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8/01 08:52:29
Name 살고싶다이직하자
Subject [일반] 알코올중독 환자와의 삶
아래의 조현병 환자 가족분의 글을 보고
예전 부터 한번 적어보고 싶었는데 간단하게 올려봅니다.
아버지가 우울증+알콜의존증 이시고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1) 발견
현 대한민국 중년 남성이 흔히 그렇듯, 술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셨고 본인도 술을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증상이 심각해질때까지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초기엔 그냥 술 좋아하는 사람하고 크게 구분이 안갑니다...)
젊었을 때는 술 취하시면 노래도 부르고 자식인 저를 좀 괴롭히기도 하는 주사가 많았는데
나이가 드시면서 술 취하셔도 점점 조용해지고, 어쩔 때는 좀 훌쩍거리며 우는 듯한 보습을 보기도 했지만 그냥 나이탓이라 생각했습니다.
멍청하게도 저희가 이상하다고 느낀건 회사에서 근무중에 술을 마신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나서였습니다.

(2) 그 이후
그 이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1년정도 가족들이 설득하고, 갖가지 노력을 다했으나 점점 심해지고
근무시간에 술먹는 일은 이후 몇 차례 더 있었습니다.
결국 직장 Boss의 어머니 면담 요청. "자진 사표 쓰라. 이 상태면 사표쓰지 않으면 징계형식으로 짤릴 수 있다."
충분히 납득 되었고, 오히려 그정도 까지 참아주신게 고마울 지경이었고...결국 제가 한창 대학을 다니고 있을 때 아버지는 퇴직했습니다.
순진하게도 이 일이 충격이 되어 술을 끊으실 줄 알았건만 오히려 더 심각해졌습니다.

(3) 그 이후 2
짜잘한 사건들은 다 적으면 책 한권이 나올 겁니다.
남의 가게에서 행패 및 기물파손. 갑자기 사라져서 119 신고 수차례(길에서 자다가 발견됨), 자살하겠다고 난동 등등...
형사로 갈뻔한 큰 사고도 몇차례 있었고...그건 쓰고 싶지가 않네요 ㅠ
그 이후 아버지가 또 술 먹고 상태가 좀 이상해서 급히 응급실을 갔는데 이런 저런 검사중에 우연히
식도쪽에 암이 발견되었습니다. 다행히 초기.
대형병원에서 정밀검사 결과 식도와 간에서 암이 발견되었습니다. 모두 초기였습니다.
전이된 것이 아니고, 알콜로 인해서 각각 따로 발생한 것 같다고 합니다.
가족은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치료가 가능한 초기였고, 아버지도 이번 만큼은 좀 충격을 받은 것 같아서 희망을 가졌습니다.
식도 절제, 간은 바늘 같은걸로 지지더군요. 그렇게 2-3달정도 입퇴원을 반복하고 일단 치료를 마쳤습니다.
길게 말하진 않겠습니다. 효과는 반년 정도 갔습니다. 음주는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4) 답이 없는 병, 강제 입퇴원의 반복, 가족까지 죽이는 병
그 이후는 똑같습니다. 저도 졸업해서 타지에 직장이 잡혀서 떨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혼자서는 감당하기가 어려웠고, 결국 강제입원을 택했습니다. 1달정도 입원시켰다가 퇴원시키고...
퇴원하고 나면 또 다시 입원하기 싫어서 그런지 1-2달정도는 술을 안먹다가 다시 술 먹으면 입원시키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2년정도 전에는 어머니도 병이 생겼습니다. 아버지때문에 항상 조마조마하면서 살다보니 공황장애가 왔습니다.
공황장애도 정말 무서운 병이더군요. 정말 숨이 안쉬어진다고....응급실을 자주 가십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정말 큰맘먹고 장기입원시켜봐야겠다고 또 강제입원시켰는데 6개월되니까 무슨 심사를 하더군요.
보건소 직원인 것 같던데...하여튼 간곡하게 부탁했습니다.
어머니가 공황장애가 있고, 저는 회사를 다녀서 같이 돌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아버지도 점점 상태가 안좋아져서 장기 입원이 필요하다.
부탁했으나 대체 뭘 심사한건지 퇴원하라고 지시가 나와서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좀 화가 나더군요.
그 이후로는 또 반복하고 있습니다.
저도 아버지가 문제가 있는 기간에는 일도 손에 안잡히고, 그렇다고 나도 먹고 살아야되는데 생계를 뿌리치고 아버지에게 매달릴 수도 없고
그러면 불효자식이 된 것 같고,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 마음을 많이 비우고...아버지는 없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라도 살자. 어머니라도 살자.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족인지라 쉽지 않습니다.

(5) 가장 힘든 점
1. 본인이 절대 병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나는 언제든지 술을 끊을 수 있지만 내가 먹고 싶어서 먹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걸 넘어서서 자신이 술 먹는 원인을 가족탓으로 돌립니다. 정말 열불터지고 아버지고 뭐고 정말 패버리고 싶다고 느낄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2. 주변에서 오히려 가족을 비난합니다. 특히 알콜 중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우리나라 문화라서 더 심한 것 같습니다. 남자가 사회생활 하는데 술 좀 먹을 수도 있지 뭘 그걸로 그러냐, 술 못먹게 하지 말고 집에서 술상도 차려줘가면서 비위 좀 맞춰줘라, 우리나라 남자들은 다 그렇게 먹는다 왜 유별나게 그러냐 등등 별의 별 헛소리는 다 들은 것 같습니다. 더 웃긴 건 그런 소리를 친척들이 더 많이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친지들하고 연도 다 끊었습니다. 강제 입원 시켜놓으면 전화해서 무슨 짓이냐, 다른 남자 생겼냐, 퇴원 시켜라.....하...쓰다보니 또 열받네요 크..
정말 한국에서는 이해받기가 힘든 병입니다.
+ 이런 경험 덕분에 저도 이전 회사에서 술은 안먹었는데 술 좋아하는 회사라서 정말 회식때마다 아름다웠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사 말하기 싫어서 그냥 버티고 안먹었는데 나중에는 계속 술 권하고 어떤 팀장은 소리를 지르고 먹으라고 난리치기도 해서 한번은 아버지 때문에 안먹는다고 말한적이 있습니다. "니 아버지가 알콜중독인거랑 너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그러더군요..."언제까지 학생때의 기억에 같혀 살꺼냐"라고도 하고, "그런 트라우마는 깨고 나와야된다"라고도 들었습니다. 하여튼 술 때문에 제 사회생활도 앞으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 흐흐

(6) 앞으로의 예상
저도 그동안 많은 자료를 봤고, 현실적으로 거의 희망이 없다는건 알고 있습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살아계신동안 사고가 덜 일어나길 바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변에 정신 질환이 있는 분이 있다면 그 가족들을 많이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수라장
16/08/01 09:06
수정 아이콘
글쓴이님의 닉네임이 현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닉네임인거같군요. 힘내시라는 말밖에 드릴 말이 없네요.
16/08/01 09:11
수정 아이콘
인연 끊으세요. 가족이라고 해서 별게 아닙니다. 오히려 태어날때부터 엮인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고통받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이해가 안됩니다. 인연 끊어도 누구도 글쓴분을 탓할 수 없습니다.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살고싶다이직하자
16/08/01 10:1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저희도 노력하고 있지만 정이란게 무섭네요. 어떻게 보면 저희 먹여살리시려고 힘든 사회생활 하다가 저렇게 되신거니까요.
가능한 거리를 두고, 최악의 상황도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먹이필요해
16/08/01 09:22
수정 아이콘
이게 참 힘든게 주변 사람에게 터놓고 얘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애인한테도 쉽사리 털어놓지 못하고 결혼은 또 어떻게해야하나.. 하는 고민도 들구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사람 피말리는 일인지 모르니 팀장이란 양반이 그런 소리도 하겠죠.
인연 끊고 싶다는 생각은 수백번은 더했지만 그래도 가족인지라 어렵습니다.
제발 더이상 사고 안 일으키고 하루하루 조용히 지나가길 바랄뿐이죠.. 같이 힘내요.
살고싶다이직하자
16/08/01 10:56
수정 아이콘
비슷한 일이 있으신가 보네요 ㅠ 공감해 주시니 힘이됩니다. 힘냅시다!!
소와소나무
16/08/01 09:33
수정 아이콘
사회생활 하려면 마셔야 한다 이런 썩은 생각이 빨리 사라져야 합니다. 까옿고 말해 몸에 좋은것도 아니고 못 먹여서 안달난 사람들보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 싶더군요.
사악군
16/08/01 09:35
수정 아이콘
후.. '실종일기' 생각이 나네요.. 알콜중독 정말 무서운 병입니다. 인격에 영향을 미치는 병은 특히 더 무서운 것 같아요.
즐겁게삽시다
16/08/01 09:38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결국 가족들이 아버지와 별거 중입니다. 정말 힘드셨겠네요. 서서히 같이 침몰해가는 기분이 들지요.
결국 저도 글쓴분하고 비슷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살 사람은 살자.
그래서 즐겁게 살자가 삶의 모토가 되어버렸네요.
힘네세요. 그리고 같이 침몰하지 마시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즐겁게 사실길 바랍니다.
저수지의고양이들
16/08/01 11:11
수정 아이콘
사실상 이게 유일한 답이 아닌가 싶네요.
제가 생각이 짧은 걸수도있지만요
pgr-292513
16/08/01 10:00
수정 아이콘
한번 술 마시기 시작하면
업무중에 술 참을 자신 없다고 하세요
알콜중독이라는 단어만 들어서는 절대 이해못해요
아니, 우리나라는 원래부터가 인구의 상당수가 알콜중독이죠...
살고싶다이직하자
16/08/01 10:19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저렇게 되고 주변을 보니, 술 때문에 문제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을 느낍니다.
다만 알콜 중독이라고 생각을 안할 뿐이죠 ㅠ
우리나라의 술 문화는 정말 변화가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Break Away
16/08/01 10:13
수정 아이콘
아시는 분 말로는 한국에서 알콜중독 치료하기는 불가능이랍니다. 구조적은로 한국에서 술 구하기가 너무 쉽습니다. 접근성도 너무나 뛰어나고 가격도 너무나 저렴하죠. 그러면서 농담처럼 이슬람교 원리주의 국가로 보내서 일을 시켜야(근혜님?) 술을 못구하기 때문에 유일한 해결책이라더군요.
자기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결정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16/08/01 10:15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때 엄청 친한 저 포함 5명이 있었는데 어렸을땐 술을 안 마시니 몰랐는데 한 녀석이 평소엔 참 괜찮은데 술 마시고 주사 부리는게 심해서 4명이 이 한 명이랑 연을 끊고 이 4명은 모여서 술을 잘 안 마십니다. 맥주나 한 두병 마시는 정도..
전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술 많이 마시고 회식하는 회사를 극도로 혐오해서 회사도 옮긴적이 있네요.
살고싶다이직하자
16/08/01 10:20
수정 아이콘
저도 현재 퇴직상태인데 큰 두가지 이유중에 1가지가 술 문화였습니다. 3년동안 안먹는다고 해도 3년동안 권하더군요...
16/08/01 10:58
수정 아이콘
요즘은 그래도 술 못 마신다고 하면 더 권하지는 않더군요. 처음 건배만 한 번 받고 한 모금 내지 한 잔 정도로요. 제 첫 직장이 거의 10년 됐는데 첫 직장에서도 술 못 마신다하니 권하지 않더라구요. 개중에 맨날 회식 술술.. 거긴 술은 마시고 싶은데 자기 돈으로 마시긴 싫은 사람들만 모인 곳이었...
느린발걸음
16/08/01 10:33
수정 아이콘
"니 아버지가 알콜중독인거랑 너랑 무슨 상관이야?"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가 있죠. 미친X이군요.
힘내세요. 제가 섣부른 말씀을 드릴입장은 아닌것 같고, 글쓴님께도 좋은날이 오기를 바라겠습니다.
살고싶다이직하자
16/08/01 10:55
수정 아이콘
저도 듣고 제 귀를 의심했지만....그 분이 당시 술이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음주로 인한 실수로 너그러이 용서하기로 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가요
16/08/01 10:43
수정 아이콘
회식때 술 관련해서 강제로 마시게 하는 여러가지 일화등이 꽤 있는데(임신한 여직원에게 배속의 아기도 술을 마시고 싶어할거라고... )
진짜로 술을 좋아한다면 내가 다 마셔버려야지 왜 남에게 권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회사 이직 사유에 지나친 음주문화도 들어가는데 힘내시길 바랍니다
저수지의고양이들
16/08/01 11:01
수정 아이콘
완전히 미친 사람이군요 임산부에게 개드립과 함께 술을 권하다니-_-;;;;
16/08/01 11:23
수정 아이콘
와 대단하네요
홍승식
16/08/01 11:56
수정 아이콘
배속의 아기에게 술을 권하다니 저런 사람도 있군요.
저정도의 발언이면 형사처벌 수준 아닌가요?
WhenyouRome....
16/08/01 11:58
수정 아이콘
쌩똘이네요 참네. . 상사고뭐고 싸대 한 방 날리고싶네요
16/08/01 11:58
수정 아이콘
와 이건 진짜 제가 지금까지 들어본 술주정중에 제일 미친소리네요;; 저딴 인간도 지 자식은 아끼겠죠?
The xian
16/08/01 13:30
수정 아이콘
그런 제정신이 아닌 발언을 하는 한심한 인간이 아직도 있군요.-_-
16/08/01 13:40
수정 아이콘
이 분 우리회사 분..?
회사에서 저 레퍼토리를 읊으신 분이 자녀가 5명이셨던 분이라 애는 자기가 제일 잘 안다며(본인이 낳은거 아니잖아!) 술을 강권했었지요.
16/08/01 12:07
수정 아이콘
(5)에 2번 극공감합니다
저도 친척들한테 니들이 데리고 살아보라고
말 그대로 상 뒤엎고 나온적도 있습니다

당연히 친척들이랑 연락도 끊었구요

가끔보는 지들이 뭘 안다고
아빠 좀 챙겨라 아빠 술 좀 그만 먹으라해라
니네 아빠 애같은면이 있어서 잘 달래야 한다 등등
속을 뒤집어 놓더라구요

저도 글쓴분과 같은 이유로 그래서 술 안 마십니다
20대 초반까지 슬 잘 마셨고 좋아했는데
지금은 입에도 안 댄지 10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전 아예 거절하는건 아니고
어쩔수 없는 자리에서는 받아놓고 안 마시거나
그마저도 간섭하는 사람 있으면 딱 1잔 마시고 마는편이라
1년에 한 2병 마실까 말까 인거 같네요

저희 아버지도 알콜중독 아닐까 싶을정도로 술 좋아하셨던편이라
병원 입원하셨을땐 의사한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만
저 정도는 알콜중독 아니라길래
도대체 알콜중독은 얼마나 심한걸까 그 생각 해본적은 있네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본인건강때문에 술 못+안 드셔서 집에 평화가 근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데
그냥 쭉 안드셨으면
살고싶다이직하자
16/08/01 14:42
수정 아이콘
알콜중독 가족도 본인이 늙고 지쳐서 못먹게 되는게 유일한 희망이라도 반농으로 이야기하곤 하죠..고생 많으십니다 ㅠ
밀물썰물
16/08/01 12:16
수정 아이콘
가족중에 아픈사람이 있으면 처음에는 그분 때문에 다들 그냥 힘들기만 하다가 나중에는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병을 얻고 생활이 힘들게 되는 것이 더 상황을 힘들게 합니다.
글을 읽어보니 아주 힘이 드시겠습니다. 어쩌면 집에 치매환자 있는 것과 비슷해 보이네요.

윗글중 두군데서 저도 정말 갑자기 확- 열이 받는데
주로 친척분들이 남자들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술도 마시고 하니 집에서 술상좀 봐주고 하라 - 당신들이 모셔다가 한번 같이 살아보시고 술상도 많이 받아주시라는 이야기 하고 싶고
직장에서 (저는 술을 잘 못해서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이 좀 있었는데) 너네 아버지 술하고 너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는

위의 두개의 케이스는 참 답답하군요.

어떻게 집안이 정리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정말로 힘든 시기는 맞지만 그 힘든 시기도 언젠가 끝이 납니다.
용기를 갖고 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주위에서 하는 (낭만적인) 바보같은 소리는 그냥 흘려들으세요. 괜히 화나면 나만 손해입니다.
16/08/01 12:20
수정 아이콘
저희 가족도 어머니랑 저랑 아버지 술주정때문에 고생 많이 했어요.
제가 초등학교 이전 기억이 거의 없는데 몇 개 있는 파편이 아버지의 술주정이네요.
한 고등학생때까지 쭉 이어져서 경찰차도 왔던 적 있고 알콜중독자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던 적도 있네요.
지금은 그래도 세월이 지나서 많이 좋아지긴 하는데 두달전인가 또 사건이 있어서 엄청 피곤했었네요.
진짜 적당히만 마시면 괜찮은데 주량을 넘는 순간 딴사람이 됩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기도 부끄럽고 어머니만 상처 많이 받으셨죠. 저희 가족보다 더 심각한 사례같으신데 정말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안가네요.

전 술이 잘못이라고 생각 안해요. 대학교 들어와 많은 술자리를 가졌지만 눈을 찌푸리게 할만한 주정을 부리는 사람은 많이 보진 않았거든요.
술을 잘못 배워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은 들어요. 제 아버지같은 경우는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셔서 친할머니도 술을 보기안좋게 드시거든요.
어쨌든 힘내시길 바랍니다. 가족 때문에 발목잡혀서 같이 빨려들어갈 수는 없잖아요.
16/08/01 13:12
수정 아이콘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미개한 직장문화가 아직도 남아있네요...
지금뭐하고있니
16/08/01 13:39
수정 아이콘
상사놈 노답은 다 아시니..

지금부터 하는 말은 어떤 가치 판단 없이 하는 말임을 미리 밝힙니다.
글쓴분의 태도가 모자라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없음에도 글과 댓글에서 나오는 말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가끔티비나 넷에서 그리고 몇 사례에서 부모가 자식을, 어떤 장애나 어려움에도 키워내는걸 봅니다. 예전 지적장애아를 키우며 얘보다 더 사는게 소원이랬던, 몇달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부모 얘기에서 아들을 위해 철인3종을 몇백번한 얘기까지....그리고 제가 아는 바 외에 그러한 사례가 더 많을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내리사랑은 어마어마한데 자식은-저를 포함- 왜 그에. 미치지 못하나 이런생각말입니다. 저도 님의 상황이라면 비슷한 선택을 하고 할만큼 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겁니다. 아마 그럴겁니다. 그러나 제 아버지나 어머니는 제가 그럴 경우 절대 그러지 않겠죠.
분명 나는-우리는- 합리적인 선택을 했는데.. 왜 어떻게 나는-우리는- 아마도 하지 못할 비합리적 선택을 그들은 할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하지만 누구를 비난할 의사는 전혀 없습니다. 애초에 그럴 자격도 없고요. 다만 아마도 제가 미치지 못할 그것이 생각나 당황스럽고 의문스러울 뿐입니다.
힘내시길 기원합니다.
16/08/01 14:04
수정 아이콘
유전자보호를 위한 본능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부모의 내리 사랑이 언제나 더 위대하다고 하기에는
자식 버리는 부모도 많고 자식을 학대하다 때려죽인 부모도 있지요..
반대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부모님만을 위해 사는 자식도 있고요...

몇몇 케이스 가지고 단순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쭈구리
16/08/01 16:00
수정 아이콘
장애는 본인의 선택이 아니지만 알콜중독은 본인의 선택에 의해 벌어진 결과입니다. 그리고 알콜중독도 병이긴 하지만 치료하기 위해서는 알콜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치료받으려는 의지를 보여야야합니다만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죠.

부모의 통제하에 있는 '아이'를 간병하는 것과 통제 바깥에 있는 성인(그것도 가장인 아버지)을 간병하는 것을 비교하면 힘든 정도가 하늘과 땅 차이죠. 차라리 병실에 누워 계신다면 극진히 간병할겁니다. 저렇게 통제불능하에서 끊임없이 사고치고 가족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면 자식이든 부모이든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물론 부모가 자식에게 좀 더 맹목적인 사랑을 가진 건 맞지만 이건 진화생물학적인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어찌됐건간에 희생은 고귀한거지만 희생을 당위처럼 여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진아
16/08/01 16:53
수정 아이콘
부모가 자녀의 장애나 어려움을 극복못하고 임신중절로 사라지는 몇십만의 아기들은 티비나 넷에 올라오지 않잖아요
어마어마한 내리사랑이란걸 비웃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런데 절대적인 무언가는 아니죠...
16/08/01 22:33
수정 아이콘
평균적으로 따지면 기대여명의 차이 및 유전자공유도의 확실성 차이입니다.
부모 자식간 유전자 공유도는 서로 50%로 똑같으니 어느 쪽이 어느 쪽을 더 챙겨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만,
1) 자식이 부모보다 오래 산다.
2) 부모가 내 자식을 확신하는 정도보다 자식이 내 부모를 확신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부모는 자식 낳는 걸 직접 보지만 자식은 부모가 자신을 낳는걸 인식하지 못하죠.)

자식을 잘 챙기도록 유도하는 유전자가 자식을 물어죽이라는 유전자보다 훨씬 많이 살아남겠지요.
불대가리
16/08/01 14:17
수정 아이콘
정말 힘드시겠습니다. 주변사람이 많이 힘들죠.
힘내세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6707 [일반] 누군가에겐 불편한 김영란법 [62] 이순신정네거리12299 16/08/01 12299 24
66704 [일반] 일반 상식중에서 사람들이 엄청 헷갈려 하는 것 두 개 [49] 긍정_감사_겸손13181 16/08/01 13181 4
66703 [일반] 롯데 홈쇼핑의 기막힌 웹 디자인 [43] 달토끼12841 16/08/01 12841 3
66702 [일반] 알코올중독 환자와의 삶 [36] 살고싶다이직하자8860 16/08/01 8860 27
66700 [일반] [여돌/걸그룹] 그들을 올리고 나는 내려오다 [35] 좋아요6847 16/08/01 6847 10
66699 [일반] 타임어택 15분 미션 - GS25로 달리세요 [20] 뀨뀨8506 16/08/01 8506 0
66698 [일반] C.S 루이스 <고통의 문제> [26] yangjyess6736 16/08/01 6736 3
66697 [일반] [세계증시] 2016년 7월 세계증시 요약 [7] Elvenblood4712 16/08/01 4712 17
66696 [일반] [야구] 2016프로야구 18주차 감상 [36] 이홍기6103 16/07/31 6103 3
66695 [일반] 시위송으로 부르는 "다시 만난 세계" [78] 아리마스11053 16/07/31 11053 7
66694 [일반] 설치하면 유용한 유틸리티들 추천 [131] AirQuick29498 16/07/31 29498 147
66693 [일반] 조현병 환자와의 삶. [37] 파란하늘11969 16/07/31 11969 8
66692 [일반] 페미니스트 동생과의 짧은 대화. [133] Typhoon14932 16/07/31 14932 3
66691 [일반] 우리나라 길 이야기 9(성주산로,새만금/변산로,경동로) [4] 박루미3652 16/07/31 3652 9
66690 [일반] 게을러서 살찐 뚱뚱한 여자 [55] 착한아이18215 16/07/31 18215 12
66688 [일반] 이수현, 이해인 ss 내 따돌림? [30] pioren13695 16/07/31 13695 6
66687 [일반]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 메갈리안 디스 [56] 유리한12822 16/07/31 12822 23
66686 [일반] [야구] SK 고효준, KIA 임준혁 맞트레이드 [62] 비익조8119 16/07/31 8119 0
66684 [일반] 현재 어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계신가요?... [223] Neanderthal16428 16/07/31 16428 1
66682 [일반] 레드벨벳 2주년 기념 사진전 후기 [26] 민머리요정8029 16/07/31 8029 4
66681 [일반] 성우 목소리 사용하는지 여부보다 진짜 관심 가져줬으면 하는 부분 [47] 응~아니야7667 16/07/31 7667 1
66680 [일반] 트위터에서의 한 사람에 대한 조리돌림. [44] 홉스로크루소11173 16/07/30 11173 5
66679 [일반] 몇가지 아이돌 덕질 이야기 [7] 근성으로팍팍6664 16/07/30 6664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