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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17 16:57
예전보다 실질적인 혐오는 줄었다 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하지만, 내 피부를 때리는 혐오는 늘었죠. 예전엔 그런 거 아무도 몰랐으니까요. 남혐, 여혐이 늘었다구요? 글쎄요, 요즘 정신나간 사람이나 한다는 수준의 남혐이나 여혐을 예전엔 "교과서에서" 했는데요. 다만 그게 잘못된 줄을 몰랐을 뿐이죠.
->PGR조차 "예전엔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하는 사람이 있지만 예전엔 성소수자, 장애인 등등 차별의 대상들이 숨도 못쉬게 몰아붙이고 당사자들은 죽어라 숨고 참았으니 문제가 없었던걸로 느껴지는거죠. 내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나온지 15년도 안됐는데 그땐 서른살이 노처녀라고 온갖 구박을 다 당하고 그게 당연한줄 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과연 그때가 문제가 없던걸까요? 아니, 엄청난 문제가 있는데 당사자들(결혼적령기 이상의 미혼 여성들)이 반론을 할 구멍조차 안 줘서 아무 말도 못하니까 성차별이란게 없었다는 식으로 느끼죠. 한국 사회는 어쨌든 더 시끄러워지고 있지만 나아지고 있고 돌이킬 수 없습니다. 시끄러워지는게 싫다면 오히려 시대에 뒤쳐진거죠.
19/02/17 17:41
인터넷은 상대방을 설득 시킬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쓸데없는 팩트니 날조니 가져와서 떠들어 대봐야 아무 소용 없습니다. 사람은 바뀌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도 목적은 그걸 기대도 안 합니다. 결론은 한 가지로 귀결되거든요. 내가 맞고 쟤는 틀림. 암튼 그럼. 그걸 계속 보고 있자니 쌓이는 건 피로감 뿐입니다.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이죠. 개인화 차단으로 몇 명 올려두니까 조용하고 좋습니다.
19/02/17 18:29
세상 피곤하니까 적당히 눈감고 살 필요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고 불편한 건 불편한거죠. 간혹 보면 피곤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이 그러한 것을 표현하는 것조차 문제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토론에 있어서도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게 문제고, 혹은 옳그그름을 따지지 않으채 그런 척하면서 누구 편인지를 따지거나 무엇이 내게 유리한가를 따지는 것이 문제죠. 하지만 토론이라는 건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렸거나, 내가 더 옳고 상대는 덜 옳은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틀려서 그게 아닐 수 있는 거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대체 왜 토론을 하나요. 거기에 무슨 생산성이 있습니까. 그냥 대립이 첨예하다고 해서 마냥 서로 양보없이 싸운다고 보면 안되는 거죠. 각자가 그 사안에 대해서 '무엇이 옳은가'를 판단해야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안에 대해서 그런 판단을 하는 건 너무 피곤한 일이고 귀찮죠. 가능한 일조차 아니고. 그럼 거기에 대해서 신경을 끄면 되는 거지, 그 문제에 대해서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사람들'로 보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19/02/17 23:29
그냥 눈 감고 살수는 없는 세상이죠. 저도 이렇게 세상이 시끄러운게 맘에 드네요.
다만 인터넷 담론에 뭔가 생산성이 강제될 필요는 없다 싶습니다.
19/02/18 02:43
생산성이 있어야한다는게 아니고, 그런 담론을 쓸데없는 짓 치부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방법이 더 쓸데없다는 말을 한 것이었습니다.
19/02/17 18:56
다수가 말싸움하는 곳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장땡이죠.
인터넷에서는 하고 싶은 말에 진실을 좀 섞어서 부지런하게 쓰는 사람이 장땡이더군요. 직접 대면에서 하는 토론도 설득시키기 힘든 판인데, 인터넷에서 논쟁은 늘 그렇듯이 평행선입니다. 요즘은 특히 심하죠, 정치가 들어가면 사람들이 과격해지니. 그러니 유머게시판을 적극 활용합니다(응?). 그나마 불편함과 피곤함이 덜하네요.
19/02/17 23:30
저는 그 평행선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듯이, 남도 마찬가지죠. 다만 어떻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게 아닐까요.
19/02/17 23:31
제 주변에 현실에서 별거 있는 사람들 중에도 인터넷에서 노답스러운 사람들 있습니다 크크크
현실의 근엄함을 갖출 필요가 없으니까요. 뭐, 억눌림의 포인트는 별거 없는 사람들과는 다르겠지만요.
19/02/17 19:07
이념이나 사상, 종교 같은게 점점 힘과 권위를 잃어가고 다양성이 그 자리를 채웠는데, 그 다양성들이 점점 더 극단을 향해 가는 느낌입니다.
어쩌면 기존에는 양극이었는데 지금은 다극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 어쩌면 그 범위들은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는데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끄트머리가 이젠 한눈에 다 들어오는걸지도...
19/02/17 23:34
저는 맨 마지막 문장에 동의합니다.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현미경 같은 거죠. 우리의 세상을 바라보는 해상도가 예전과 비할 바가 아닌겁니다. 하지만, 뭐 다르다고 대규모 살상파티가 일어나진 않잖아요? 예전엔 믿는 이념이 다르다고, 같은 이념도 믿는 방식이 다르다고 서로 죽였는데요.
19/02/17 23:57
그게 그나마 다행인 점이죠. 이념이 인권을 압도하던 시대는 지났으니. 뭐, 여전히 극단주의자들은 다 죽이라고 외치고는 있지만 현실이 될 가능성은 극히 적어보이고요.
19/02/17 23:45
미묘한 보수주의자로서 지난 10년을 지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그럼에도'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명박은 제 욕심밖에 모르는 비리정치인이고, 4대강과 자원외교로 나라를 말아먹고 있었습니다. 그건 팩트예요. 어떻게도 변명할 수 있는 건 아니었죠. 박근혜는 에... 아시다시피 머리가 없습니다. 그냥 멍청합니다. 나름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했던 제가 어떻게 변명도 해주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죠. 그것 역시 팩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보수를 지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아니? 그래도 아직 한나라, 새누리를 빤다고?'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답이 궁핍해졌다는 거죠. 보통 사람들은 확고한 이유를 가지고 뭔가를 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선택은 경향성의 영향을 받는 법이니까요. 게다가 머릿 속에 있는 그 미묘한 논리를 말로 풀어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립한 이유는 보수주의자로서 내가 아직 이 끔찍한 당을 밀어주는 이유는 그래도 그들이 멍청한 와중에도 이뤄내는 일들이 타정권이 이뤄내는 성과보다는 높을 것이고. 이들이 해처먹거나 멍청해서 망치는 것을 감안하고도 우리가 나눠먹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크기 떄문이다 였습니다. 그럼 그런 반문이 돌아오죠. '와... 너 진짜 도덕심이라는 게 없구나.' ...네 뭐 그럴지도요. 그때는 그냥 맞아야 합니다. 때리면 맞고 버티는 수 밖에 없죠. 왜냐면 기본적으로 도덕적 우월성이 제게 없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정권이 바뀌고 똑같은 일이 반대편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그 때 했던 대답을 반대편이 똑같이 하기 시작했죠. 그걸보면 뭐랄까... 통쾌하기 보다는 씁쓸한거죠. 결국 우월성을 바탕으로 후려치는 건 양쪽이 똑같거든요. 양성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한동안 대한민국의 기조는 페미니스트들에게 도덕적 우월성을 주었습니다. 다소 과격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것들도 도덕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어느정도는 용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턴이 바꼈죠. 페미니스트들이 상실한 것은 이성적인 논리가 아닙니다. 도덕적 우월성이죠. 이제 아무도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것이 우월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그럼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얻어맞게 됩니다. 조롱은 기본적으로 따라오고 도덕적이지 않은 경향을 지지하는 이들은 머리가 부족하다는 인신공격이 따라옵니다. 특정 경향을 지지한다는 것 만으로 내 개인은 사라지고 얄팍하게 정의한 집단의 성향을 전제하고 칼을 찔러대는 법이죠. 바뀐 건 없어요. 예전에는 마초이즘이 같은 대우를 받았습니다. 남성우월주의자들에게도 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마초이즘은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 만으로 지능을 의심받고 도덕적인 문제를 지적받았죠. 세상이 달라진 게 아니라 그저 내가 속한 곳이 우월성을 잃고 턴을 넘겨준 것 뿐입니다.
19/02/18 00:05
뭐 저는 딱히 헤게모니에 대해 말씀드린 건 아닙니다.
페미 논쟁에 대해 말하자면, 이 논쟁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메인스트림을 처음으로 차지한 논쟁입니다. 턴이 넘어갔다고 하기엔, 리버럴이면서 반 페미니스트인 사람이 굉장히 많습니다. 진보주의자와 페미니스트 집합이 동일성이 매우 높다면, 말씀하신 바가 좋은 예시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말씀하시는 내용은 제 글과 배치됩니다. 진보적이라고 친 페미가 아니고 보수적이라고 반 페미가 아니니까요. 정치적 선택은 어마무시하게 다양합니다. 누구의 턴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어디든 헤게모니를 차지한 정치적 이념이 있나요? 예를들어 저는 리버럴이면서 기계적 양성평등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다만 군사/외교적으로는 철저하게 실용주의를 선호합니다. 제 성향은 대한민국 역사상 단 한번도 헤게모니를 차지한 적이 없습니다. 꼭 저뿐만 아니라도, 현재의 이념지도는 흔히 사용하는 2차원~4차원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기엔 우리는 너무 모래알같다, 저는 그렇게 생각이 드네요. 누구의 턴이라고 하기엔 그 누구가 너무 여러 종류라서요. 도덕적 우월성, 그것조차도 정치적 성향을 가름하는 하나의 축일 뿐입니다.
19/02/18 00:08
오 세상에 아닙니다.
반성하실 이유가 있나요? 이런 얘기를 거리낌없이 주고받자, 저는 그런 얘길 한건데요. 긴 댓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9/02/18 00:12
아 참고로 진보와 보수는 예시로 든 것이지 진보의 턴이 보수로 넘어갔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페미니즘이 차지하고 있었던 우월성이 상실되어 가는 과정을 제 예로 들려다 보니 그 부분을 언급한 것이죠. 다시 보니 무척 예시가 조악하긴 하네요 ㅜㅜ
주말도 다 갔는데 다음 한 주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19/02/18 09:41
믿음과 신념이 가득했던때가
젊은 패기와 치기로 였다는것을 새삼 깨닫는것이죠. 그리고 세상을 실제로 움직여가는 느리지만 겸손해진 다수에 그렇게 말없이 동참하게 될 뿐입니다. 세상에는 홍위병보다 아닌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원래 들리는 것은 떠드는 사람의 목소리뿐입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혹은 새로운 세대는 세상을 답답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에 선배들이 그리고 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세상은 원래 어렵습니다. 인간성의 한계인지, 자연의 법칙인지, 신의 뜻인지는 몰라도, 그것이 [고]이지 않은 적은 유사이래 한번도 없었습니다. 마음편하게 사는것은 불가능하다는것을 깨닫고 나면 오하려 세상이 더 많이 보입니다. 그러니 외롭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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