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간만에 엄청난 수작을 보았습니다.
역시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를 배출한 나라입니다.
러시아인들의 문학적 감수성은 역시 대단합니다.
트로츠키
유대인 출신 마르크스주의자
러시아 10월 혁명의 주역
붉은군대의 창시자
레닌과 동등한 파트너
그리고 세계혁명을 주장한 자
그러나 레닌 사후 그는 스탈린과의 권력 싸움에서 패배하고
긴 망명 생활 후 1940년 멕시코에서 암살당합니다.
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정말 강렬합니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가, 신념이란 무엇인가, 지상천국을 건설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시킬 수 있는가, 그런데 공포 없이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어디부터 임의적인 횡포인가?
이 드라마는 그 누구도 선하게 그리지 않습니다.
아, 굳이 꼽자면 스탈린은 정말 평면적인 악당으로 묘사되긴 하지만
레닌과 트로츠키는 정말 미묘한 사람들입니다. 신념이 높으나 선과 악에 대한 도덕관이 굉장히 편리한(?) 사람들... 모순으로 가득찬 인물들입니다. 레닌은 이 드라마에서 서브역할이어서 잘 등장하지 않지만
트로츠키는 정말 아주 입체적으로 그려집니다. 그는 독재자인가? 폭군인가? 몽상가인가? 현실정치인인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떠밀린 인물인가? 아니면 개인적 복수에 굶주린 인물인가? 혁명을 구할 수 있었던 마지막 인물이었나? 레닌의 유일한 후계자였나? 정말 다양한 얼굴들을 보여줍니다.
말년의 그는 과연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을까? 신념을 끝까지 지켰던 것일까?
이 드라마는 친절하지 않습니다. 말년의 트로츠키가 끊임없이 자기 과거와 싸우면서 대화를 하면서 시간이 뒤죽박죽 섞이기 때문에 러시아 혁명사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1918년으로 갔다가 1903년으로 가기도 하고, 또 갑자기 1922년으로 가면서 다시 현재(1940년 멕시코)로 돌아옵니다.
또 그는 자기 손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들의 환영들과 변증법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또 그들에 의해 조롱당하기도 합니다. 그는 과거를 후회하는 거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또 자신이 옳았음을 끊임없이 주장합니다.
그리고 죽음이 임박한 최후에 가서는, 그를 죽이길 망설여하는 자를 겁쟁이라고 조롱하면서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아주 당당하게 그 순간을 맞이합니다.
8부작으로 짧은 드라마이지만, 아주 강렬합니다. 정말 깊은 여운이 남네요. 괜히 2017년 러시아 방송 협회 최우수상을 받은 게 아닙니다.
엄청난 수작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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