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닮아있는 건 같으니 어렸을 적 그리던 네 모습과
순수한 열정을 소망해오던 푸른 가슴의 그 꼬마 아이와
어른이 되어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 면목없다. 부끄럽다.
어릴적 내가 꿈꾸던 내 모습은 적어도 지금의 나 보다는 훨씬 더 멋있었으니까.
내가 기대하던 나는 조금 더 대단한 사람이었으니까.
내 어린 시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그저 조금의 미안함과 민망함. 그리고 무안함.
그래도 내가 형이니까 니가 이해해라. 형도 힘들다 임마.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 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워워어 않도록
-. 그래도 작년의 나에게는 부끄럽지 않도록
그나마 조금은 발전했다고 또 말해본다.
스스로를 다독거려본다.
적어도 피지알 벌점 먹어본지 무려 1년은 된거 같으니까(현재 87점)... 가 아니고
적어도 스스로를 돌이켜볼때 창피하지 않도록 나는 최선을 다했노라 당당히 말할수 있으니까.
거울속의 나를 보며 그 부분만큼은 부끄럽지 않노라 말할수 있으니까.
푸른 가슴의 그 꼬마아이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니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 살아보니 과연 사는게 쉽지많은 않더라.
살아보니 과연 세상은 등가교환이더라. 그게 현실이더라.
해마다 늘어나는 흰머리
해마다 줄어드는 머리칼
해마다 늘어나는 카드청구서
해마다 줄어드는 취미생활
해마다 늘어나는 맥주살
해마다 줄어드는 자신감
해마다 늘어나는 업무량
해마다 줄어드는 인사평가
해마다 늘어나는 못해본 게임들
해마다 줄어드는 내 APM
해마다 늘어나는 집걱정
해마다 줄어드는 내 개인시간
...
행복은 줄어들고 고통은 늘어나고
현실의 무게감에 짓눌린 내 머리숱은 마치 봄바람 벚꽃마냥 흩날린다.
그래도.
그렇다 할지라도.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더 늦지 않도록
-. 아직 나는 젊고
아직 가슴에 활활 타는 열기가 남아있다.
적어도 내년의 나에게 더 무거운 짐을 넘기지 않도록
적어도 작년의 나에게 부끄러워 하지 않도록
그렇게는 살고 있다.
그리고 눈에 띄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더라도.
부조리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 자신있게 최선을 다하노라 말하고는 있지만
뚜렷한 결과를 내지 않는 스스로의 자기 위로는 아닐까.
입으로만 떠들고 스스로를 속이는 기만행위는 아닐까.
어쩌면 나는 절대 속여서는 안되는 내 자신에게 거짓용기를 불어넣고 현실은 그게 아닌데
스스로의 자기최면에 빠져서
스스로의 자기연민에 빠져서
더욱 더 절실히 노력해야 하는 상황을 당장의 힘듬으로 얼버무리진 않았는가.
또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과적으로 이룬적은 아직 하나도 없는데
도대체 최선의 증거는 무엇일까.
내가 최선을 다하고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노라, 작년의 나와 내년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있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없다. 가슴을 펴고 보여줄수 있는건, 조금 늘어난 통장잔고와 조금 늘어난 알량한 실력 정도..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 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 그래도 잃지않으려 해본다.
고민하고 괴로워할 시간에 그냥 한걸음 더 걸어본다.
나는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나는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근거도 증거도 아무것도 없지만
아무것도 없기때문에 희망만큼은 놓치고 싶지가 않아서.
그렇게 정신승리를 해본다. 만약 이것이 허세라면
그 허세라도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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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1달 넘게 남았지만;;)
회사의 올 해 마지막 프로젝트의 끝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인지라, 뭔가 한해를 되돌아보게 되고,
이승환의 돌아본다를 듣다보니 감성돋아서 뻘글 한번 써봤습니다. 술은 안마셨는데 왠지 내일 아침되면 엄청 부끄러울거 같습니다.
PGR 회원님들의 한 해 마무리가 행복하시길 바래봅니다.
아, 뜬금없지만 요즘 케이랑 빵떡 진짜 이쁜거 같습니다. 크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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