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에서 기대한 내용은 전부 마음에 들었습니다. 병맛스러운 설정과 그 안에 녹아든 유머까지 생각 이상으로 폭발력 있습니다. 어설픈 한국 묘사도 덩달아 (한국) 관객들을 터지게 할 것입니다. 웃음의 양이 아닌 질로썬 저에게 [스파이] 이후 오랜만에 제대로 웃겼던 할리우드 영화였습니다.
괴수와 관련된 기승전결은 모두 훌륭합니다. 저예산에다가 장르적 답습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과 시원함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그리고 괴수로 비유된 '대재앙'을 다루는 현대인의 시각을 짧지만 깊이 있게 다루며 화두를 던집니다. 그 화두가 너무 비판적이거나 훈계적이지 않아서 더 좋습니다.
황당한 괴수 설정에 고개를 젓는 분도 있으실 수 있겠지만 저는 이 황당함에 그리 이물감을 갖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논리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성적으로 따지고 들게 하지 않고 그냥 웃음으로 받아드리도록 한 감독의 재주가 느껴지는 지점입니다.
반면 괴수 이야기를 뺀 '인간'들의 이야기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앤 해더웨이의 캐릭터 설정과 상황은 수년간 수많은 영화 속에 쏟아져 나왔기에 새롭지 않습니다. ([프란시스 하, 플라이트, 라라랜드, 영 어덜트]) 그런데도 주인공이 지닌 핵심 가치에 충분히 감정 이입이 되고 그에 따른 그의 행동이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여기에 해더웨이의 연기 또한 흠 잡을 곳이 없으므로 점수를 땁니다.
진짜 문제는 조연 배역들 구성과 설명입니다. 앤 해더웨이를 제외한 네 명의 남자 조연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제이슨 서데이키스)은 가장 주요한 캐릭터임에도 그의 여러 행동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동기를 여러 군데 제시해놓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고 갸우뚱합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어떤 것이란 건 알겠으나 마음으로 설득되지 못한다고 할까요. 분명 좀 더 설명이 필요한 배역이었습니다.
또 다른 조연 한 명(댄 스티븐스)은 앤 해더웨이를 위해 소모적으로 쓰임 그 이상이 아니고 나머지 두 조연은 그 배역 존재 이유가 희미합니다. 칼을 뺏으면 휘둘러야 하고, 영화 캐릭터가 있으면 그 정체성이 작품 속에 분명해야 할 것입니다. 허나 이 세 조연은 만들다 만 느낌이 농후하며 매력이 있지도, 이야기 안에 잘 붙지도 않습니다.
감독은 이 작품을 '여성 폭력'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고 전합니다. 실제 [콜로설]은 여성 폭력에 국한되지 않고 남녀 피해자 가릴 것 없는 권위주의적 폭력을 말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괴수 이야기'를 다소 투박하게 끼워놓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괴수와 관련된 이야기도 생각보다 짧았지만 등장할 때마다 흥미를 유발하고 큰 웃음을 터지게 하기에 [콜로설]은 충분히 매력 있는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p.s 1 : 이 작품처럼 권위주의적 폭력에 관해 다룬 영화 중 정말 좋았던 게 공리 주연의 [홍등]이었습니다. 오래된 작품이지만 안 보신 분들에게 완전 추천합니다.
p.s 2 : gv라는 걸 처음 경험했습니다. 진행은 맥스무비 박혜은 편집장과 황석희 번역가가 맡았습니다. 날카롭고 신선한 관객들의 질문부터 박혜은 편집장의 패션과 진행 실력, 황석희 번역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좋았습니다. 다만 영화 개봉 전이라 그런가 작품에 대해 다소 좋은 말만 해주신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관객들이 비판적 질문을 하면 그 질문을 깊이 파고 들어가실 줄 알았는데 뭔가 좋게 좋게 넘어가는 방향으로 말씀하시더군요. 그것 외엔 다 맘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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