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6/14 16:07:55
Name aurelius
File #1 79ACC7A4_51AC_4719_B9F1_F469DEF82CAF.png (2.16 MB), Download : 62
File #2 DFE91E26_752A_4139_AB80_28422672C37D.jpeg (225.3 KB), Download : 6
Subject [일반] [여행기] 프랑스 신혼여행 후기





나름 길게 다녀온 것 같은데, 막상 돌아오니까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던 것처럼 느껴지네요. 아직 못한 게 많고 또 가지 못한 곳도 많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러나 빛의 도시 파리, 항구 도시 옹플뢰르, 몽환적인 수도원 몽생미셸, 반고흐가 사랑한 시골마을 오베르쉬르우아즈, 절대왕정의 수도 베르사유, 샤를마뉴의 수도 아헨, 유럽연합의 도시 스트라스부르 등에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 모두를 맛볼 수 있어서 대단히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샤를마뉴와 루이14세 그리고 나폴레옹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 현장을 음미해보고, 또 그곳을 지나갔던 여러 사람들의 열망과 감성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다른 한편, 근대 건축물에서, 박물관에서 그리고 서점에서 현대 프랑스인들이 느끼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는데, 그들 스스로 유럽의 정신적 지주라는 부심, 그리고 나아가 인류의 지도자급인 나라라는 부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독교세계와 로마의 후계자를 자처했던 프랑크 왕국의 유산, 절대왕정과 화려한 귀족문화를 뽐냈던 프랑스 왕국의 유산, 그리고 혁명을 인류에 전파하려 했던 프랑스 혁명 공화국의 유산... 이 모든 것이 프랑스의 정체성에 각인되었고 다양한 건축물과 기념비로 남아있습니다.


노트르담이 불타서 많이 아쉬웠지만, 그 대신 모차르트의 어머니가 장례식을 치른 생쉴피스 성당이나 루이14세가 첫영성체를 받은 생외스타슈 성당을 방문한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마침 지난 일요일이 성령강림대축일이어서 오전에는 생외스타슈에서 미사를 드리고, 오후에는 생쉴피스에서 프랑스 가톨릭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파리 대주교 몽시뇰 미셸 오프티가 직접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다행히 아내도 책을 좋아하고, 역사적인 명소에서 옛날 얘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서 별 다른 트러블 없이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네요 크크


아내는 특히 독일 아헨을 좋아했는데, 작고 아담한 도시임에도 아주 깔끔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으며 역사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 잘 조화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왜 독일이 유럽의 일본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던 도시였습니다. 작으면서 아기자기하고 아주 깔끔한 곳... 일본 소도시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물론 여행하면 미식과 놀이를 빼놓을 수 없지요. 미슐랭 급은 아니지만 나름 유명한 로컬식당에서 어디에서도 먹어본 적이 없는 특이하고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라라랜드에 나왔다는, 라탱지구에 위치한 재즈바에서 시간을 보내고 또 그 근처에 있는 피아노바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면서 칵테일 한잔의 여유!


특히 피아노바에서 공연했던 여가수가 “오 샹젤리제”와 “라비앙로즈”를 불렀을 때, 아 내가 파리에 왔구나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뤽상부르 공원과 같은 녹지에서 산책하고, 장엄한 성당들에서 묵상을 하고, 동네 비스트로에서 식사를 하고 또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천재들이 남긴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정말 시간이 후딱 가더군요.


그리고 아내도 서점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 파리와 아헨에서 틈 날때마다 이런 저런 서점을 들러서 여기에선 어떤 주제가 핫한지 눈여겨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특히 파리 노트르담 건너편에 위치한 셰익스피어&컴퍼니 서점은 파리에 있는 동안 매일 하루에 한시간은 꼭 방문해서 구경했습니다. 신기하게 매일 갈 때마다 도서 진열이 약간 바뀌었고 새로운 책들이 있더군요.


언젠가 한 번 은퇴 후에 최소 1년간 유럽에서 살아봤으면 좋겠네요. 그 때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시골과 대도시, 로마시대와 중세 그리고 근세와 현대 모두 체험해보고 싶습니다.


PS. 여행 가서 아내와 아내가 볼 책 8권 포함, 총 책 25권 정도 샀는데, 아내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크크. 그리고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프랑스 책들도 구매했는데 중세와 비잔틴제국, 독일사, 그리고 샤를드골의 외교정책에 대한 책을 구입했어요. 이 중 프랑스가 바라본 샤를드골의 외교는 근시일 내로 읽어서 한 번 후기 남겨보겠습니다 흐흐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참돔회
19/06/14 16:14
수정 아이콘
아 완전 부럽습니다!! 그리고 축하해요!!
살면서 힘들고 지친 일이 있을 때마다, 이번의 추억이 힘이 되어 이겨내시길 빕니다
그리고 1년 이상 체류.. 그 꿈 꼭 이루시길 흐흐
aurelius
19/06/14 16:21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꿈 이루길 매일 기도해야겠습니다 흐흐
FRONTIER SETTER
19/06/14 16:25
수정 아이콘
전 글은 못 봤었는데 결혼이라는 경사를 치르셨군요. 행복한 가정 꾸리고 즐겁게 사시길 바랍니다.
aurelius
19/06/14 18:37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 잘 살게요!!
김연아
19/06/14 16:55
수정 아이콘
세계로 뻗어 나가는 아이즈원!!

은 농담이고

부럽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aurelius
19/06/14 18:37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
19/06/14 17:14
수정 아이콘
저도 3월에 프랑스 여행갔었는데, 볼 것도 많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이 아니라도 생각보다 잘 꾸며져 있더라구요. 저도 책 좋아해서 서점 종종 들렀는데 디자인이나 내용이 참신한 것들도 많아서 대여섯 권 샀구요. 프랑스가 은근 땅이 넓어서 몇 번 가도 볼 게 많은 것 같습니다.
aurelius
19/06/14 18:38
수정 아이콘
맞아요 흐흐. 저도 파라는 여러번 가봤지만 오래 머무는 건 처음이라 정말 구석구석 많이 보려고 했는데 갈때마다 새롭네여
국산반달곰
19/06/14 17:25
수정 아이콘
전 작년에 유럽자체를 처음갔는데 전에 있던곳이 런던이여서 그런지 파리는 런던보다는 실망이었습니다
근데 몽섕미셸과 옹플뢰르 간날의 날씨가 역대급으로 좋아서 좋은 기억이많네요
달과별
19/06/15 03:21
수정 아이콘
전 의외로 한국이 조수간만의 차로 유명한 나라다 보니, 몽 생미셸이 인기관광지는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이들 다녀오시나봐요. 조수간만의 차가 세계적으로 흔한게 아니거든요.
19/06/14 17:58
수정 아이콘
책 여러 권 사서 읽을 정도면 프랑스어 잘 하시나 보네요. 부럽
aurelius
19/06/14 18:38
수정 아이콘
회화는 아직 좀 부족한데, 독해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거 같습니다 :)
이웃집개발자
19/06/14 18:29
수정 아이콘
결혼하셨나보네용.. 축하드립니다!! 아는게 많을수록 여행길이 각별해진다고 생각하는데 aurelius님은 정말 잘 다녀오신것같네요 흐흐
aurelius
19/06/14 18:39
수정 아이콘
고맙습니다!! :)
모냥빠지는범생이
19/06/14 18:32
수정 아이콘
결혼 축하드립니다! 좋은 사진도 감사합니다!
좋은 추억 공유해주신 글에 이런 댓글 달기 죄송하지만 여쭤보고 싶은게있는데... 최근 동물보호협회 영향으로 방역이 느슨해져서 파리에 쥐떼가 많아졌다는 뉴스를 본적 있습니다. 실제 가보셨을때 어떻던가요?
aurelius
19/06/14 18:4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쥐떼는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깔끔해요. 물론 한국 스탠다드에는 많이 못미치지만 뉴욕과 비교하면 엄청난 클래스 차이입니다.
나플라
19/06/14 19:36
수정 아이콘
결혼 축하 드립니다.^^ 사진 보니 유럽 뽐뿌가 오네요!
홍승식
19/06/14 19:56
수정 아이콘
결혼 축하 - 맞죠? - 드립니다.
보통 신혼 여행은 신부가 원하는 쪽으로 가는 게 일반적인데 아우렐리우스 님도 원하는 쪽으로 가신거 같아서 즐거운 여행이셨겠어요.
Je ne sais quoi
19/06/14 20:05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책 이야기 기다리겠습니다
BERSERK_KHAN
19/06/14 20:31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세요^^
세크리
19/06/14 23:16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아헨은 여름에 가면 괜찮은가 보네요. 아헨출신 친구가 있는데 맨날 날씨 구리다고 해서 여행 생각을 안하기 있었는데 한번 가봐야 하겠습니다.
19/06/15 00:40
수정 아이콘
저는 신행 니스로 다녀왔는데 참 좋더라구요 운동하기도 좋고... 결혼 축하드립니다.
달과별
19/06/15 03:18
수정 아이콘
몽 생미셸은 파리에서 상당히 먼 거리인데 다녀오셨군요. 그 외에도 수 많은 도시들에 25권의 무거울 책까지... 배우자분이 강철 체력이신가 봅니다.
축하드립니다!
19/06/15 11:29
수정 아이콘
저도 신혼여행을 3주간 프랑스로 다녀왔습니다. 독일-스트라스부르그쪽으로 안가고, 몽생미쉘에서 밑으로 뚜르-보르도-프로방스쪽으로 돌았어요.
다음엔 꼭 독일쪽 프랑스로 가보고 싶네요. 와이프가 프랑스 몇년 살았어서 여행이 편했는데, 이젠 언어도 다 까먹었다네요.
벌써 15년이나 흘렀다는게 함정입니다. 결혼 10주년에 가기로 했는데... 결혼 축하드립니다. 여행같이 하는게 편하면 진정 좋은 배필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1496 [일반] 친일파, 6.25지휘관, 사학재단, 국회의원 김석원이란 사람 [45] 10210639 19/06/15 10639 10
81495 [일반] 간단히 쓰는 넷플 다큐 추천작들(주관적) [35] 평범을지향13979 19/06/15 13979 7
81494 [일반] 法 "성폭행 무혐의 결정나도 여성 무고죄 직접 증거 안돼" [151] 삭제됨15839 19/06/15 15839 5
81493 [일반] 홍콩에서 불리는 임을위한 행진곡 [28] 어강됴리12443 19/06/15 12443 12
81491 [일반] 홍콩 대학생들이 한국어로 쓴 호소문 [109] 미적세계의궁휼함16671 19/06/14 16671 46
81489 [일반]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왜 바닥일까요? [83] 인간흑인대머리남캐11700 19/06/14 11700 3
81488 [일반] 국 이야기. [21] 유쾌한보살6307 19/06/14 6307 17
81487 [일반] 드디어 새차를 받았습니다. [34] 겨울삼각형10694 19/06/14 10694 1
81486 [일반] [여행기] 프랑스 신혼여행 후기 [24] aurelius8943 19/06/14 8943 11
81485 [일반] 차이잉원 "홍콩 사건, 일국양제 수용 불가 이유 보여줘" [24] 나디아 연대기13048 19/06/14 13048 3
81484 [일반] 자극적인 보도들이 불러온 음모론 참사 [102] 마법거북이16430 19/06/14 16430 11
81483 [일반] 궁내체고의 가수 various artist의 곡 듣고 가시죠. [36] 설탕가루인형10110 19/06/14 10110 3
81482 [일반] No.10 플레이메이커가 이끄는 언더독 팀의 매력 [9] 쿠즈마노프9031 19/06/14 9031 5
81481 [일반] 한때 내가 찬란했던 때의 추억 [10] 태양연어6339 19/06/14 6339 1
81480 [일반]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2척 어뢰 피격 추정 공격받아, 1척 침몰 [31] 후추통15354 19/06/13 15354 3
81478 [일반] 내가 스미싱에 당할 줄이야..... [72] handmade28139 19/06/13 28139 15
81477 [일반] 중국의 국가정보법 -전 국민의 정보원화 [20] 사악군9131 19/06/13 9131 14
81476 [일반] 리사수 : 인텔 중저가 라인업도 장사를 접도록!!( [90] 능숙한문제해결사15627 19/06/13 15627 2
81475 [일반] 개인적으로 느끼는 한국 보수의 스펙트럼(2) [67] Danial10227 19/06/13 10227 52
81474 [일반] 직원들에게 아이스크림, 붕어빵 사주는게 사내복지 해결책인가요? [108] 쿠즈마노프16157 19/06/13 16157 10
81473 [일반] 홍콩 범죄인 인도 반대 시위가 격화되고 있습니다. [49] 캐모마일11561 19/06/13 11561 10
81472 [일반] 고유정은 어쩌면 연쇄살인마일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55] 마빠이15831 19/06/13 15831 2
81471 [일반] 함평 폭력 사건으로 경찰의 현장 매뉴얼을 생각하다. [64] handmade15439 19/06/12 15439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