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는 사람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자유를 소중하게 여겼나 싶다. 솔직히 말해, 내가 알고 겪어온 한국은 원래 이런 나라였으니까. 모두가 자유주의자가 된 듯 한마음 한뜻으로 검열에 가까운 인터넷 차단 조치를 비난하지만, 정확히 동시에 야구선수들이 해외 공개 카지노에서 소액을 걸었다고 그걸 징계를 하니 마니, 그것도 엄연한 품위 유지 규정 위반이라느니, 하는 나라 아닌가. 징병제를 (남성에 대한) 노예화라고 비판하는 것은 쉬이 볼 수 있고 군대는 어쨌든 가면 좋다는 사람보다 안갈 수 있으면 안가는 게 좋다는 말을 적어도 온라인에선 더 많이 보게 되지만, 그래서 그 징병제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겠다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인격적 모멸과 조롱, 차별은 준공식적으로 허용된 사회 아니었던가. 특정 직종의 공공성(그리고 공허한 부도덕성)을 이유로 시장가에 전혀 못미치는 낮은 비용을 감당해야 된다고 대중이 공인한 나라 아니었던가.


초등학생 시절 딴 워드와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 외에는 컴퓨터에 대해 딱히 아는 바가 없기에 나는 이번 인터넷 차단 사안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현 정부와 그들이 비호하는 페미니스트 집단들이 얼마나 여기에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가 없다. 말을 들어보면 기존의 warning.co.kr보다 더 악랄한 조치인 것 같긴 하지만, 결국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로 귀결된다. '여기선 그래도 되니까.' 자유를 모르는 국민에게서 자유를 모르는 정치인이 탄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나 '자유와 방종은 다르다' 같은 말이다. 기실 한국은 이래뵈도 자랑스러운 아세아 민주주의의 선두주자기 때문에, 통제를 중국같은 독재국가마냥 좋아하고 따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유주의적인 자유란 화이트리스트(허용하는 것을 할 수 있음)가 아니라 블랙리스트(불가한 것을 빼면 막지 않음)인 것일텐데, 한국식 자유란 너무나 화이트리스트적인 의미를 띠고 있어보인다. 자유의 문제에 대응하여 더 분명히 말하자면 특정 사안에 대해선 한국 사람들은 자유를 기치로 열심히 싸울 수 있지만 특정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선 남의 일 취급을 한다는 뜻이다.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로 자유주의 투사적인 명연설을 남기던 의원님들, 그들을 딱히 가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은 지극히 한국적인 자유 관념을 가졌을 뿐이다. (그와 별개로 정권을 잡은 지금 테러방지법과 선거연령 조정에 언제 그런 일이 있긴 했냐는 듯 조용한 모습은 너무 추하지만, 이 글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니)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트럼프 당선이라는 역사적 사건 이래로 '너희들이 세상을 그렇게 만든거야'라고 일침을 놓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날카로운 지적이다. 그래서 나도 여기서 좀 써먹고자 한다.

'당신들이 그래도 되는 세상을 만든거야'

물론 한국의 부자유성에 오래도록 일관되게 숨막혀온 사람들은 '당신들'에 포함되지 않음은 당연하다. 그래도 느끼고 살아온 것보단 한국에 자유주의자들이 그렇게 많았나 싶어, 내심 마음도 놓인다. 대체 어디 있었길래 여태 숨죽이고 있었는가는 여전히 궁금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