하는거지..혁명은 자기 삶을 극적으로 개선하려하는거라 식량이 넉넉해도 항상 가능성이 있는거고 원인은 불평등인거죠.
아일랜드기근 때 브리튼은 식량이 있었어요 결국 맬더스의 인구론은 경제학이 아니라 정치학이죠.
New)Type
13/08/02 11:23
수정 아이콘
최근에 다빈치 코드를 쓴 댄 브라운의 신작 '인페르노'를 읽고 있는데, 이 소설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게 '인구론'이더군요.
더 테러 라이브도 그렇고 보고 있는 작품들이 다 비슷한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다보니 더 재밌게 보인거 같네요.
김미영팀장
13/08/02 11:54
수정 아이콘
인구조절에 관한 가장 극단적인 선택은 단편SF - 차가운 방정식입니다. 관심있으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http://cs.sungshin.ac.kr/~dkim/cold-equation.html
설국열차에서는 물과 공기의 공급이 외부에서 이루어지는데 어떻게 폐쇄된 생태계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개체수 조절 방법도 굉장히 비합리적이죠. 윌포드의 논리가 잘 와닿지는 않더라고요.
후반부는 공감하며 미드나잇 미트트레인 이었다면 오히려 깔끔하지 않았나 싶네요.
영원한초보
13/08/02 13:31
수정 아이콘
저는 인디4 결말이 그렇게 나서 싫었어요!!
최근 오블리비언까지 그랬죠.
클리쉐가 되버렸다면 과정을 잘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니면 원래 부터 그런 영화다라는 분위기를 깔고 가야 뜬금성이 덜 하다고 봅니다.
토쉬바
13/08/02 15:22
수정 아이콘
리뷰 잘 봤습니다.
전에 본것도 있었지만 U자 상태에서 총격전이 내포하는 것이 이걸 나타낸것이라면 후덜덜하네요.
다른.리뷰에서 U자 총격전은 헐리우드식의 단순 총격전으로만 얘기가 나왔었고 저도마찬가지로 별 임팩트없는 액션신이라 생각했었거든요
불량공돌이
13/08/02 17:11
수정 아이콘
나름 대한민국 의무교육을 착실히 수행했다 생각하지만 '멜서스의 인구론'은 기억이 안나네요. 수업시간에 졸았나..
비슷한 개념일지 모르겠지만, 유니세프를 통해 매달 소액의 후원금을 내고 있는데 가끔 이런생각을 합니다.
내가 하는 행위가 후원을 직접적으로 받는 사람들에게는 선일지 모르지만 인류전체로보면 해악일지도 모른다고요.
경제기반 및 의료보건이 아직 미흡한 국가에 적절한 후원이 이루어진다면 영아,소아 사망률은 급격히 떨어지겠죠.
하지만 이는 전세계의 인구를 폭발적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고, 그로 인해 소비되는 자원 등등 그 영향은 전세계인구가 떠안아야 할 문제가 되리라 봅니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후원을 지속하는건 막말로 '애들이 무슨 죄가있어서'라는 생각때문이긴합니다.
13/08/02 17:30
수정 아이콘
^___^! 와! 비슷한 관점으로 영화를 보신 분이 있군요.

저도 맬서스가 떠올랐더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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