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은 서울로 향하던 고속도로에 그 맛없던 고로케 때문입니다
평소 고로케를 좋아했지만 그렇게 기름지고 맛없는 고로케는 처음 먹어봤습니다
물론 그 맛없던 고로케는 장 활동을 촉진시켜 설사에 이르게 하였고 저를 취업의 길로 안내하였습니다
이직려다 삐끗해서 마누라 눈치보며 백수짓 하던게 거의 2년이 다 되가는 백수입니다
작년까지는 그래도 떨어지긴 했지만 면접이라도 많이 보긴 했는데
그나마 올해는 그 면접도 없길래 그냥 취업 포기하고 다른 일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단계였습니다
그러던 중 '을'의 위치에 있는 규모도 크고 괜찮은 회사에서 면접이 들어왔습니다
(참고로 전에 있던 회사는 업계에서 '정'에 있는 회사였습니다)
갑이면 어떻고 정이면 어떠리오, 일단 취업을 해야 하기에 면접을 봤습니다
회사 면접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또 다른 면접 제의가 왔습니다
포지션은 규모가 아주 작은 미국기업 한국지사 업무담당
진행되고 있는 회사에 합격 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라 당연히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잡았습니다
근데 우리동네 지방에 있는 회사 면접이 미국에서 오는 임원들 편의를 위해 울에서 잡혀 있었습니다
뭐 구직자가 무슨 힘이 있나요 가야죠, 취직만 시켜준다면 암요 가고 말고요
그리고 서울갈 준비를 하고있는 어느 날 헤드헌터에게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합격 되었고 이제 결제 받아서 계약서만 작성하면 된다고 합니다
아니 2년간 놀다가 '정'의 위치에서 '을'까지 올라가다니 이런 대박 대박 하면서
취업기념으로 술도 겁나 먹고 백수의 끝을 잡고 놀고 있었습니다
근데 아차 뭐 하나 까먹고 있었네요
먼졉이 한개 더 서울에서 잡혀 있었지요
면접을 잡아준 헤드헌터에게 알려줘야지요
여차저차 이래이래 저래저래 그래서 못갑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건 감사합니다 라고 했떠니
헤드헌터 당황한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우리집까지 들립니다
그라문 안된다고 미국에서 면접보러 비행기타고 한국까지 오는데 면접자가 없으면 우리 x된다고
우리좀 살려달라고 교통비 드릴테니까 제발 와달라고
뭐 생전 얼굴 한번도 안본 사람 그냥 전화오는거 차단하고 룰루랄라
마지막 백수를 즐길수도 있었는데 그 전화온 목소리를 내치지 못하고
간다고 약속을 하고 말았습니다
전날 술을 진탕 먹고 아침에도 갈까말까 모르는 사람인데 그냥 생깔까
아니 사람은 그라면 안된지 하면서 오만 생각이 머리속을 지났지만
술취한 비루한 몸을 이끌고 이 더운날에 정장챙겨입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운전과 전날 과음에 찌들어 있고 회사에 대한 조사도 안되어 있고
면접볼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는 상태였지만
뭐 그런들 어떠할까요 약속을 지키고 얼굴을 비추러 면접장 앞에 섰는데
면접을 10분 남기고 고속도로에서 먹었던 맛없던 고로케가 뱃속에서 화학작용을 일으켜
10분밖에 남지 않았지만 더 급한 나만의 용무를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행 하였습니다
급하게 일을 보며 핸드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던 중
합격한 회사에서 이메일이 와 있네요 계약 내용과 연봉에관한 이메일이 와있네요
엥 근데 연봉이 연봉이 어마어마어마하게 작네요
면접때 연봉 얼마받고싶냐고 물어보길래 이정도의 규모와 명망이 있는 회사면
제가 얼마 받겠다고 할 필요 없이 알아서 잘 챙겨주실거라 생각합니다 라고 했는데
이건 뭐 규모와 명망은 월급봉투와 상관이 없는가 봅니다
아뿔싸 혹시 모르니까 이거 면접 잘 봐야겠다 라는 생각에
설사는 금방 끝나니까 남은 10분을 쪼개서 회사 홈페이지도 보고
머리도 정리하고 가방속에 있던 선크림도 바르고 여차저차 해서
새로운 회사 면접을 보게 되었고 아주 아주 만족스럽게 면접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면접을 마치고 헤드헌터에게 사실 내가 좋은데 합격해서 면접 안볼려고 하다가 왔는데
조건이 형편없어서 망설이는 중입니다 조건 잘 해서 취업시켜 주세요
이렇게 마무리를 짓고 그날 저녁 합격 통보를 바로 받습니다
2년이나 놀다가 갑자기 2군데 골라서 취업할 기회가 생겼네요
평판 좋고 갑을병정 중 을의 위치에 있는 연봉 작고 일 많을 것 같은 회사
vs
겁나 작고 갑을병정 정의 내릴수도 없지만 일 많이 없고 앞에회사보다 연봉 +1000만원
당연히 후자를 택했고 최종 합격과 연봉 협상을 마치자 마자
본사에서 담당자들 컨퍼런스가 있으니 오라해서 아직 한국에 있는 회사 구경도 못한 상태에서
미국까지 출장 갔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한국회사 상사분과 만났는데
업무시간 8시~4시30분 회식 이런거 안시켜줌
한국 노동법에 따라 업무시간 이후 야근수당 줌
하지만 야근할 일이 없을꺼기 때문에 야근수당 받을 일 없을거임
직장생활이 듣고싶어 하는 말만 골라서 해 주셨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나름 좋은 조건에 2년간 백수생활을 끝내고 직장인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또 회사가면 무한대로 잘 수 있던 백수생활이 그립겠지만
다시 또 어렵게 기회를 얻은 만큼 더 간절하게 열심히 또 나아가야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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