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주신(?) 지진 덕분에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언젠간 후기 적어야지 하다가 합격증 받고 야밤에 잠이 안 와서 글을 씁니다. 수능치고 제가 느낀 점이나 하고 싶었던 말 몇 개만 적을게요 흐흐
1. [뭐? 신 부장님 아들이 올해 수능 친다고? 여보! 파X바XX가서 수능 세트 좀 하나 사서 보내드리자!]
추석이 지나고 10월 말~11월이 되면 주변에서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선물이 하나씩 들어옵니다. 가장 대표주자는 역시 엿&초콜릿. 아마 주변에서도 수험생이 있다면 가장 많이 주는 선물이 초콜릿일 텐데요. 문제는 보내는 사람은 초콜릿 하나지만 받는 사람한테는 같은 선물이 여러 개 도착한다는 거... 실제로 수능이 끝나고 1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냉장/냉동실에 초콜릿&엿 가득 쌓여있습니다.(너무 달아서 처리도 못 합니다)
선물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고 조금 색다른 선물을 주면 수험생도 더욱 감사하고 기억에도 잘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호두볶음 비슷한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공부하면서 씹어먹으면 맛도 있고 머리도 왠지 모르게 좋아지는 느낌이랄까...
정 선물하기 어렵다 하시는 분들에게는 스타벅스 카드를 추천해 드립니다. 대놓고 현찰 주시는 분(만점 기원 -> 만원)도 계시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참신(?)했던 선물이었습니다. 솔직히 수입이 없는 학생이 스타벅스 가기에는 너무 부담되지 않습니까... 충전된 카드+간단한 응원 메시지로 봉투 형식으로 받았는데 다른 선물보다 훨씬 인상 깊었습니다. 가격도 다른 비싼 초콜릿 사는 것보다 싸요!
2. (수능 끝난 직후) [너 대학 어디 붙었니? or 이제부터 편하게 놀겠네?]
학생들이 고3/N수 내내 바쁘기는 하지만 가장 바쁜 시즌은 다름 아닌 수능 끝난 직후입니다. 옛날에는 수능 한방이었고 내 수능 점수를 알고 나면 대충 어디 갈지도 명확했지만, 지금은 대 수시시대라서 수능이 끝난 직후 온갖 수시전형(면접/논술)들이 시작됩니다. 한 예시로 연세대 논술 전형은 23일(木)날 수능 치고 이틀 뒤인 25일(土)날 시험을 봤습니다. 당연히 학원을 가는 학생의 경우는 금요일 하루 동안 빡세게 연대논술을 준비하고요. 이렇게 연대를 시작으로 약 한 달간 수시전형이 쭉 진행된 후 최종 수시발표가 12월 말에 나게 됩니다. 면접날까지 놀지도 못하고 생활기록부/자기소개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학원 다니고... 설령 면접을 보고 와도 최종 발표 나는 날까지 불편하게 노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수시가 다 끝나고 나면 1월부터 정시 지원을 하게 됩니다. 분명 수능은 11월에 쳤는데 정시 발표는 1월에 발표가 나니 수험생 본인도 1월까지 어느 학교에 갈지 몰라요
"너 대학 어디 붙었니? or 이제부터 편하게 놀겠네?" 보다는 "수고했어 or 여유로워지면 밥 한번 사주마"로 말을 건네시는 건 어떨까요?
3. [아들! 아빠가 수능 시험장 앞까지 태워줄게!]
수능시험장은 학생의 출신 고등학교로 배정되지 않고 생판 처음 가보는 학교에서 수능을 치르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부모님의 입장에선 우리 아이가 수능시험장까지 잘 갈 수 있을까, 혹은 늦지는 않을까 라는 걱정에 수능시험장까지 태워주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1번과 연결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부모님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셔서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위치까지 태워주십니다. 문제는 이때 발생하는 출근길보다 훨씬 막히는 교통체증;;... 길 막히면 수험생도, 학부모님도 설마 늦을까 불안불안해집니다. 그나마 부모님 차/택시를 타고 갔다면 도로 한가운데 내려서 걸어가도 되지만 버스의 경우는 옴짝달싹을 못 하더군요
모두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해결될 문제지만 그건 불가능하고... 개인적으로 추천드리는 방법은 차로 태워주시되 목적지까지 태워주시지 마시고 근방의 한적한 곳에서 내려주세요! 아마 수험생 본인도 시간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느낌에 조금 덜 불안해질 겁니다. 한적한 곳에 주차하고 나서 차에서 내려 포옹도 할 수 있는 건 덤입니다.
4. [5만원짜리 수험표는 5만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수능 접수 비용은 과목 선택 따라 달라지지만 최대 5만원입니다. 근데 수험생 할인 이것저것 찾아보니 이 종이 한 장, 5만원 이상의 가치를 지닙니다. 대부분의 가게에서 30%는 기본이고, 50%까지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헬스 10만원 넘게 할인해주더라고요... 버리지 마세요!
5. (수능날 저녁) [아들 수고했다! 밥먹으러 가자!]
5번은 개인차가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수능이 끝난 날 저녁, 거의 몇 달 만에 가족들과 외식을 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엄청나게 먹었을 저이지만, 그날만은 밥도 잘 안 넘어가고 피곤했습니다. 무엇보다 내 머릿속에는 빨리 집가서 자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하루 치 에너지를 전부 끌어서 시험치는데 쓴 느낌이라 부모님의 질문에 대답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고, 군대를 가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군장 매고 장거리 행군하고 목적지 도착해서 사격 훈련하는 느낌 같았습니다. 물론 제 체력이 약한 것일 수도 있고, 저만의 이야기라서 신뢰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흐흐
수능날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어떨까요?
6. 수능 후기(독백체&두서없음 주의)
수능이 끝났다. 수능 끝나고 나면 관련 기사도 열심히 찾아보고 후기도 엄청 자세하게 쓸 줄 알았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착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글을 쓰려고 피지알을 열 때까지만 해도 영역별로 후기를 쓰며 복기 비스무리하게 해보려 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고 나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가서 영역별은 무리인듯하다.
여러 언론에서 불수능이니 물수능이니 이야기가 많았지만 대체적으로 불보다는 물쪽으로 모이는 것 같다. 내가 느낀 정도는 불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물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수능장 안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쫄리는 마음을 가지고 풀다 보니 모의고사 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체력도 가득 충전해가도 1교시 끝나자마자 방전되어 바닥 상태로 남은 시험을 치른 느낌이었다. 난이도가 어떠하든 간에 수험생 입장에서는 힘든 싸움인 것은 분명한듯하다. (문과 친구 왈 : 올해 생윤/경제는 너무 쉬워서 2번씩 풀고 검사하는데 살떨려서 죽는 줄 알았다.)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서 신경을 끄고 있는 동안 현 중학생들의 대입체제가 문 대통령 당선 이후 많이 개편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사실 이글도 개편안을 보고 쓰기로 마음먹은 글이다.) 정시의 절대평가 및 문이과 통합이라나. 자세히 알아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정시의 비중을 확 줄이겠다는 정책같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고 해도 무언가 많이 바뀔거라는 느낌이 든다. 사실 피지알에서도 몇 번 이야기가 올라왔지만 정시VS수시의 논란은 정말 결론짓기 어려운 것 같다. 한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맞는 말 같고, 또 반대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 이쪽 말도 맞는 거 같다. 그렇게 수시를 반대하고, 정시가 최고라며 외치고 다녔던 내가 정시 성적이 생각보다 안나오고 수시로 덜컥 대학교에 붙어버리니 더 애매해졌다. 사법고시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사다리 없애기'라는 표현을 처음 들었던 적이 있다. 무슨 뜻인가 싶어 의아했지만 로스쿨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나니 이해가 갔다. 대입에서의 수능 비중 줄이기도 '사다리 없애기'라는 말을 들었다. 맞는 말이다. 정시(수능)로 대학가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컷트라인 역시 올라가고 있다. 심지어 어떤 학과는 정시는 뽑지 않고 100% 수시로만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극단적인 예시로 그 과에 정말 가고 싶은데 고등학교 생활 동안 놀아버린 학생은 그 과에 지원할 기회조차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수능을 제 컨디션대로 못 치고 나니 정시 만세도 함부로 말을 못 하겠다. 수능 끝났다고 무책임하다고 지적받으면 할 말은 없지만 당장은 양쪽 다 지지하는 박쥐 같은 상황이다.
하고 싶은 말은 학생&학부모가 조금이라도 덜 힘들 수 있는 방법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나 역시 급변하는 교육정책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3년을 보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수능부터 처음으로 영어 절대평가가 시행이 됏는데 배치표에서 영어가 빠지는 바람에 지금 정시 원서를 쓰는 학생들은 카오스 그 자체이다. 작년 기준으로 보고 가늠이라도 해보려 해도 한 과목이 통째로 사라졌으니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이다. 한 과목이 바뀐 우리 학년(18학년도 수능)이 이 정도인데 전과목 절대평가가 되면 학생과 학부모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쓰다 보니 이상한 말도 많이 하고 부족하네요... 그냥 밤에 잠이 안 와서 썼는데 글쓰기는 역시 어렵네요 ㅠ.ㅠ 부족해도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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