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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2/29 16:54:07
Name
aura
Subject
[일반] 캐치 유 타임 슬립! - 3 튜토리얼(2) (본격 공략연애물)
1.
지금 내 머리 속은 시험 공부를 할 때보다도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같이 걷고 있는 은하를 틈틈이 상대하는 하면서도, 흐릿한 기억의 퍼즐 조각을 맞추느라 말이다.
은하가 좋아하는 것들, 좋아하는 남자 타입.
은하가 겪었던 여러 사건들, 여러가지 은하의 반응들.
처음에는 짙은 안개 속을 헤쳐가는 느낌이었지만, 한 조각 한 조각, 기억을 되새길 수록
조금씩 은하에 대한 기억들이 새록새록해진다.
과일 중에서도 사과를 유난히 좋아하던 은하. 오죽하면 음료니 사탕이니 하는 것들 까지도 사과 맛만 먹었다.
맡은 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던 은하. 조별 과제에도 맞지도 않는 조장을 은하가 맡아 낑낑대던 기억이 난다.
어이 없고, 황당하고, 화가 날 법한 일에도 성질 한 번 내지않는다.
그러다 보니 간혹 그런 은하를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이 있곤 했는데,
은하는 그들이 필요할 때만 자신을 찾는 것을 알았음에도 언제나 웃으며 그들을 도와주곤 했다.
하염 없이 착하고 바른 소녀.
내게 은하는 이미지로 표현하자면 크고 따뜻한, 하얀 캔버스다.
-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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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업데이트
감정 상태 : 기대, 걱정, 긴장
이건?
아까 잠시 나를 당황하게 했던, 게임의 상태창 같은 것이
은하의 한숨과 함께 그녀의 주변에 펼쳐졌다.
상대의 감정 상태를 이런 식으로 띄워주다니.
이건 완전 치트키잖아.
물론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내 존재 자체가 사기겠지만.
어쨌든 추가로 이런 기능(?)까지 준다면 나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왜? 좀 긴장 돼?]
입학식이 열리는 실내 체육관이 눈 앞에 드러났기 때문인지 은하가 순간 긴장한 것 같다.
이렇게 떨릴 필요 없는 일에도 긴장하고, 굳어지는 게 스물이라는 나이겠지만.
- 으, 응.
살짝 상기된 모습이 참 귀엽다. 어흠어흠. 이러면 안되는데 나도 모르게 절로 흐뭇함의 미소가 지어진다.
[걱정마. 입학식 별 거 없거든. 그냥 교장선생님 훈화말씀이랑 똑같다고 생각해봐.
뭐 교장 대신 총장이니 뭐니 그런 게 나오겠지만.]
- 응? 뭐야 그게.
내 말에 은하가 살짝 웃음 짓는다.
- 마치 대학교 입학식 해본 것 처럼 말하네?
[응? 하하하. 그냥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별 거 있겠어?]
- 뭐야, 그게. 아저씨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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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업데이트
긴장 해제
감정 상태 : 기대, 걱정
호감도 증가.
호감도 : ???
쿡쿡거리는 웃음과 함께 은하의 긴장이 사라졌다.
거기에 호감도 증가라니. 생각지도 못한 이득이다.
물론 여전히 나에 대한 은하의 호감도는 알 수 없다.
아무래도 날 여기로 보낸 담배의 요정(?)이 뭔가 장난질을 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일정 이상 호감도를 쌓아야한다거나, 아니면 내가 그걸 캐치할 수 있어야 보이려나.
- 다왔다. 고마워 현민아. 덕분에 쉽게 찾아 온 것 같아.
쩝. 아쉽게 됐다. 그나마 학교가 큰 덕분에 단 둘이 꽤 걸었지만,
역시 '벌써' 도착해 버린 게 아쉽기만 하다.
[아냐 뭘. 그렇게 고마우면 나중에 커피나 밥 한 번 사.]
- 응? 그럴까...
뭐 아주 스무스하게 은하와의 관계가 진전되는 것 같다.
과거의 나라면 이렇게 운을 띄우는 일조차 상상 못했겠지만, 어쨌든 지금의 나는
능글맞고 뻔뻔함으로 무장한 30대 아저씨다.
[내친 김에 번호나 알려줄게!]
우물쭈물하던 은하의 한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을 가로 채 꾹꾹 번호를 입력한다.
거 참, 생각해보니 이 시대는 스마트폰이 없다.
이런 구린 폰으로 이 시절엔 어떻게 살았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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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업데이트.
호감도 증가.
호감도 증가.
호감도 증가.
이제 현은하가 차현민이 누군지 궁금해 합니다.
2.
뭐야 이거?
생각보다 일이 술술 풀린다.
어느 정도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먼저 다가가는 남자에게 이렇게 약한 타입일 줄이야.
하긴 그러고 보니 이런 타입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이랑 사귀었던 거겠지.
내가 은하를 흰 캔버스라고 했던가.
그 하얀 캔버스 위에 상처라는 물감을 덧칠한 사람이 떠오른다.
박재신.
우리 바로 위에 한 학년 선배였던 그, 아니 이 새끼는 학기 초 정말 운좋게도
은하와 사귄 녀석이다.
자세한 일은 이 새끼와 은하 둘만이 알겠지만, 어떻게 둘이 사귀게 됐고
왜, 어떻게 은하가 상처받게 되었는지 일련의 과정이 자동으로 그려진다.
당시 예쁘고 착한 은하에게 대쉬할 것을 다른 남자들이 우물쭈물하는 동안
박재신은 먼저 서스럼없이 다가가 선점효과를 톡톡히 봤겠고,
이 후 거절 자체를 잘 못하는 은하는 만나달라는 데로 만나주고
사귀자는 고백에, 그게 분위기 때문이든 미안함때문이든 덜컥 사귀어 버렸을 것이다.
물론 박재신이 운 좋게 은하와 사귄 뒤 그녀에게 잘해줬다면 내가 딱히 그 새끼에게 반감을 가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지 분수도 모르는 새끼가 은하를 두고 바람폈다는 점이다.
사귀고 있는 중에 양다리였던가. 물론 그 소식이 알려지고 학과의 여론은 박재신에게 뭇매를 날렸지만
이미 은하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 그래도 처음으로 다가와준 사람이었고, 사귀면서 정말 진심으로 좋아했어.
학교 어딘가 계단 구석에서 절친의 품에 안겨 울먹이던 은하.
어찌하다 보니 은하가 울먹이며 하는 소리를 엿들었다.
그 와중에 진심으로 좋아했다는 은하의 말에 나는 그야말로 피가 거꾸로 솟았달까.
정말 찌질했던 점은, 그 은하의 절친대신 내가 옆에서 은하를 도닥여주고 싶다는 생각따위나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병신, 머저리.
이렇게 된 김에 박재신 그 새끼를 담굴 방법이 있으면 그것도 한 번 알아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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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미션 업데이트!
메인 미션 : 현은하를 꼬셔라!
보상 : 현은하의 애정
서브 미션 : 박재신 엿멕이기. 키득키득.
보상 : ???
재밌겠군.
이제 내 눈 앞에 슥 펼쳐지는 이 상태창에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뜬 서브 미션은 미친 듯이 흥미롭다.
과거로 돌아온 김에 연애도 하고 발정 난 개에게 빅엿도 먹이고.
일거개이득!
이거 점점 의지가 화끈하게 불타오른다.
3 끝.
흑흑. 은하편 조금 길어질 것 같습니다. 시간 쪼개서 쓰다보니 퀄리티도 걱정이지만 분량도 걱정.
다들 말씀은 안해주시지만 꾸준히 잘보고 계신 분들 있는거 다 압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유치하고 오글거려서 죄송합니다... 글쓰기 실력이 미천해서..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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