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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8 23:22
고생하십니다.
요즘은 아직 정신 멀쩡할 때 연명치료 거부서명을 먼저 해둬야 하나 라는 생각도 요즘 가끔 들더라구요. 고작 기대수명의 절반 정도 살았음에도 내가 아프면 그냥 갔으면 하는데 정신없을 때 가족들이 살려내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해요. 자식이 없으니 제가 아플 때에 저를 살려낼 가족은 없겠지만요.
19/02/18 23:33
의사인데도 저도 그 생각 합니다. 가슴에 문신으로 새기고 싶더군요. "CPR은 15분만" 또는 "연명치료는 거부합니다" 이렇게요
보통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하게 되면 가슴이 보이게 되니까요. 제 와이프도 간호사라 서로 이야기 합니다. 연명치료는 하지 말자고요.
19/02/18 23:26
글을 굉장히 잘 쓰시네요.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다보면 수많은 환자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1년차 때 처음 검사를 위해 입원할 때부터 맡았던 26세의 젊은 환자를 수련기간 내내 수십번 넘게 보게 되고, 마침내 4년차 때 그 환자가 암이 전신에 퍼져 불과 29세의 나이에 병동에서 생을 마감하는 모습까지 지켜봤을 때 저도 모르게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며 사망선고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 죽음을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지만 언젠가 저도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할 때가 있을 텐데 큰 고통없이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19/02/18 23:37
잘 읽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말기암에 복막절제술이라는 큰 수술을 하시고 끝내 회복하지 못한채 돌아가셨어요. 그 선택은 제 뜻이었는데 그때의 저는 옳은 결정을 했던걸까요... 생각이 많아지는 밤입니다.
19/02/18 23:57
서로다른 길이의 삶 속에 저마다의 추억과 사연들이 있을텐데 내 결정으로 그 끝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건 엄청난 짐이고 부담일 것 같아요.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 들도.
정말 존경합니다. 대단하신 분들이에요 정말. 사족이지만, 좀 더 전공의들과 인턴의 수련 환경이 나아져서 부디 그들도 좋은 컨디션에서 좀 더 나은 결정과 행동들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9/02/18 23:57
임상에 계신분들에게 느끼는 미안함이 있는 저에겐 좋은 수면제 같은 글입니다. 선생님 같은 시선으로 환자를 보시는 분이 비율상으로도 많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19/02/19 00:32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비슷한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항상 존경합니다. 평생 부채의식을 갖고 살겠습니다. 단 1초라도 최전선에 있는 분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겠습니다.
19/02/19 07:21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없었던 사람과 선택할 수 있었던 사람 사이의 장면 전환이 이뤄져 더 좋은 글이 된 것 같네요. 그런데 첫번째 사례는 정말 응급실의 존재 의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황망한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응급실에서 저렇게 죽는다면 응급실이라는 게 왜 있는건가?
19/02/19 11:39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오해하신 것 같네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응급실인데, 그 응급실의 화장실에서 복부CT가 아니라 변비약을 처방받아 죽게 되는 상황에 대해 글쓴이 입장에서 공감해본 것입니다.
19/02/19 07:50
서머싯 몸을 성공적인 작가로 만든 원동력은 수련의 시절에 겪었던 경험, 정확히는 그 시절에 관찰한 인간군상의 모습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자몽님이 쓰시는 글을 보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격한 경험을 하시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으시다니, 그 마음을 계속해서 환자에게 전하실 수 있으시다니,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19/02/19 09:18
예전에 응급실에서 AAA rupture로 수술방들어가서
인덕션걸었더니 혈압이 뚝뚝 떨어져서 마취과에서 수술불가판정을 내리고 중단한후 외과에서 승압제 때려박아서 혈압올리고 다시 하고싶다고 했으나 안된다고 계속 버티다가 결국 추후에 인터벤션 시도해서 살릴수 있나 희망고문받다가 사망한 케이스를 봤었습니다 당시에는 와 마취과 xxx 했었는데 추후에 aaa rupture시에 후복강에 피가 차면서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라가는듯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분석을 듣고 나한테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구나... 싶은 느낌을 받은적이 있네요 사망케이스 중환자실케이스들을 볼수록 죽고사는건 의사의 영향밖에 있는것 같습니다..ㅠ
19/02/19 15:10
수술 해야 합니다. 어짜피 수술 외에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마취과 XXX 맞습니다.
복강 혹은 후복막강의 심각한 출혈의 경우 배를 여는 순간 혈압 떨어져서 죽을 수도 있다는 미신이 현재도 많은 병원에서 환자를 죽이고 있습니다.
19/02/19 11:21
참 필력이 좋으시다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의사들도 의사들이지만, 바이탈 잡는 과의 의사의 애환인 것 같습니다. 인턴 때부터 전공의로, 전문의로 많은 환자들의 임종을 지켰던 지난 밤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할머니는 스텐트라도 하셨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만 듭니다. 병동에서, 응급실에서, 중환자실에서 낮밤없이 환자보던 그 순간에 걱정도 고민도 많고 잠도 부족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경험들이 스스로를 의사로서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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