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기계 앞에서 5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급하게 가방과 지갑을 뒤지며 동전을 찾고 있다. 인형뽑기기계는 어디 가지 않는데 왜 이리 서두르는지 궁금하다. 여자아이 앞에 인형뽑기기계를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인형 하나가 출구에 반쯤 걸쳐 있어서 집게로 한번 툭 치면 뽑힐 참이었다. 딱 보니 여자아이는 지갑에 있는 돈을 써서 인형을 출구까지는 가지고 온 모양인데, 마지막 결정타를 칠 돈이 모자란 모양이었나 보다 싶다. 여자아이가 기계에 동전을 넣기 시작했다. 겨우 가방에 온 주머니를 뒤져 오백 원을 모았나 보다.
악마의 음악이 흐르고 여자아이는 신중하게 레버를 조작해 크레인을 인형이 있는 곳으로 가져갔다. 아…. 그렇게 거기를 집으면 인형이 안 뽑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집게는 내려오고 집게가 인형을 잡는듯했지만 역시나 허공에서 인형을 놔버렸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실망과 조금의 분노, 아쉬움, 허탈감이 혼재된 복잡하고 나도 인형뽑기기계에 돈을 쏟고 언젠가 한번은 지었던 그런 표정으로 인형 뽑기 기계를 떠났다.
"거의 다 뽑았는데, 왜 그냥 가?"
또 오지랖이 나왔다. 가던 여자아이를 불러세우고 물었다.
"돈이 다 떨어져서요."
역시, 인형 뽑다가 용돈을 모두 탕진한 모양이다. 아이가 뽑다가 포기한 인형은 아직도 아슬아슬하게 출구에 반쯤 걸쳐 있었다.
일단 한번 뽑아나 보자고 인형뽑기기계에 천원을 넣고 레버를 조작하니 쉽게 인형이 나왔다. 음…. 아까 그 여자아이의 표정이 참…. 거시기 했던데, 왠지 미안해진다.
무의식적으로 가던 여자아이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뽑은 인형을 여자아이에게 건네주었다.
"나, 이 인형 집에 많아. 그냥 네가 가져가"
"정말요?"
여자아이는 너무나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를 띠며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인형을 받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별거 아니었는데, 그런 미소를 보여주다니….
매번 인형 뽑기는 왜 하냐는 질문에 그냥 뽑은게 재미있어서라고 대답했는데, 나름대로 주는 재미도 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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