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전까지 카페 그녀의 분량을 이렇게나 많이 써온지도 몰랐네요.
거의 얇은 책 한권인듯!
기다리시는 분들,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쨌든
이런저런일때문에 연중을 했다가 다시 연재해봅니다.
지난 제 글 다시 읽으며 글 호흡찾는데 몇시간걸리네요 크크.
거기에 달린 정말 고마운 댓글들까지.. 감사합니다 모두.
제 새로운 글인 캐치유 타임슬립은 굉장히 냉담하게 버려진 반응이지만..크크 열심히 쓸거에요 그것도.
격일로 번갈아 가며 쓰지 싶습니다.
그럼 카페, 그녀 다시 시작합니다.
아 참고로 전 회들은 카페, 그녀로 검색해주시면 됩니다.
무려 33편이 연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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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놀이도 사랑이 필요해'
절찬리 상영 중인 이 영화는 제대로 여성취향을 공략한 것 같았다. 남자인 내게는 그냥 좀 말랑말랑한 로맨스일 뿐인 영화였는데,
"우아! 진짜 너무 재밌었어요. 우아."
수영이가 이렇게 재밌다고 난리일 줄이야. 이거 왠지 모르게 내가 다 뿌뜻했다. 영화 너 이 녀석 사... 사랑... 고맙다!
"그렇게 재밌었어?"
"그럼요! 특히 그 계단에서 넘어질뻔한 여주인공을 확 안아주는 장면이요. 진짜 제가 다 설렜어요."
아, 그 장면이었나? 그냥 어릴 적부터 지내온 소꿉친구일 뿐인 주인공들이 서로를 이성으로 의식하기 시작한 그 장면.
솔직히 나로선 그렇게 설레일만한 장면이었는지는 의문이었다. 여자든 누구든 계단에서 굴러 다칠 상황인데 당연히 구해줘야지.
굴러 떨어지게 둘 순 없지 않은가. 어쩄든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부분이 수영이를 설레게 했다는 점이다.
위기의 순간에 그렇게 와락 안아주는 걸 좋아한단 말이지? 후후후.
아이 참, 이러면 안되는 데 쓸데 없이 이상한 상상만 하게된다. 방금 본 영화의 장면에서
주인공들 얼굴을 살짝 바꿔서 생각해보니 참 멋지고 설레는 장면 같기도...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영화관이든, 어디든 사람이 몰리는 곳의 여자화장실은 줄이 너무 길다.
수영이가 빨리와서 1분이라도 더 같이 데이트하고 싶다. 더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우우웅.
멀쭘히 혼자 서 있는 내게 딱 맞춰 전화가 울렸다.
이 뭔가 싸한 진동 느낌.
- 여보세요? 선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연주였다. 뭐라고 할지 안 들어도 알 것 같았다.
"어 연주야 왜?"
- 시험 공부 잘 하고 있죠?
하아. 팍팍한 녀석. 하지만 그나마 연주가 이렇게 꼼꼼하게 선생님마냥 체크해줬기 때문에
내가 조금이라도 공부를 했지, 연주가 아니었음 정신 못차리고 놀아제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연주야 미안. 오늘만큼은 안 돼. 살다보면 시험 공부보다 중요한 게 있는 거라고!
"뭐 그럭저럭 하고 있지."
- 그래요?
"그렇다니까."
-전혀 안 그런 것 같은데요?
아니 얘는 무슨 신내림이라도 받았나. 맨날 어떻게 내가 뭐하고 공부는 안하고 있는지 어떻게 아는거야?
"아, 아닌데? 전혀 공부했는데?"
-에이, 선배가 집에서 혼자 공부요? 뻥치지 말아요 선배.
동작 그만! 지금 목소리 떨리거든요? 그리고 지금 들리는 주변에 소음그거, 그거.
영화관아니에요? 뭐 재밌다고 주변에서 난리가 났는데요?
아니 연주 얘는 귀짜라도 되나. 무슨 귀가 이렇게 좋을까.
역시 내 후배 지연주야. 가차 없지.
-에휴 누구는 누구 잘되라고 요점도 정리해주고 있는데
누구는 그냥 탱자탱자 노네요? 그래서 영화관은 누구랑 갔는데요?
뜨끔.
옛날부터 느꼈지만 연주는 참 똑부러진다. 어떻게 하는 말마다 이렇게 정곡을 찌르는지, 아마 한국에서도
합법적으로 탐정이라는 직업이 가능했다면, 연주는 코난 김전일 빰따귀를 후려 쳤을지도 모른다.
"뭘 누구랑 보러와 그냥 아는 사람이랑 보러 왔어."
-선배가 그냥 아는 사람이요? 선배가 남자랑 단 둘이 영화보러 갈리가 없고...
여잔데, 선배 주변에 제가 모르는 같이 영화보러 갈만한 여자가 있어요?
큭. 날카롭다. 하지만 걱정하지마라 손은 전파보다 빠르니까.
"뭐라고? 어? 잘 안들려. 아이고 또 배터리가 다 떨어져가네? 연주야 미안 이따 연락..."
연주, 통화 종료, 성공적.
주말 지나고 학교에서 다시 보면 등짝 스메싱을 당하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죄송해요 오빠. 오래 기다렸죠?"
하아. 오빠라니. 대한민국 남자들이 오빠라는 소리에 환장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저렇게 앙증맞은 입술로, 고운 목소리로 저기요!, 그 쪽이 아닌 오빠라니. 정말 귀에 착착 감긴다. 감겨.
"아냐. 그럼 밥 뭐 먹을래?"
"뭐 먹고 싶은거 있어요? 저는 다 잘 먹거든요.
비싼 거 드셔도 되요. 저번에 밥도 그렇고 영화도 보여주셨잖아요."
사람이 얼굴이 이쁜데 마음도 이렇게 고와도 되는 걸까. 이런 아름다운 개념이라니.
"음, 글쎄? 나도 뭐든 안 가리고 잘 먹는 편인데. 수영이 넌 먹고 싶은 건 없어?"
"흐음..."
내 물음에 수영이는 잠시 갸웃 고민하는 듯 하더니 금세 메뉴를 결정했는지 웃으며 대답했다.
"치킨이요! 음, 또 치킨은 좀 그런가요?"
"아냐 괜찮아. 치느님이 진리지."
"맞아요! 치느님이죠. 헤헤."
순식간에 치느님으로 합의를 본 우리는 영화관 근처의 치킨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영이는 테이블에 앉자마자 능숙하게 양념 반 후라이드 반 무많이를 외쳤고, 치킨집 알바생은
'뭘 좀 아는데?'라는 눈빛으로 씩 웃으며 주문을 적어갔다.
이윽고 나오는 빨간색, 금빛의 향연! 참을 수 없이 위를 자극하는 냄새는 덤이었다.
치킨도 치킨이지만, 저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 수영이의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그래. 짜릿해, 늘 새로워! 치킨이 최고야.
영화와 치킨으로 그녀의 기분을 업시키고 나니 절로 좋은 대화가 이어졌다.
지난 번 짧은 만남에서 다 못했던 이런 저런 얘기들.
피아노에 재능이 있다던 고등학생 여동생은, 얼마전 콩쿨에 나가 입상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정말로 그녀의 동생이 자랑스러운지 연신 함박 웃음을 지으며 동생 자랑을 늘어놨다.
"정말 제 동생이지만 너무 대견해요. 사실 저는 바이올린으로 한 번도 순위권 상을 받아 본적이 없거든요."
"진짜? 바이올린 되게 잘 켤 것 같은데."
"아니에요. 전 정말 음악에 재능이 없는 편이었던 거죠. 어머니가 일찍 시켜줬는데도 제대로 된 상은 한 번도 못 받았는걸요."
겸연쩍게 얘기하지만, 어쩌면 마음은 굉장히 슬프고 쓰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도 어릴때 부터 골똘히 해오던 무엇가에 스스로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얼마나 절망적이고 슬플까.
"사실은, 동생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부러웠어요. 어머니가 그렇게 기뻐하시는 모습은 처음 봤거든요.
조금은 질투도 났던 것 같아요."
수영이의 솔직한 말에 나는 내심 놀랐다.
이렇게 착해보이고 예쁜 사람이 동생에게 질투라니.
그러면서도 솔직한 그녀에게 더욱 호감이 갔다.
"당연한 거 아닐까?"
"네?"
"나라도 질투났을 거야. 사랑하는 동생이라고 하더라도. 물론 동생이 자랑스럽기도 하겠지만, 나라도 질투 났을 것 같아."
수영이는 놀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에요. 제 친구들은 가끔 제 동생 얘기를 하면 다섯살 어린 동생한테 무슨 질투까지 느끼냐며
웃고 넘어갔거든요."
"그래도 사람이잖아. 아무리 동생이라도 어머니를 기쁘게 한건 엄밀히 말하면 수영이 네가 아니니까.
질투한다고 네가 동생을 딱히 나쁘게 생각할 것 같지도 않고, 사람이면 그 정도 감정은 괜찮지 않을까?"
"헤헤. 그런가요? 그러네요."
베시시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 뭔가 호감살만한 대답을 해준 것 같은데? 어쩌면 조금 멋져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
"사실 처음에 번호 물어보셨을 때 많이 고민했어요."
이어 나오는 수영이의 말에 풀어져 있던 긴장이 다시 빳빳해졌다.
저번에도 얼핏 이 부분에 대해서 말하려다 말았던 것 같은데. 궁금했다.
"왜?"
"음... 실은 제가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하고 꽤 닮았거든요."
지금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설마 그런 이유였을 줄이야. 하지만 좌절하진 않는다. 어쨌든 그녀는 내게 번호를 줬고 이렇게 마주보고 있으니까.
"그런데 오늘 얘기해보니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아요. 헤헤.
겉은 몰라도 속이 완전 다른데요?"
"그, 그래?"
그녀의 웃음에 다시 긴장이 풀어진다.
알고 그랬다면 정말 잔망스런 밀당의 고수다. 물론 수영이가 그걸 알고 그랬을리는 없겠지만.
"오늘 고마워요."
"뭐가?"
"그냥요. 꽤 즐거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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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즐거웠거든요.'
그녀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어찌나 그 말이 머릿속을 울리는지.
방긋 웃으며 즐거웠다는 그녀의 표정과 목소리가 계속 되새겨졌다.
뭐랄까, 즐겁게 해줘서 고맙다는 그녀의 말에 가슴 한 켠이 계속 벅차오른달까.
한 발짝 움직이고 나도 모르게 키득, 또 한 발짝 움직이고 나도 모르게 쿡쿡.
누가 보면 미쳤냐고 하겠군.
"미쳤냐?"
"아이 깜짝이야!"
내 머릿 속을 읽기라도 한 듯 불쑥 끼어든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이현우우. 왜 이리 늦었어?"
"뭐냐 소희냐."
"뭐야 그 반응은? 귀신이라도 봤어?"
귀신은 아니고 악마는 봤지. 소악마!
한창 좋았는데 집 앞에서 소희를 만날게 뭐람.
"근데 정말 미쳤어? 왜 이렇게 오는데 천천히 오면서 또 실실 쪼개?"
"내, 내가 언제?"
"뭘 언제야 요 앞에서 다 봤구만."
그 천천히 기억을 되새김질 하는 모습을 다 봤단 말이야?
애초에 멀리서부터 보였으면 진작 아는 척좀 하지. 그걸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니, 역시 소희다.
"근데 너 나 기다렸어?"
"아, 아니! 내가 기다리긴 누굴 기다려? 내가, 너를? 미쳤냐 내가!"
퍽!
아오 아니면 그냥 아닌거지 왜 내 애꿎은 등짝은 후려패냐.
하여튼 소희 얘는 남자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여자로 잘못 태어난 것 같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만한 손맛을 못 찾았다.
"그럼 왜?"
"소민이 기다린다 왜!"
"소민이?"
"퇴원했거든. 물론 아직 깁스를 푼 건 아니고 당분간은 집에서 쉴거야.
집은 아까 도착했고, 혼자 병원에만 있었어서 갑갑하다고 산책!"
귀여운 소민이가 집에서 쉰다니. 하필 시험기간만 아니었음 맨날 찾아가서 귀여워해줬을 텐데 아쉽다.
뭐 그래도 시간나는 대로 찾아가서 틈틈이 괴롭혀줄 거지만.
"그럼 난 먼저 들어갈게! 피곤해서."
"야 이현우!"
제발 그냥 날 좀 보내줘. 오늘 하루도 평탄하게 지나가질 않는구나. 은소희.
"왜?"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나왔다. 여자들의 필살기! 달라진 거 없어?
여자 친구가 이 말을 시작했다면, 남자 친구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냥 헤어져!뿐.
하지만 소희에게 그런 말은 통하지 않을 터. 뇌야 일하자. 어서 소희의 달라진 점을 찾는거야!
두뇌 풀가동!
오랜만이네요. 이 시리즈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몇년전에 완결난걸로 착각하고 있어서
제목보고 게시판 오류거나 오타내신건줄 알았어요.
저는 aura님 글들 중에 이 시리즈가 제일 재미있었는데 그걸 착각하고 있었다니....크크크크
그러고보니 여주들 까먹을까봐 일부러 한번씩 등장시키신거 같네요?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