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라는 종족과 영웅의 관계에는 묘한 함수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종족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유독 오크라는 종족은 영웅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칩니다.
아마, 많은 수의 뛰어난 게이머들이 좋은 모습을 항상 보였다기보다, 시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영웅이 나타나, 호드의 자존심을 높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아, 그렇다고 호드가 나약한 존재라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얼어붙은 왕좌의 시대에는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지금은 꼭 그렇다고 말 할 수도 없는 상황이네요.
WCG라는 큰 축제에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마지막 결투는,
호드의 용맹한 전사들 간의 싸움이 되었으니까요.
호드가 나약하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뭐랄까....
호드는 자신의 존재와 강력함과 힘을 어느 한 영웅에게 집중시키는 것 같습니다.
영웅이 태어나 난세를 견디어내고 자신의 명성을 얻기에 가장 좋은 종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게이머들의 노력으로 호드 진영이 유지되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작 방송의 리그에서는 한 명의 영웅이 마지막까지 호드의 짐을 짊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지금 한국 땅에서 호드의 강력함을 표현하는 사람은 Zacard, 황태민입니다.
그는 그의 앞선 시대에 한국 호드들의 전설이 된 DayFly와는 또 다른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
DayFly가 존재의 영웅이라면, 그는 투쟁과 힘의 영웅입니다.
투쟁과 힘의 영웅이기에, 그는 승리로서 자신의 위용을 떨칩니다.
항상 멋있게 이기지는 못해도, 항상 강력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뿜어내는 전사라는 사실은 그가 사자후를 토해도 감히 뭐라 할 수 없는 권위를 줍니다.
투쟁과 힘의 영웅.
최근 한국 땅에서 호드가 처한 상황을 보면,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가 보여준 힘을 보면, 그에게 대적할 사람은 감히 전 세계를 따져도 손을 꼽을테니까요.
기억해야 할 것은 그가 보여주는 시입니다.
그는 인고의 시인이며, 인고를 바탕으로 자신의 시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시입니다.
인고의 기간이 길었고, 인고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이기에,
그가 표현하는 시에는, 아주 강력한 기운과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이 겪어야 했던 인고의 기간동안, 그가 갈고 닦았던 실력과 내공이 느껴집니다.
그가 말하고, 노래하는 시에는 그런 모습이 새겨집니다.
자신의 고통과 기다림을 녹아내린 그런 시.
그는 굴속에서 100일간 마늘을 먹은 곰이기도 하며,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천문을 보고 병서를 익힌 와룡(臥龍)이기도 하며,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쓰기 위해 100장의 종이를 찢어 버린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가 기다리고, 인고한 끝에 쓴 시에는 그만의 힘과 위용이 느껴집니다.
시오노 나나미의『로마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로마 제정의 청사진을 그려낸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로마 제정을 이룩한 아우구스투스와의 비교입니다.
그녀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가슴을 뜨겁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고 평합니다.
그리고 아우구스투스는 마음을 맑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고 평합니다.
그와 DayFly를 억지로 비교한다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호드의 존재를 위해 싸웠던 DayFly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면,
호드의 강력함을 위해 싸우는 그는 아우구스투스입니다.
전자가 창업을 위해 분투한다면, 후자는 창업을 완성하기 위해 분투합니다.
호드의 완성, 그에게 돌아가는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이룩한 호드의 강력함은 사람들의 이성을 일깨웁니다.
약하게만 느껴지는 호드가 강력하게 보이는 힘은 그로 인해 나타납니다.
마음을 맑게 하는 매력, 그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보여주는 매력이자 아름다운 매력입니다.
그는 호드의 완성을 꿈꿉니다.
감히 넘볼 수 없는 호드 제국의 완성.
그러나 완성은 단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우구스투스가 로마 제국의 건설을 위해 기울인 노력은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 것일 것입니다.
앞에서 황태민이라는 유저가 쓰는 시는 인고의 시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그의 궤적을 되돌아봅시다.
그가 스타로 떠오른 것은 언제였나요?
하루아침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나요?
아닙니다.
초기부터 그는 꾸준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리그에 도전을 했고, 많은 쓴잔을 마셔왔습니다.
그가 마신 쓴잔은 그에게 곰이 먹은 마늘과 같았습니다.
곰이 인간이 되기 위해 겪었던 100일의 인내처럼, 그가 마신 무수한 쓴잔과 도전이 지금의 호드의 전사, Zacard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가 쓰는 시는 국화입니다.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기 위해 겪었던 인고를 보여주는,
그래서 마침내 노란 아름다운 꽃잎으로 피어나는,
호드의 미(美)를 보여주는 국화입니다.
인고의 시간을 넘어 아름답게 핀 국화 한 송이 같은 호드 전사.
SK. Zacard 황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