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김한솔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다고 알려진 단체가 있습니다.
그 단체의 이름은 천리마민방위였고, 그들은 김한솔의 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아울러 스스로 북한으로부터 탈출한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또 김정은 체제의 압제에 대항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네덜란드, 미국, 중국, 그리고 제3의 국가로부터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 단체입니다.
2019년 3월1일 이들은 이름을 [자유조선]으로 개칭하고, 아래와 같은 대담한 선언을 했는데 그 문장이 인상 깊어 전문을 가져옵니다.
[백년 전 오늘, 선조들은 무자비한 박해와 견딜 수 없는 치욕의 구조를 전복하고자, 독립과 자유를 외쳤다.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계몽시대의 전조를 알렸다. 여성과 남성이 몇 가지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진 시대이자, 공정하고 올바른 국가가 이웃과 조화를 이루며, 모두에게 안전과 행복을 보장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거사는 마무리되지 못했다. 오늘까지도 수천만 동지들은 타락한 체제의 힘없는 노예로 남아있다. 이들의 고역은 소수의 배를 불리고, 그들은 부패로 군림하며 상상치 못할 파괴력만 키웠다. 그렇게 뿌리박은 전체주의가 항복이라도 할 것처럼, 입에 발린 말과 공물을 바치며, 그 사실을 모른척 외면하는 자들에게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제 조선 인민은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체제를 다음과 같이 고발한다.]
[먹여 살릴 능력이 있음에도 수백만 명을 기아에 허덕이게 한 죄,
정부 주도의 살인과 고문, 감금의 죄,
숨통을 죄는 감시와 사상 통제의 죄,
계급에 의한 강간과 노예화, 강제 낙태의 죄,
전 세계에서 저지르는 정치적 암살과 테러 행위의 죄,
우리 자녀들의 강제 노동과 잠재력 억압의 죄,
살상의 목적으로 만든 거대한 파괴력을 지닌 현대적 무기 개발 및 유통과
잔혹 행위에 사용하려는 이들과 거래한 죄,
이외에도 혼재된 불법행위들을 저지른 죄.]
[반세기가 넘도록 가족들이 인질로 잡힌 동안, 우리는 그저 구원만을 갈망했다. 힘 있고 부유한 국가들이 우리의 간청을 무시한 채, 되려 괴롭히는 자들의 사리를 채우고 그들을 더욱 대담하게 만드는 것을 목도했다. 남조선의 번영과 발전의 놀라운 업적을 바라보며, 그들이 부국 강성의 역사를 일굴 동안 뒤에 남겨진 형제자매를 기억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해방은 오지 않았다.]
[조상과 후손 모두의 요청을 받들겠다. 우리의 영혼은 더 이상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단언한다. 우리도 즐거움과 인간의 존엄성, 교육과 건강 그리고 안전을 누려 마땅하지 않겠는가? 자유를 요구한다. 이로써 우리가 감내할 운명과 의무를 스스로 감당해 낼 것이다.]
[“우리는 이에 떨쳐 일어나도다. 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으며, 진리가 우리와 함께 나아가는도다. 남녀노소 없이 어둡고 답답한 옛 보금자리로부터 활발히 일어나 삼라만상과 함께 기쁘고 유쾌한 부활을 이루어내게 되도다. 먼 조상의 신령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를 돕고, 온 세계의 새 형세가 우리를 밖에서 보호하고 있으니 시작이 곧 성공이다. 다만, 앞길의 광명을 향하여 힘차게 곧장 나아갈 뿐이로다.”]
[자유 조선의 건립을 선언한다. 이 임시 정부는 인권과 인도주의를 존중하는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근간을 세우고 모든 여성과 남성, 아동의 존귀하고 분명한 존엄성을 존중한다.]
[이 정부가 북조선 인민을 대표하는 단일하고 정당한 조직임을 선언한다.]
[지난 수십 년간 인도주의에 반하는 막대한 범죄를 저지른 북의 권력에게 맞서고자 일어선다. 인류 정신의 거대한 오점인 포악한 권력을 철폐하고자 몸을 바친다.]
[반대한다. 그리고 대항한다. 광복이라는 밝은 빛이 평양에 다다르는 날까지 인민을 압제한 자들에게 맞서 싸울 것이다. ]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얽매인 동포들이 있기에, 우리는 나아간다. 우리는 모든 멍에를 꺾어 버릴 것이다.]
[체제 속에서 이 선언문을 듣는 자들이여, 압제자에게 저항하라. 공개적으로 도전하거나 조용히 항거하라. 많은 이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함께 몸을 던져 우리를 갉아먹고, 이제는 우리 아이들 마저 위협하는 야만적인 체제를 붕괴해야 한다. 이 체제 내에서의 공모는 아마도 저항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오직 지금만이 나라와 이름을 만회할 유일한 기회이다. 지금까지 저지른 부패한 권력에 대한, 어리석은 수령 신격화 집단에 대한, 인간의 독창성과 인성을 옭아맨 광범위하고 이상한 족쇄에 대한, 이 모든 충성에 대하여 면죄 받을 것이다. 우리는 더는 피해자가 아닌 승리자이다.]
[뜻을 함께하는 디아스포라 동지들이여, 혁명에 동참하라. 수천년의 역사, 선조들의 희생과 수천만 동포들의 공유된 유산은 자리를 찾으라고 울부짖는다. 우연이 아니었다면 자유롭게 태어난 동포들도 노예로 귀속되었을 것이다. 업적과 용기, 타고났거나 희생과 맞바꾼 재능, 이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는가?]
[이 체제를 정당화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자들이여, 역사는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당신이 어디에 서 있었는지 기억할 것이다.]
[과거 독재와 억압의 상처를 지닌 국가들이여, 우리와 연대할 것을 요청한다. 우리와 당신의 자유를 위하여.]
[이상을 함께하는 전 세계 동지들이여, 과거에 우리의 고통을 몰랐더라도, 오늘이라도 알면 된 것이다. 어떻게 도울지 몰랐더라도, 오늘 그 방법을 알면 된 것이다. 함께 싸울 것을 요청받은 적이 없었다면, 이제 인류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을 요청한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한 세대라도 더 암흑 속에서 태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은 자유로워야 하고 자유롭게 될 것이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노예가 되기 싫은 사람들아!]
[한스러운 역사의 고리를 끊고, 이로부터 새 시대를 선언하며, 새 조선을 위한 길을 준비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 민족의 진정한 정으로 어우러진 더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려는 목적과 혁명의 탄생을 선포한다.
[자유 조선을 위하여!]
대단히 야심찬 선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임시정부라고도 부를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누가 주도하고 누가 지원하는 지 등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습니다.
한편 이들이 쓰는 어휘나 표현은 북한스럽지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한국스럽지도 않습니다. 뭔가 어색합니다.
그리고 어제 3월11일,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담벼락에 [김정은 타도, 련대하자!]라는 낙서가 그려졌다고 합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지금 시점에 이들이 공개활동을 나선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존재감을 나타내지는 않을테니까요. 정치적 감각이 있는 단체라면 모든 행동과 선언과 타이밍에는 무언가 계산이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게 무엇일지 전혀 감히 오지 않습니다.
이들이 정녕 북한에 자유민주주의를 가져다줄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만 있다면,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이겠으나, 지금까지 보여준 활동으로 보았을 때는 특별히 인상깊은 일을 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격동의 19세기~20세기 유럽 역사, 아니 당장 해방후 우리역사 에서도 보았듯이, 임시정부가 힘을 얻으려면 조직된 무력수단 + 자금 + 외국의 지원이라는 3박자가 모두 맞아야 합니다. 나름대로의 조직과 첩보망 자금 그리고 소규모 '공격' 등을 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조차 국가를 건설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혹자는 천리마민방위가 오히려 북한 내 反체제 고위층을 걸러내려고 만든 "낚시용" 유령단체라고 합니다. 혹시라도 역모를 꾸미고 있는 간부가 이 단체와 접촉한다면, 그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테니까요. 그런데 북한 내 간부 중에서 그렇게 순진한 사람이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대단히 흥미롭네요. 이 단체도 알림 피드에 넣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