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를 읽고 있는데, 정말 재미있네요.
사실 그의 저서는 요즘 유럽 관련 칼럼 등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읽어본 적이 없어서 해당 칼럼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그래서 어제 구매해서 읽어보기 시작했어요. [어제의 세계]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는 회고록인데, 19세기말 - 20세기초 비엔나의 분위기, 그리고 유럽의 벨에포크의 분위기를 정말 생동감 있게 그려냅니다.
그가 회고하길 오스트리아 제국의 수도 비엔나는 다양한 인종과 언어가 평화롭게 공존하던 코스모폴리탄 도시였고, 여러 종류의 파격적인 미술과 건축기법이 시도된 도시였으며 또 새롭고 외설적인 철학과 사상이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진 도시였습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그러한 분위기를 사랑했고, 또 이런 코스모폴리탄 비엔나, 나아가 코스모폴리탄 유럽이 인류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사랑한 유럽은 1914년 제1차세계대전으로 부서지기 시작했으며 또 전후 파시즘의 대두로 완전히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히틀러가 프랑스를 수개월만에 정복하자 그는 모든 희망을 잃어버리고 결국 브라질로 망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자살을 하게 됩니다.
[어제의 세계]는 어떻게 보면 일종의 유서인 거 같습니다.자유분방하고 감성적인 지식인이 죽기 전에 자신이 사랑했던 세계에 대한 기억, 또는 역사를 남기기 위해 마지막 힘을 짜냈다고 할까요.
근데 19세기말 비엔나의 대학 분위기는 요즘 미국 명문대와 똑같네요 크크. 츠바이크가 회고하길 비엔나 상류층 대학생들은 학문은 등한시하고 사교클럽에 입단하고 토할때까지 술마셨다고(...) 게다가 알몸으로 뛰어댕기면서 경찰들 놀리는 등 여러 객기를 부리면서 선배들한테 인정받으려고 하고 학문 성취보다 이러한 클럽에서 입지를 쌓는게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지름길이었다고 합니다. 요즘도 미국 명문대의 70프로는 이런 상류층 자제들이라고 하던데... 예일대 본즈앤스컬 같은 동아리가 권력의 핵심이고.. 누구의 친구 누구의 선배 누구의 후배 이런 걸로 취업 프리패스길이 열리죠...
아무튼 벨에포크와 암흑의 세기를 모두 겪었던, 그리고 끝내 희망을 잃었던 사람의 회고록인데, 교양서로 읽어볼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