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는 그중에 블록버스트급의 영화인 ‘밀정’과 ‘암살’이 흥행에 성공한 방식을 따른다고 할 수 있죠...
군함도의 제작비가 220억(마케팅 비용까지 270억)이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이 800만이라는 말도 있고 1000만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아무래도 대형 영화이고 국내 개봉만으로 승부를 봐야하기 때문에 타협을 하거나 안전한 흥행공식을 따라야 하는 면이 있겠죠.
그런 걸 감안한다면 참아줄 만한 대목(친절하고 호의적인 관객의 입장에서)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는 너무 쉬운 길을 택한 것 같네요.
황정민은 그동안 익히 보던 그 모습이고, 소지섭도 예상 가능한 모습이고, 이경영도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모습과 닮아있죠. 송중기는 ‘태양의 후예’를 보지 않았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약간의 유쾌함이 제거됐을 뿐 그 인물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 같아요. 마치 그 배우들의 캐릭터에 맞춰서 에피소드를 만들어서 구성한 것처럼 보였죠. 그런게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인물들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기 보다는 전형석에 갇혀서 소비되는 느낌이었죠.
영화에 나오는 일본인들도 지나치게 악하게만 그렸고요.
전반적으로 인물들이 평면적이고 단선적이네요.
사니리오도 군함도만이 뽑아낼 수 있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여기저기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져온 설정을 버무렸다고 할 만큼 인상적이지도 성찰적이도 감동적이도 않았고요. 무엇보다 군함도 특유의 비극성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나 할까요...
인물이나 시나리오는 클리셰 범벅이라고 해야 될 것 같네요.
음악(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겠지만)도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액션씬에서 긴장감과 비극성을 표현하기엔 너무 튀고 어색했어요.
그러다 보니 영화에 몰입이 잘 되지 않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나라면 어떻게 영화를 만들었을까를 생각했네요.
솔직히 답은 찾지 못했죠.
예를 들어 일본인에 대한 시각도 악인(악인으로 묘사해도)이 아니라 시대의 비극성을 담아낸 모습이면 어떨까 싶었지만 어떻게 구현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평면적인 인물들도 입체성을 더해서 섬세하게 표현했으면 싶었지만 역시 답을 찾기 어려웠고요.
어쩌면 (타협적인 생각인지 모르지만) 아직 우리는 일제 강점기를 거리를 두고 성찰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여전히 일본은 자신들의 과오와 만행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과 참회와 성찰이 없다보니 그 상처는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감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또한 내부적으로도 친일의 역사에 대한 성찰과 반성, 그리고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그 짓눌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요. 그런 부담이 영화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어 보였어요.
또한 감독은 군함도의 지옥도를 통해서 헬조선의 비극성까지 전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지만 민망할 만큼 너무 뻔한 방식이었죠. 직설 화법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너무 닳아빠진 전개 방식이라서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고 피로감이 들었어요.
그래도 국뽕에 취하지 않으려고 했고, 신파를 최대한 거둬내면서 거리를 두려는 의지가 엿보였지만 너무 설명적이고 계몽적인 몇몇 장면으로 인해 영화가 무너져버렸죠.
애초에 비극성에 초첨을 맞출 건지, 군함도로 끌려간 인간을 세밀하고 입체적으로 담아내려는 건지, 군함도를 현재화 해서 헬조선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려고 했던 건지 그 모든 걸 다 담아내면서 과거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려고 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성취하지 못한 영화였네요.
그럼에도 군함도의 비극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아주 실패한 영화라고만은 할 수 없어요. 또한 재난 블록버스터로 본다면 시원함이나 통쾌함은 느끼기 어렵지만 그럭저럭 볼 수 있을 만큼 망작은 아니예요.
마치 실제 군함도에서 촬영한 것처럼 재현도 뛰어났고요. 다만 군함도라는 은폐되고 고립된 공간의 비극성과 폭력성을 공간을 통해서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건 아쉽네요.
글구 아역으로 나온 김수안의 연기는 압도적이예요.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어요. 군함도를 그나마 살렸다고 한다면 바로 소희역으로 나온 김수안 때문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요.
첨언
군함도를 덩케르크와 비교하기도 하던데 저는 별로 동의하지 않아요. 강제로 끌려가 노역을 하던 이들이 탈출하는 것과 군인으로 참전(자발적 참전은 많지는 않겠지만)해서 싸우다가 후퇴하는 것과는 다르죠. 전쟁의 참상과 비극성, 그 가운데 공포와 생존에 관한 이야기라는 건 유사하지만 군함도의 비극과 덩케르크는 결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무엇보다 일제 강점기의 비극은 앞서도 말했지만 현재진행형이죠. 적어도 일본이 전후 독일이 보였던 반성과 참회와 성찰 정도가 있었다면, 국내에서 프랑스에서 벌였던 나치 가담자에 대한 처벌 정도가 이루어졌다면 우리는 일제 강점기 트라우마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었을 거예요. 그랬다면 피해자의 고통에서만 머물지 않고 좀 더 다양한 시각이 용인되고 논의되고 토론이 가능했을 거예요. 영화나 소설에서 훨씬 다채롭고 생기 있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그렇다 해도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작품들이 나오기를 바라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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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보고 왔는데 기대에 너무 미치지 못했습니다. 제가 커트라인이 굉장히 낮은 편이라 최근에 '사냥' 을 빼면 실패한 영화가 없었거든요.
심지어 닦이 영화라는 인천상륙작전도 괜찮게 보고 왔는데 군함도는 너무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 그렇다고 절대평가에서 군함도가 인천상륙작전보다 못하다는 건 아닙니다. 인천상륙작전은 '음? 박한 평가에 비해 볼 만 한데..' 였고
군함도는 ' 기대치에 비해 너무 별로다..' 이런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