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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8/24 14:02:37
Name 황신
Subject [일반] 마음의 편지
잘 지내세요??
식사는 하셨죠??
딱히 큰일이 있어서 그런건 아니고 일찍 퇴근한김에 뭐라도 끄적이고 싶었어요. 오늘은 엄마가 가지런히 개어놓은 수건이 보고싶은 날이에요.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빨아놓은 새수건이 없어서 빨래통을 뒤적거려 오늘 아침에 쓴 수건을 다시 썼거든요 헤헤.

엄마, 나 궁금한게 있는데요. 주위 친구들보면 슬슬 어머니라고 하던데 나는 언제부터 엄마를 어머니라고 불러야하는거에요??
엄마가 원망스럽다거나 서운한건 절대 아닌데 너무 일찍 가버려서 이런것들을 물어볼 수가 없잖아요.
아 맞다 엄마, 나 어제 졸업했어요. 여자친구가 꽃을 사와서 남부럽지않게 든든하게 잘했어요. 마음씨가 참 착한 친구에요. 아무말 없이 휴가까지 내고 엄마 빈자리를 채워줬어요. 졸업식까지 굳이 찾아와 꽃다발을 안겨주는 후배들과 친구들도 있으니까 너무 걱정 안해도돼요. 엄마는 내 고등학교 졸업사진까지만 봤으니까 내가 아직도 애기로 보이겠지만, 길가는 꼬마가 저를 보면 이제는 형이라고 안부르고 삼촌이라고 부를 나이가 됐어요. 졸업선물은 안사주셔도 되는데 나 소원이 하나 있어요. 그렇게 큰 건 아닌데 엄마만 해줄 수 있는거니까. 먼 훗날에 이 소원을 지금 쓴것에 대해 후회하겠지만 그래도 큰 맘 먹고 오늘로 할래요.

소원이 뭐냐면요 엄마, 나 엄마가 차려준 김치찌개랑 계란후라이가 먹고싶어요. 백번도 넘게 시도 해봤는데 그 맛이 안나는거 같아요. 그러니까 이번에 정말 딱 한번만 해주면 내가 내일부터는 잘할 수 있을거 같아요. 옛날에 내가 참 싫어했던거 있잖아요. 그거 있잖아요, 엄마가 손으로 김치 쭉 찢어서 내 밥그릇 위에 올려주는거요. 이제는 짜증안낼테니까 김치도 찢어서 내 숟가락 위에 올려줘도 괜찮으니까 나는 정말 다 괜찮으니까, 알았죠??
엄마가 마지막에 했던 내 말 다 듣고 있을거라는 말, 그 말 애기처럼 다 믿어도 되는거 맞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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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사나모모
17/08/24 14:19
수정 아이콘
아....회사에서 울고 있네요 책임지세요 ㅠㅠ
가만히 손을 잡으
17/08/24 14:35
수정 아이콘
하....
17/08/24 14:38
수정 아이콘
웁니다.
TheNeverEnders
17/08/24 14:42
수정 아이콘
아직 안 읽었는데 댓글 먼저 봐서 다행이다...
17/08/24 15:14
수정 아이콘
추천 누르려고 1년 반만에 로그인했습니다...
Neanderthal
17/08/24 15:40
수정 아이콘
마음이 짠하네요...ㅠㅠ
주여름
17/08/24 16:12
수정 아이콘
졸업 축하드려요~
누비이불
17/08/25 01:30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장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읽어도 읽어도 가슴이 아리네요...
임나영
17/08/25 16:47
수정 아이콘
눈물 흐른다.
마음의 편지 잘 읽었어요.

내일 팔순생일을 맞이하는 저희 엄마는 어머니라는 호칭이 너무 나이들어 보인다고 하시더군요.
어렸을때 부터 불렀던 엄마가 더 정답고 좋다고 계속 불러달라고 하셨어요.
벌써 30년전의 일인데 그래서 전 아직도 엄마라고 해요.

황신님 마음 속에 계신 엄마도 장성한 아들이 불러주는 어머니보다는
늘 당신이 들었던 엄마 라는 목소리가 더 반갑고 정겨울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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