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랬듯, 제게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한 가득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취업 외에 다른 진로를 찾고 싶었기에 더욱 고민이 많았습니다. 딱 부러지는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고 계속 방황만 하고 있었죠. 대학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포기를 하든, 도전을 하든 결단을 내리기 위해 나름의 계기가 필요했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각종 오프라인 강연들이었습니다. 소위 잘 나가는, 그래서 강연 무대에 선 사람들의 스토리들을 듣다 보면 무언가 깨달음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죠. 여기저기 강연을 들으러 다니면 부지런히 사는 것처럼 보여 좋고 그러다 유익한 강연을 만나면 삶에 대한 깨달음도 얻을 테고.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대학 4학년의 마지막 겨울. 다이어리 일정표를 펴 들고 각종 오프라인 강연 정보들을 이 잡듯 뒤져 채워 넣기 시작했습니다. 분야 상관없이 무료 ~ 10,000원 범위의 강연이라면 겹치지 않는 선에서 무조건 신청하고 들으러 다녔습니다. 그렇게 방학 내내, 강연만 실컷 들으러 다녔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로부터 약 4-5년이 지난 지금, 저는 여전히 강연을 들으러 다닙니다. 주머니에 조금은 숨통이 트였습니다. 수만 원 대의 강연도 곧잘 신청하고 들으러 다닙니다. 그 당시 무료로 좋은 스토리 들려주셨던 수많은 강연자 분들께 이제라도 수강료를 드리는 마음으로, 유익해 보이는 강연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엽니다. 온라인 강연도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게는 오프라인 강연이 더 잘 맞나 봅니다. 강연장만의 그 묵직한 분위기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무엇보다 강연이 끝난 후, 강연자와 직접 마주하고 웃으며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그 현장감이 좋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저는 오프라인 강연을 찾아다닐 것 같습니다.
여기 제가 평소 오프라인 강연 정보를 얻는 사이트들을 간단히 적어볼까 합니다. 오프라인 강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미 다 알고 계신 사이트들이겠지만, 혹시라도 강연 듣기에 관심이 있으나 어떻게 관련 정보를 찾아야 할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남겨 봅니다. 그밖에 강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용한 곳이 있다면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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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온오프믹스
강연 플랫폼으로서는 인지도 탑을 달리는 온오프믹스입니다.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대표가 사퇴하는 등 안 좋은 일을 겪긴 했으나 안정적인 투자액 덕분에 여전히 순항 중인 듯합니다. 온오프믹스의 최대 강점이라면 무엇보다 '규모'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다 보니 전문적인 강연부터 개개인이 시도하는 조금은 어설프지만 참신하고 사려 깊은 강연들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온오프믹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프리랜서 강사로 살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초기에는 정말 밥먹듯이 온오프믹스에서 강연을 열었던 기억이 납니다.
2. 위즈돔
위즈돔, 하면 떠오르는 것은 '사람책'이라는 개념입니다. 개개인 고유의 스토리를 잘 발굴해낸다면 누구나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위즈돔의 모토입니다. 그래서인지 위즈돔에서는 기업에서 주최하는 강연이나 각종 대형 강연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나름의 전문성과 컨텐츠를 가진 개개인들이 소소하게 모임을 개최하고 사람 대 사람이 가까이 만나 진솔하고도 깊은 교류를 나누는 형태의, 그런 행사들이 많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사람'을 중심 키워드로 삼다 보니 컨텐츠보다는 그 컨텐츠를 만든 사람에 대해 보다 집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규모 모임이나 1:1 대화, 컨설팅 등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플랫폼입니다.
3. 프립
프립은 액티비티를 강조합니다. 강연이나 세미나 등 정적인 행사는 사실 그다지 많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와인을 만들거나, 스노보드를 타거나, 등산을 가거나, 래프팅을 하거나, 요리를 만들거나, 춤을 추는 등 각종 다양한 취미 활동 모임들이 두드러지는 곳이지요. 물론 프립에도 '지식/나눔' 카테고리가 존재합니다. 심리상담, 영어회화, 자아탐색, 스피치, 워크숍 등등의 활동 모임도 꾸준히 개설되고 있습니다. 프립 역시 위즈돔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소규모로 진행되는 모임이 많은 편이어서 대형 행사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괜찮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4. 포텐업
포텐업은 강연 및 세미나 정보를 전달하는 스타트업입니다. 국내에서 열리는 다양한 외부 행사 정보들을 찾아 알리는 것이 주요 서비스로 알고 있었는데, 홈페이지 내 기능을 자세히 살펴보니 모임을 직접 개최하는 기능도 있더군요. 한동안 강연 정보 업데이트가 매우 더뎌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다시 활발한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먼 플랫폼이지만 앞으로 쑥쑥 성장해서 국내 오프라인 강연 문화 활성에 좋은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 각 주요 서점 - '작가와의 만남'
YES24, 교보문고, 알라딘 등 주요 대형 서점들에는 '작가와의 만남' 페이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각 서점들이 직접 개최하는 것은 아니며, 신간을 발매한 출판사가 저자와 협의 하에 저자 강연회 일정을 잡고, 저자 강연회 관련 정보들을 서점 측에 넘기면 '작가와의 만남' 페이지에 노출시켜주는 방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두 권의 책을 내고 각 서점 내 '작가와의 만남' 페이지를 통해 모객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지요. 대개는 해당 행사가 소개된 페이지 내 하단에 댓글을 달아 응모하고, 당첨 통보를 받은 후 행사에 참여가 가능합니다. 유명한 작가의 강연회도 자주 올라오는지라 '작가와의 만남' 페이지는 언제나 인기가 많습니다.
6.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전국 공공도서관에서 개최되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들을 한 데 모아 만나보실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지역별, 일정별로 강연이 이뤄지는 도서관, 강연 주제 등을 검색해볼 수 있어 무척 편리한 사이트지요. 여기에는 철학, 종교, 역사, 문학 등 인문학 관련 강연들이 가장 많아,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서 특히 좋아하실만한 사이트가 될 것 같습니다. 공지사항 페이지를 확인하시면 종종 '인문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전문가들을 모셔 대형 인문학 강연을 열기도 하니 이 역시 참고하면 좋을 듯합니다.
7. 기타
그밖에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오프라인 강연 정보들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유료로 진행되는 다양한 교양 강연 프로그램들은 물론,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도 꾸준히 열리는 편입니다. 아니라면 '세바시(CBS)', '강의쇼 청산유수(한국직업방송)' 등 강연 방송 프로그램에 방청객 신청을 하여 강연에 참여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밖에 저 개인적으로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강연 정보를 많이 받아보는 편입니다. 일전에 강연 참석 등을 통해 정말 실력 좋으신 강사 분을 알게 되었다면, 그분이 운영하는 페이지나 개인 계정을 찾아 '좋아요'를 눌러 둡니다. 그러면 그분께서 진행하시는 강연에 대한 정보들을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죠. 강연읽어주는남자, 강연정류장 등 강연 정보를 알려주는 페이지들도 있어 팔로우해두면 꽤나 요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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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으로 위 사이트들을 순회하며, 마음에 드는 강연 행사들을 다이어리에 적어 두면 그렇게 마음 든든할 수가 없습니다. 처음 강사로 막 세상에 발을 내디뎠을 때, 어떻게 한 번이라도 더 강연 기회를 잡아보고자 무진장 노력했지만 초보에게 세상은 결코 녹록지 않았죠. 그때 제게 한 줄기 빛과도 같았던 것이 위의 플랫폼들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쉼 없이 직접 강연 행사를 기획하고, 플랫폼에 등록하여 홍보하고, 관리하고, 강연하며 그렇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힘들 때면 다른 분들의 강연 들으러 다니며 힘도 많이 내고 그랬었지요. 일상이 답답하고 무료하다면, 유용한 지식과 함께 삶의 방향성에 대한 깨달음을 얻길 원한다면 여러 가지 오프라인 강연에 한 번 참여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