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달냥이 입니다 어흥.
날씨가 참 좋아졌네요. 봄은 또 이렇게 사그라들고 여름이 눈앞에 와 있는 기분입니다.
봄만 되면 괜스레 설레이고 두근두근하던 저에겐 참 아쉬운 일이네요...
추운 겨울을 지나 봄기운이 불어오니 주변에서 너도 나도 소개팅을 다시 시작하는데 이럴 때면 꼭 생각나는 후배 하나가 있습니다.
소개팅과 미팅 운이 참 지지리도 없던...그 아이....
하나같이 희한한 사람들이 나오는 바람에 듣는 우리는 빵터졌지만 본인은 늘 울상이었죠.
#1 전형적인 나쁜 남자
갓 대학에 입학하여 나간 첫 미팅 후 기분이 참 좋아보였던 후배.
일주일 쯤 후에 조용히 방으로 와서 고민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애가 마음에 드는데 마침 자기 친구가 그 애를 너무 마음에 들어해서 자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인데
그 남자애에게 방금 전화가 왔다는 겁니다.
'언니 그 애가 전화해서...막 자기는 이렇게 여자애한테 전화하는 게 처음이라 너무 떨린다면서...'
여기까지 듣고 저는 무슨 만화도 아니고 손발 오글거리게 '이런 건 처음이야(게다가 전화 한통화 하면서)' 하는 애가 어디있냐고
강력히 '그 놈은 수상하다, 안된다' 를 외쳤지만 듣지 않더군요...크.
그 이후로도 연락을 자주 하는 것 같더군요. 너만 좋으면 뭐 됐지 싶어서 크게 관여하지 않았는데 곧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언니 얘 완전 착해. 평소에 뭐 하냐고 했더니 애들이랑 게임하고 그냥 놀러다닌다는 거야. 내가 여자애들도 있겠네 했더니 자긴 좀 불편해서
남자애들끼리만 다닌다고 그러는거야 이힝이힝'
다시 한번 강력하게 '야 걔 안돼' 를 외쳤지만 듣지 않는 후배...-_-......
그렇게 또 몇일이 지났습니다.
어느 날 한동안 조용하던 후배가 궁금해서 찾아가 보았는데 마침 난리가 나 있더군요.
역시나 그 남자애 때문이었습니다. 굉장히 전형적인 나쁜 남자였거든요.
뚜렷한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만남을 지속하다가 뭔가 불안해진 후배가 먼저 들이댄(?) 게 화근이었습니다.
'우리 사이는 뭐야..? ' 라는 조심스런 질문에 그 남자는 무척 곤란하고 아쉽다는 듯이 '편한 친구 사이면 안될까?' 라고 답했고
상처 받은 후배가 토를 달자 '정말 아쉽다...우린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네가 그렇다면 안녕...' 하고 떠나간 거죠.
더 웃긴 건 그 일이 있던 날 저녁, 후배가 그 남자애의 싸이에 들어갔더니 웬 예쁘장한 여자애 이름 옆에 일촌명이
'우리 공주님' 이라고 뙇
알고보니 그 여자애는 요전에 제 후배가 '이건 누구?' 라고 묻자 '응 그냥 과 동기' 라고 넘겼다는 여자애...
후배의 첫사랑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2 섬세한 그
위 사건의 충격으로 식음을 줄여가던(크) 제 후배..대신 소개팅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저냥한 상대가 지나가고 어느 날 소개팅을 마치고 돌아온 후배가 약간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들어오는 겁니다.
이번 상대의 첫인상은 굉장히 이목구비가 또릿 또릿하고 조각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담스럽기만 한).
조금 당황했지만 외모에 크게 치중하지 않기에 웃으며 인사하고 마루식으로 된 식당 자리에 앉으려는데
신발을 벗는 순간 남자분의 키가 쑹 내려가는 걸 본 거죠. 또 한번 당황했지만 자신이 속물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다잡고 앉았답니다.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잠시 대화가 끊겼는데 문득 가방을 뒤적거리던 그.
그가 내놓은 귀여운 파우치를 보고 흠칫 놀라려는 찰나 그 안에서 꺼낸 물건을 보고 제 후배는 얼어버렸습니다.
그는 조용히 '뷰러' 를 꺼냈다는 군요.
뷰러가 뭔지 아시는 남자분이 얼마나 계실지 몰라 말씀드리면...내 속눈썹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예쁘게 올릴 때 사용하는 물건입니다 +_+
후배 앞에서 '잠시만요' 하고 웃으면서 조용히 속눈썹을 조근조근 찝어주는 그 남자를 보고 후배는 돌아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얘기합니다. 그 남자도 니가 자기 타입이 아니어서 그랬을거야..허허...하고.
#3 동남아 왕자님
여자애들을 통해 받은 소개팅으로 호되게 당한 제 후배는 이번엔 남자 주선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어떤 오빠가 선뜻 나섰다고 합니다. 소개팅 전 또(!!) 설레여하며 얘기하던 후배가 아른거리네요.
'키는 안본댔더니 그럴수가 있겠냐며 남자는 키 커야지 막 이러더라구...이번엔 괜찮을거얌 ^-^* '
소개팅 날은 무려 크리스마스 이브. 화사하게 차려입고 언니들 다녀올께~하고 떠난 제 후배는 11시경에 술에 잔뜩 취해 들어왔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라고 했더니 또 미친 사람처럼 웃는 후배 크크크
사당역에서 만나기로 했답니다. 누굴까 궁금해하며 기다리는데 지하철이 오고가도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어서 설마..했다네요.
그런데 잠시 후 주선자 오빠가 등장하고 그 오빠에 이끌려 온 사람은 아까 그 설마남.
남자는 역시 키가 크고 뭐 어째-_-? 라는 생각에 후배는 주선자 오빠에게 욕을 할 뻔...
딱 후배만한 남자였답니다. 게다가 흰색 폴라티!! 청바지!! 게다가 한손엔 왠지 모르겠는데 캐리어를 끌고 있어!!
후배가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려고 '하하 어디...동남아 이런데 다녀오시나봐요' 했더니 냉큼 '네 인도네이지아 에서 잠깐 들어왔어요 하하'
알고보니 고등학교를 마치고 어학연수 비슷하게 인도네시아에 나간 사람이었던 겁니다.
마침 한국에 들어오려는데 소개팅이 잡힌 거라며 바로 여기로 온거라며...-_-....
틀림없이 한국 사람인데 외쿡인 같이 혀가 꼬여 있었다는군요.
후배는 조용히 저녁은 됐다며 술이나 먹자면서 소주를 달렸답니다.
그리곤 헤어질 때 '**씨 내일 모레 같이 나가실래요 하하' 라는 남자의 말을 뒤로한채 쿨하게 돌아온 거죠.
#4 안.뚱.돼.
풍파가 몰려와도 (여대인 지라) 상대적으로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질 수 없었기에 끝없이 소개팅을 달리던 후배에게
드디어 소개팅을 딱 끊게 되는 계기가 왔습니다.
고향 친구였던 아이가 자기 과 선배오빠를 소개시켜 준 것이죠.
안나가려다가 하도 사정사정해서 나간 자리. 멀리서 본 후배는 '에헤이 설마 에헤이' 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설마남....
정말 너무 노래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형광 노란색 달라붙는 상의를 입은 남자분이 해맑게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일단 옷때문에 모든 사람이 자기들을 쳐다보는 거 같아 숨이 막혔답니다 크.
게다가 정말 외모로 뭐라고 안하는 후배인데 아무리 봐도 일본만화에 나올법한 너무 전형적인 외모를 가진 분이었대요.
그 왜..안경쓰고..여드름나고...뚱뚱한...그런...ㅠ_ㅠ.....
조용히 '그 고향친구와 연을 끊어야 겠네^-^' 라고 결심한 뒤 가까스로 간단히 식사만 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문제는 그 분이 제 후배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예요!
하루에 열두번씩 연락이 오고 언제 또 보냐고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연락을 다 무시하자니 자기 친구를 괴롭히고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죠.
어떻게 알았는지 네이트온 친구로 자기를 등록까지 한 그.
어느 날, 오늘에야말로 인연을 끊자고 생각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네이트온 대화를 시도했답니다.
가까스로 한마디씩 받아주던 후배는 다른 사람을 사귀고 있다고 말하기고 결심했고 어떻게 얘기를 꺼낼까 고민하던 차에
그 분의 대화명이 '사랑해요~*_*' 임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이 대화명을 보고 토할뻔)
후배가 짤막하게 '뭘 사랑해요' 라고 물었죠. 그 이후에 저도 이번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만나고 있어요 라고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 분께 날아온 대답이.
'^^ 응응 나두~~~'
후배 멘붕......
알고보니 그 분은 '뭘 사랑해요' 라는 말을
'뭘~(여성 특유의 부끄러운 듯 몸을 배배 꼬는 동작과 함께) 사랑해요~~~^-^' 로 받아들인 거죠.
폭발한 후배는 욕을 쓰고 창을 닫았습니다. 그 이후로 소개팅과는 이별을 고했죠.
제가 소개팅을 거의 하지 않은 건 아마 이 후배를 보고 느낀 바가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크크.
다들 소개팅에 대한 훈훈한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하군요.
덧붙여서. 후배는 지금 영어학원에서 건실한 남친을 만나 깨가 쏟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