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 마지막 부분을 보면 형사를 그만두고 개인사업을 하는 박두만(송강호 분)이 가족들하고 아침 식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박두만은 밤새 게임만 한 아들을 보면서 "사내자식이 공부가 싫으면 밤새 게임만 하지 말고 밖에 나가서 운동이라도 해라!"고 타박을 하지요.
그런데 실제 이렇게 밖에 나가서 운동을 해서 잘 풀린 세계적인 정치인이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입니다.
푸틴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52년에 태어났습니다. 푸틴의 부모는 둘 다 배우지 못한 가난한 흙수저 출신이었습니다. 푸틴의 아버지는 전장에서 부상을 당해서 평생 다리가 불편했던 참전용사였고 어머니도 남편이 전장으로 떠난 후 전쟁 통에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고 살아남은 사람이었지요. 푸틴에게는 형이 둘 있었지만 모두 어려서 죽고 부부에게는 푸틴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식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러다보니 푸틴은 좀 응석받이로 자란 것 같습니다. 부부에게 유일하게 남은 자식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미가 좀 급하고 충동적인 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성격이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계속되는 통에 친구들과 잘 사귀지 못했고 종종 수업에 방해가 되는 행동들도 많이 했다고 하네요. 머리가 나쁘지는 않았는데 공부에 집중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한번은 학교 선생님이 푸틴의 아버지에게 "댁의 아드님 좀 통제하시는 게 좋겠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말을 들은 푸틴 아버지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그냥 그놈을 죽여 버릴까?"
아무튼 어린 푸틴은 이렇게 좀 삐딱하게 행동하면서 부모 속을 썩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푸틴이 마음을 다잡은 계기가 있었다고 하네요. 바로 운동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복싱을 시켰는데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스파링을 하다가 코뼈가 부러지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 뒤로는 복싱은 그만 두게 됩니다. 그 다음에는 삼보라는 유도와 레슬링을 섞어놓은 러시아식 무술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삼보하고는 연이 닿았는지 푸틴은 이 삼보에 푹 빠져서 열심히 수련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삼보를 시작한 후부터는 성격도 좀 달라지고 학교생활도 나름 충실하게 임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즉, 운동을 하고 난 뒤로 사람이 좀 달라졌다는 거지요. 아마 삼보와 푸틴 사이에 무언가 공명이 들어맞는 지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요즘에도 태권도나 유도, 합기도 같은 무술 관련 운동들을 지도하는 관장님들은 백이면 백 다 신체와 함께 "정신"도 수련한다고들 말하는데 이런 걸 보면 그게 단지 마케팅을 위한 습관적인 대사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푸틴의 무술 사랑은 지금도 여전해서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직접 도복을 입고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MMA 선수 효도르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고 효도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지긋하게 쳐다보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툭하면 휴가 가서 웃통 까는 버릇도 아마 어렸을 때 삼보 수련하면서 형성되지 않았을까 그냥 제멋대로 추측해 봅니다. (물론 다 "나 강려크한 지도자임!" 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치적으로 계산된 행동이겠지만 말입니다...--;;)
모든 경우에 다 일률적으로 적용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이미 부모 입장인 피지알 회원님들에게 추천해 드릴 순 없지만) 운동시켰더니 정신 차리고 잘 된 대표적인 사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꼽아도 크게 잘못된 선택은 아니지 싶습니다. 따라서
[살인의 추억]에서 박두만 형사가 한 아들에게 한 말은 실제 임상사례가 있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조언이었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푸틴의 전기를 읽고 있는데 푸틴의 삼보 사랑과는 별개로 푸틴은 정말 그 책 한 챕터의 제목처럼 "호모 소비에티쿠스"가 맞는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와는 어울리지 않는 저 소련 제국의 어두운 과거로부터 탄생한 소련의 자식이 맞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