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력 6546년, 곧 제6번째 회계연도. (서기 1038)
아라비아의 12개 부족장이 연합하여 기병 500기와 낙타 500마리를 거느리고 소아시아(현 터키)와 아라비아 사막이 맞닿는 유서깊은 대도시 에데사(Edessa)로 다가왔다. 500기의 낙타에는 상자들이 실려 있어 상인이나 조공사절인 것처럼 보인다. 이들이 도시 근처에 다다르자, 에데사 방면 방위사령관이 나타난다. 조지아 출신으로 이름은 바라스바치스(Barasbatzes)라고 했다. (에데사는 첨부한 지도파일의 파란색칠된 로마 영역 동남쪽 변경에 위치)
- 이곳에 부족장들께서 무슨 일이십니까?
- 로마인의 황제께 예물을 바치기 위해서 수도로 가는 길이오. 들어가서 쉴 수 있도록 해주시오.
- 컴, 컴.
문을 열도록 한 바라스바치스는 일행 뒤편의 낙타들을 바라본다. 500마리나 되는 낙타에 엄청난 크기의 궤짝들이 실려있으니, 공물의 양이 엄청난 모양이다. 아무리 공물이라지만 겨우 사막의 부족 12곳이 저런 공물을 낼 수 있는 건가?
- 혹시 모르니 부족장들만 들여보내고 기병과 낙타 일행들은 도시 밖에 대기시켜.
갑분싸해진 수비대장은 조용히 지시를 내려 호위기병들과 낙타일행들을 분리시켜 도시 밖에 머물게 한다.
성안에서는 곧이어 주연이 베풀어지고 환대에 푹 빠진 부족장들은 술에 취해 완전히 모든 것을 까먹었다.
때마침, 에데사에 살던 한 노숙자가 엄청난 조공사절단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뛸듯이 기뻐하며 '사업'을 하러 재빨리 성문 밖으로 나갔다.
아랍인의 진영에 다다른 노숙자는, 그러나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된다.
- 아, 여기가 어디야?
- 계획대로면 도시 안에 들어가있어야 되지 않나?
- 닥치고 조금만 참고 기다려.
금은보화가 그득할 것이라는 궤짝에 신통방통하게도 사람의 말을 하는 무엇인가가 숨어있는 것이다.
'때마침' 아랍어도 알아듣는 이 노숙자는 재빨리 시내로 들어가 수비대장을 찾아갔으며 자신이 경험한 이상현상을 보고한다.
과학이 진흥한 시대인 모양이다. 호기심과 탐구심을 이기지 못한 수비대장은 휘하 병력들을 거느리고 아랍인의 진영으로 간다.
기물파손을 우려하는 아랍기병들의 만류를 무릎쓰고 로마군은 궤짝을 해머로 때려부순다.
갑분싸-.
그렇다. 이 아랍인들은 궤짝 속에 1천 명의 중무장한 병력을 싣고 저 사막을 건너와 에데사 안으로 들여보낸 뒤, 밤중의 기습으로 도시를 탈취하려 했던 것이다.
친절한 로마군은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 수고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500명의 기병과 낙타기수, 1천 명의 두더지들을 모두 잡아죽였다.
그 후 도시로 돌아온 바라스바치스는 이벤트 준비의 성의가 부족하다며 격려의 차원으로 11명을 죽이고 마지막 남은 1명의 손, 귀, 코를 모두 자르고는 도시로 돌아가 모든 소식을 알리도록 한다.
교훈: 깜짝 이벤트는 완벽하지 않으면 죽음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이승탈출넘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