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대상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소위 아이돌 그룹이라고 불리는 가수들에게 나는 나도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구요.
아이돌 그룹은 노래를 못하고, 춤이나 얼굴로 열광적인 팬들을 끌어 모아 한 몫 챙기려는 집단이라고, 그렇게 저도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직접 그들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본 것도 아니고, 그저 TV로 그냥 지켜보았을 뿐인데 말입니다.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분명 아닐 것인데, 너무 제가 쉽게 사람을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일종의 편견과 꼬리표가 사람을 판단하는데,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자꾸 생각하게 합니다.
꼬리표.
그것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사람을 구속하는 측면이 분명 있나봅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아이돌 그룹은 바로 아이돌 그룹이라는 꼬리표로 자신들의 실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어렵게 되는 편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나게 열광을 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냉소와 비난을 가하는, 뭐 그런 것입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다음 대회에서 부진하면, 가차 없는 비난이 뒤따르게 됩니다.
한 번 정상을 맛보더니, 사람이 헤이 해졌다는 식의 비난이지요.
그 비난이 타당한가, 타당하지 않는가의 여부는 제쳐두고, 한 번 정상에 오른 사람에게 엄청난 부담감이 따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눈이 높아지니까요.
유승민 선수가 중국의 왕하오를 이겼기 때문에(그것도 결승에서)앞으로도 우리는 그가 계속 중국의 탁구 선수들을 이겨주길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그렇게 될 지는 승부의 세계이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렵지만요.
하나의 업적은, 하나의 꼬리표로 연결이 되고, 이는 다시 어떤 면에서 사람의 행동에 제약을 주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의미 없이 한 행동도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니까요.
조대희 선수는 바로 이 꼬리표를 달고 국내 무대에 데뷔를 했습니다.
mbc게임의 프라임리그5가 그의 개인전 무대 첫 진출입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몰랐던 분들은 적었을 것입니다.
국내의 개인전 무대에 오르기 전에 이미 래더에서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한국인으로 최초로 오프라인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입니다.
아직까지 그를 제외하고는 한국인이 오프라인 국제대회를 우승한 경력은 없습니다.
그에게는 엄청난 영광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꼬리표를 달고 있는 셈입니다.
그가 조금이라도 부진하거나, 경기력이 실망스럽다면, 성적이 좋지 않다면, 국제 대회 우승에 걸맞지 않는 성적이라는 이야기가 나 올 수 있으니까요.
데뷔부터 이런 꼬리표를 달고 등장한 선수가 과연 몇이나 있을지 궁금합니다.
물론, 그는 이 자체에 대해 큰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부담을 가졌다면, 지금 열리는 개인전리그에서 성적이 좋게 나올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부담이 없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꾸준히 펼쳐내는 모습.
그것은 그가 항상 일정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뜻이자, 안정적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지금껏 그가 써 내려간 시의 모습은 담백한 모습입니다.
크게 눈의 띄는 모습은 없지만, 차분하게 써 내려가는 부담 없이 즐기는 것이 가능한 시의 모습입니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난하기 때문에 물릴 수도 있지만,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시의 모습입니다.
무난한 시이기 때문에, 튀는 시 앞에서는 그 빛을 잃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항상 타오르는 빛은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어두울 때 그 존재를 의식하게 됩니다. 그의 시는 바로 어두울 때 비로소 존재를 발휘하는 시일지도 모릅니다.
담백한 맛은 평소에 매력으로 다가오기 어려운 맛입니다.
담백한 맛은 평소에는 즐기는 것이 어렵습니다. 화려하고, 개성이 넘치는 문체의 시를 보는데 담백한 맛의 시가 눈에 들어오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만가지의 수식이 넘쳐나는데, 우직한 수식을 보면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시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담백한 느낌이란, 가장 솔직한 느낌인가 봅니다.
담백한 느낌이란, 가장 호소력이 있는 무기인가 봅니다.
단순하고, 특징이 없다는 느낌이 들어도, 그것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얼마나 호소력이 있는지를 그는 말합니다.
이것이 그의 시가 최고로 평가받는 이유겠지요.
그가 타국의 사람들과 맺은 관계에 대해 직접 눈으로 본 적은 없습니다.
유럽까지 가서 우리가 경기를 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중요한 한 시즌이 다가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간 들어온 평가를 슬슬 실현시키는 것이 지금의 시점입니다.
그가 자신의 능력을 처음으로 입증한 그 대회와 같은 환경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은 일종의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엄청난 능력을 보여준 그이기 때문에, 그가 이 번에도 타자와의 관계를 자신만의 언어로 유리하게 맺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자신의 언어를 담백한 필체로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백한 필체 속에 자신의 열정이 들어있기에, 그리고 자신만의 상대를 녹이는 비술이 들어있기에 우리는 그 담백한 언어가 세계인들과 교류하는 장면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그의 언어는 보편의 언어이고, 모두에게 통하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하나에게 약하지 않은.....
「언젠가 우리는 늦은 밤 어두운 골목길을 더듬다가 넓고 밝은 길로 나오면서 기뻐하였습니다. 아무리 작은 실개천도 이윽고 강을 만나고 드디어 바다를 만나는 진리를 감사하였습니다.
주춧돌에서부터 집을 그리는 사람들의 견고한 믿음입니다.
당신이 비록 지금은 어둡고 좁은 골목길을 걷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발로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한 언젠가는 넓은 길, 넓은 바다를 만나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의 언어가 담백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하고,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는 담백한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만인을 열광시킬 수는 없어도, 만인에게 잊혀지기 힘든 언어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미 넓은 길, 넓은 바다를 만났습니다.
이제, 다시 한 번 그의 언어로, 그의 발로 넓은 길과 넓은 바다를 만날 차례입니다.
또 다시 사슴을 얻고 싶은 담백한 발걸음의 소유자.
4K.Fov 조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