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매표 여직원이 쉬는 날.
말이 담당업무가 안내지 로컬이건 매표건 공석이 될 때마다 그 자리를 메꿔야하는 나는야 땜빵맨.
오늘도 최선의 응대로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을 드려야지!는 개뿔..제발 진상 고객만 걸리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오전을 잘 보내고 식곤증이 밀려드는 오후 3시경.
내려앉는 눈꺼풀을 간신히 올려가며 퇴근 후에 소주를 한잔 할까 말까 고민하던 와중에
갑자기 이상기후가 감지되고, 아니나다를까 저기 주출입구쪽에서 강한 저기압을 동반한
이제 삼십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부부가 매표창구를 향해 걸어온다.
아..쉽지 않겠구나. 이번 위기만 잘 넘기면 퇴근 후 꿀맛같은 소주를 마셔야지! 다짐하며
우디르급 태세변환을 통해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와 환한 미소로 고객을 맞이한다.
“어서오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청량리 두장 주소”
“아..고객님 청량리행 무궁화호 열차가 이제 출발이 3분여밖에 남질않아 승차가 힘드실거같은데 어쩌죠?”
“아 잔말말고 표나 달라고!”
어쭈~ 이런 수박 씨발라먹을거같은 고객님이,, 나이도 어려보이는데 대뜸 반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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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더욱 환한 미소로 응대해야지.
“네 고객님. 그럼 여기 표 두장 받으시고요. 출발시간이 다되가니 바로 승차하셔야합니다”
“승차를 못하실 경우 반환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으니 바로 입장해주세요^^”
아..이 얼마나 완벽한 안내 멘트인가!!
이로써 만만치 않은 고객을 무사히 보내고 나는 다시 평화모드로 돌아가...기는 개뿔!
와이프로 보이는 고객분은 뛸 듯이 걸어가는데 이 남자고객..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가네?
제일 먼저 든 생각
‘아..처갓집을 가는건가’
‘아니면 쇼핑센터에 옷이라도 사러 가는건가’
각설하고 저러다 차 못탈텐데..하는 염려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돌아와 차가 떠났다며 환불을 요청한다.
“네 고객님. 수수료 장당 4백원, 도합 8백원을 제한 나머지 금액 여기있습니다”
“뭐요? 내가 가고 있으면 기차를 멈춰서 타게 해줘야지,,그것도 안해줘서 열받는데 수수료까지 내라고?”
“죄송합니다 고객님. 아까 바로 입장하셨으면 승차하셨을텐데 너무 천천히 걸어가시던데요..”
“아니 그럼 내가 못탈거같으면 표를 팔지를 말던가!!”
분위기를 보아하니 슬슬 3등급 진상파가 발휘될 모양이다.
하지만 여기서 굴복할 내가 아니지.
“네 고객님 죄송합니다. 여기 받았던 수수료 800원입니다. 여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거 일좀 똑바로 하소! 세금받아먹고사는 주제에 수수료나 띵까먹을라하지 말고!”
의기양양해진 고객님은 큰소리를 치며 미안해 어쩔줄 몰라하는 와이프를 데리고 매표창구를 떠난다.
내일은 반드시 소금 한댓박을 가지고 출근하리라.
끊었던 담배가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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